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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08. 2018

동굴에 갇힌 태국 소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스쿠버다이빙 알아가기 | 구조의 어려움은 우리의 상상을 넘는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태국의 파타야 비치라는 곳에서 동굴에 고립된 소년들을 무사히 찾았고, 실종된 지 무려 4일 만에 발견되었음에도 한 명도 죽거나 다치지 않은 체로 건강한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종된 시점은 2018년 6월 23일이었고, 글을 쓰는 7월 8일까지 무려 2주 이상을 갇혀 있지만 아직 모두 무사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얘기가 이어졌습니다. 이 아이들이 있는 곳은 좁고 긴 동굴 속인데, 그 거리가 길 뿐 아니라 중간은 물로 채워져 있는 반 수중 동굴이라는 것이었죠.


이 뉴스를 듣자마자 저는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전문가라 하기에는 경험이나 지식이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물의 무서움이나 동굴 다이빙의 위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고, 틈틈이 정보와 지식을 찾아가며 관심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들이 처한 상태가 얼마나 극한인지, 적어도 다른 보통의 이들보다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년들이 고립된 동굴의 지형 (출처: BBC.com)


인터넷에서 오가는 얘기들을 보면 왜 그렇게 구조가 어려운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어렴풋이 들은 뉴스로부터 극한의 상황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막연하게 아무 말(?)이나 내지르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에게도 이런 아픈 기억이 불과 얼마 전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때도 몇몇 지인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강사 정도의 전문가면 하나라도 구조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론 마음은 그렇지만, 그 바다가, 하물며 사고가 일어나며, 우리의 선택과는 전혀 무관하게 맞서야 하는 환경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위험한 지는 강사 수준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를 자원하신 분들은 전문가적 지식과 경험이 최고에 이른 분들이고,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어떤 비장한 책임감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본인들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 뉴스를 처음 듣고 반사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EBS와 EIDF2016을 통해 소개된 "Diving into the unknown"(국내 제목은 "다이버")이라는 핀란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YouTube나 Netflix에서 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국내에서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Official Trailer: https://youtu.be/mEDOeS782rc



이 영화는 실제의 이야기를 그대로 촬영한 것으로, 동굴 다이빙을 취미로 하는 전문가들이 다이빙 중에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히말라야 등반에서 죽은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는 영화를 연상하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동굴 다이빙을 취미로 하는 5명의 친구들이 수심 130m에 이르는 핀란드의 수중 동굴 탐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심 100m보다 깊은 곳의 좁은 통로에서 한 명의 다이버가 곤경에 처했고, 이를 돕기 위해 동료가 갔지만, 사태는 더욱 나빠져 결국 곤경에 빠진 다이버는 통로를 빠져나오지 못한 체 사망합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뒤 따라오던 팀은 움직이지 않은 체 홀로 남겨진 동료를 마주치자 심각한 혼란에 빠졌고, 좁은 통로를 막고 있는 시신은 심리적 불안뿐 아니라 동굴 다이빙 계획에 현실적인 난관이 되기까지 합니다. 결국 또 한 명의 다이버도 동굴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사고 후 두 명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경찰과 전문가가 여러 가지 연구와 시도를 했으나,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동굴은 폐쇄되고 맙니다. 하지만 동료를 잃은 죄책감과 이들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다이버 친구들은 다시 모였고, 경찰의 눈을 피해 폐쇄된 동굴로 다시 들어갑니다.


"Diving into the unknown"의 동굴. 일반인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곳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들의 비장한 여정과 인터뷰, 실제 130m 수심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까지 영상으로 담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시신 수습은 또 다른 희생 없이 성공하였습니다. 이 수습 작업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다이버들은 재판에 까지 회부되었지만, 모두 무죄로 판결 났습니다. 아마도 한계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킨 그들의 눈물겨운 사투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됩니다.


130m라는 엄청난 수심과 먼 거리, 좁디좁은 데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진흙 쌓인 동굴은 아무리 전문가들이라도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공포의 도가니로 변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수압만으로도 다이빙은 커다란 위험 부담이 있는데, 거기다 좁은 동굴이라면 그 위험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특히 수중 동굴의 진흙은 조금만 움직여도 흙탕물이 되어 버려, 우기의 빗물이 스며들고 구조대가 오가는 동안이라면, 플래시도 무용지물인 눈을 감고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태국 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뉴스로 들으니 이 다큐멘터리에서 받은 느낌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구조에 4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도 전혀 의문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얘기하는 것 역시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저는 멕시코의 세노떼에서 Full Cave Diver 코스를 이수하였습니다. 지구에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수중 동굴을 탐험한 것은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경험이었지만, 한편으로 코스 중에 있었던 조난 훈련 역시 뇌리에 깊이 박힌 충격으로 남아 있습니다. 훈련 전 설명을 들으면서부터 이미 정신이 아득해졌고, 훈련의 성과라면 이런 조난은 애초에 피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랄까요.


지금의 극단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고, 그들에게 마음으로나마 간절한 염원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Diving into the unknown"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면서 걱정이 앞섰지만, 마치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희망처럼 영화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 어려운 상황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강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로부터 속속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다 하니, 소년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고, 더 이상의 불행이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의 욕심이라면 다만 우리 곁에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혹여라도 이런 일을 접했을 때 쉽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2018-07-08 10:00 (GMT)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판단 하에 구조대가 동굴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부디 소년들은 물론이거니와 구조대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구조대가 시도할 구출 방법.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다이빙 경험이 없는 소년들에게 그나마 도움이 될 Full-face mask


오랜 시간을 버티고 생기를 잃지 않은 강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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