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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01. 2018

나는 바닷속으로 떨어진다.

프리다이빙-10 | 중급 프리다이버의 바다 | 2015년 6월

중급 프리다이빙 바다 교육도 초급 때에 갔던 나팔링(Napaling)의 근사한 리조트로 갔다. 이곳은 원래 프리다이빙과 상관없는 다른 리조트인데, 여기 주인 아들이 프리다이빙 숍에서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여기서 바다 교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치가 좀 한적한 곳이다 보니 그 풍경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다른 곳보다 훨씬 근사한 곳이다. 내가 노력해서 찾은 곳은 아니지만 마치 남들은 모르는 비밀의 화원을 찾은 기분이다.


잔잔한 수면과 푸르고 고요한 하늘의 나팔링 바다


오늘 바다에서 배울 것은 "프리폴(Freefall)", 즉 자유낙하 기술이다. 교실 수업에서도 배웠듯이,  수면에서는 물보다 가벼운 양성 부력을 유지하다가, 수심이 깊어질수록 폐 속의 공기가 부피가 줄어들면서 부력이 줄어들어 어느 지점에서는 중성 부력, 즉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게 되는데, 그보다 깊은 수심으로 가면 이제부터는 그대로 가라앉는 음성 부력이 된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가만히만 있어도 깊은 수심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체력과 숨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가을 이후로 8개월 정도 만에 다시 들어온 이곳의 바다. 찬란한 햇살과 잔잔한 물결이 변함이 없구나. 내가 살던 곳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곳에 다시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바다 연습은 항상 워밍업부터 시작한다. 몸을 잠수에 적응하게 하고 컨디션을 체크하는 과정이다. 그보다 나는 바닷속이 어떤지 궁금한 것이 먼저다. 프리다이빙을 하는 곳은 스쿠버다이빙과는 달리 수심이 깊고 옆에도 산호초나 절벽이 없기 때문에 파란 물 말고는 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이 절벽 끝을 너머로 아득한 수심의 바다가 시작된다.


몸을 빙그르 굴려 머리를 아래로 내리면서 늘어뜨린 로프를 잡고 천천히 더 짙은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처음엔 나의 몸에 귀를 기울인다. 이퀄라이징도 체크하고 단단히 물려 있었던 몸속의 모든 나의 장기들이 너그러워 지기를 바라며 긴장을 푼다. 그러고 나면 눈에 다른 것들이 조금씩 들어온다. 비록 볼 수 있는 풍경은 거의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파랗기만 한 캔버스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 맑은 물은 수심이 깊어져도 햇살의 춤을 감출 재간은 없다. 마치 탭댄스라도 추는 듯 현란하게 움직이는 햇살의 줄기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광활한 푸른 바탕을 독차지한다. 그러다가 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은 해파리나 다른 수중 생물들의 유생이다. 작고 투명하기 때문에 눈 앞을 지나치는 것들이 아니면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렵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다큐멘터리 화면에서나 보던 작은 물속 벌레들의 섬모와 내장의 움직임 소리마저도 들리는 것 같다. 그런 적막한 풍경에서도 가끔씩 눈길을 끄는 것들이 나오는데, 천천히 올라오는 중에 내 눈에 들어온 녀석들은 뜻밖에도 오징어 무리였다. 조그만 오징어 너댓 마리의 무리가 그 너른 바다가 모두 제 것인 양 한가로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오징어는 왠지 동해 바다에만 있을 것 같은데 아니네?'


워밍업을 각자 두세 번씩 하고 본격적인 수업으로 들어갔다. 프리폴을 배우기 위해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중성 부력 맞추기이다. 스쿠버 다이빙의 중성 부력과는 목적도, 방법도 다르다. 프리다이빙에서는 원칙적으로 가만히 있을 때는 저절로 물에 떠 있을 수 있을 정도의 부력에 맞춰 웨이트를 차는데, 만일의 경우 물속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워밍업으로 바다와 인사를 나눈다.


여기에 더해, 대략 10-15m 정도에서 중성 부력이 되도록 맞춘다. 그러면, 이 지점보다 수면에 가까운 곳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뜨고, 깊은 수심 쪽으로 가면 가라앉는다. 프리다이빙으로 수심을 탈 때는 여기서부터는 핀킥을 하지 않아도 가라앉는 것이고, 수심이 깊어질수록 가라앉는 속도도 빨라진다. 이것이 프리폴 기술의 원리이다.


중성 부력을 맞추기 위해 10m 수심으로 잠수를 했다. 가만히 멈춰 있으면 강사님이 보고 지금의 웨이트가 과한 지 부족한 지를 봐주신다. 나는 들이마시는 숨이 많은 건지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뜨는 편이라 예비용으로 가져온 웨이트를 하나 더 벨트에 끼웠다. 그리고 다시 10m 수심으로 잠수를 하고 중성 부력을 맞췄다. 얼추 중성 부력이 맞았지만 가만히 있다 보니 다시 몸이 떴다. 그래서 10m보다 조금 더 내려가니 그제야 가만히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 중성 부력이 제대로 맞았다.


중성 부력을 맞추고 그 수심이 정해지면 이제 그 수심에 맞춰 다이브 컴퓨터를 세팅해야 한다. 다이브 컴퓨터의 수심 알람을 이에 맞추면 잠수하는 동안 중성 부력 수심을 지나치는 것을 소리로 알 수 있다. 그러면 그 소리에 맞춰 힘들여 차던 핀킥을 멈추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프리폴 첫 시도. 핀킥을 하면서 로프를 따라 내려갔다. '음... 지금쯤 중성 부력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조급한 마음에 핀킥에 힘을 빼고 프리폴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알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충분히 내려온 것 같은데? 라며 지금 수심이 얼마나 되었는지 다이브 컴퓨터를 눈으로 확인함과 동시에 늘어뜨려 놓은 20m 로프의 끝에 도착해 버렸다.


문제는 알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숨소리마저도 없는 물속인데 내 다이브 컴퓨터의 알람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고 익숙지도 않으니, 타이밍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몇 번 연습을 하니 대략적인 시간과 뺨에 느껴지는 물의 흐름, 가슴에  느껴지는 수압으로  대충의 타이밍을 알 수 있었고, 귀도 알람 소리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다음 문제는 자세였다. 타이밍을 맞춰 프리폴에 들어섰지만, 연습을 마치고 수면에 올라오니 강사님이 자세 얘기를 하셨다. 나는 영화에서 본 스카이다이버의 날렵한 자세를 떠올리며 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날렵한 자세를 잡으려 애를 썼지만, 강사님의 얘기는 그것과는 달랐다. 유선형의 자세에 힘이 들어가 있고 뻣뻣하다고 한다. 그렇게 또 몇 번을 연습하면서 강사님이 자세를 하나하나 잡아주신 후에야 "이제 좀 자세가 잡힌 것 같네요."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게 정말로 자세가 좋아서였는지, 밥 먹으러 갈 시간이 돼서 그냥 여기까지 하자는 뜻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은 "자유, 낙하" 기술 중에 "낙하" 기술만 배운 느낌이다.


오늘은 두 가지를 배웠다. 중성 부력과 프리폴? 아니, 숨만 오래 참고 이퀄라이징만 잘 하면 프리다이빙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과, 교실에서 배울 때 머리로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다에서 몸으로 익히기 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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