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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15. 2018

프리다이빙, 너 낯설다?

프리다이빙-11 | 알지 못한 장벽들 | 2015년 6월

프리폴 기술을 배우고 나니 확실히 힘이 덜 든다. 그리고 움직임이 적어져서 이퀄라이징과 몸 상태에 집중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깊이 갈 생각을 해 본다. 중성부력 구간만 지나면 이퀄라이징만 잘 하면 만사 OK? 쭉쭉 수심을 뽑아 보자!


...라는 것은 나의 주제넘은 망상이었을 뿐.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수심을 타려고 맘은 먹었는데, 우우우...읏...읍? 아우, 마스크가 이마고 관자놀이고 코뼈까지도 꾸악 눌러 온다. 이건 마스크 압착?


마스크 압착이란 마스크가 수압에 눌리는 것으로, 이를 풀기 위해선 간단히 코로 마스크 안에 공기를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코로... 코로... 숨을... 응? 왜 안 되는 거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수면으로 올라왔다. 마스크 압착은 스쿠버다이빙에서도 있는 일이고, 스쿠버다이빙 강사인 내가 이런 걸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게 어쩐 일인가.


강사님이 일러 주길, 내려가면서 한 번 씩 코를 떼고 마스크로 공기를 넣어 줘야 한단다. 아하, 그러니까 미리 풀어줘야 된다는 거로군. 그러지 않고 내려가면 높은 수압을 상쇄할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는데, 스쿠버다이빙에선 공기탱크가 있으니 가능하지만 프리다이빙에선 내 힘으로 해야 하니 그게 안 됐던 거군.


명색이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마스크  압착이라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마스크 압착을 해결했지만 당혹스런 일은 또 생겼다. 마스크에 물이 조금씩 새어 들어온다. 스쿠버다이빙 때야 물이 좀 들어와도 코에서 거품이나 만들며 대수롭지 않게 다닐 수 있는 일인데, 프리다이빙은 거꾸로 있을 때 물이 새면 이런 낭패가 없다.


마스크에서 물이 새는 일은 스쿠버다이빙 때도 종종 있는데, 선크림을 많이 바른 경우나 머리카락이 낀 경우 또는 마스크를 쓴 각도가 좋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얼굴형이 마스크랑 궁합이 안 맞는 거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프리다이빙에서는 쉴 새 없는 이퀄라이징과 압착 풀기 때문인지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물이 좀 들어올 수 있는 모양이다. 강사님 조언대로 조금 조이는 듯 쓰고 연습하면서 요령을 익히는 수밖에.


중급 프리다이빙의 진정한 장애물은 따로 있었다. 연습을 좀 해서 자세, 수심 이퀄라이징 모두 익숙해지자, 도전이라기보다는 경험의 일환으로 30m 수심을 시도하게 되었다.




입수를 하고 중성 부력 지점까지는 아직 내가 살던 세계의 빛이 닿는 곳이다. 눈 시린 햇빛이 여전히 발아래서 쏟아지고 있고, 그 옆에 다른 다이버들의 실루엣도 보인다. 나는 천천히, 하지만 허벅지와 발목을 팽팽하게 당기는 저항을 느끼며 나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힘을 주어 핀킥을 했다.


"삑삑- 삑삑- 삑삑-" 하고 희미하게 다이브 컴퓨터의 알람이 들렸다. 이제부터는 나만의 세계. 핀킥을 멈추고 방향을 잡으며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 호기심 반, 두려움 반도 있지만, 제일 간절히 드는 생각은 '어서 빨리 목표점을 찍고 다시 올라가고 싶다.'였다.


 핀킥을 멈추고 프리폴에 접어들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어서 빨리 돌아 올라가고 싶다 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목표 수심 30m를 찍어야 하는 것. 로프에서 몸이 멀어지지 않도록 오리발로 방향을 잡으며, 이퀄라이징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그런데... 점점 이퀄라이징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수면에서는 가슴이 터지기 직전까지 들이마셨던 공기가 이제는 수압에 쪼그라 들어서 입을 부풀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숨이 남지 않았다.


"우읍... 읍... 읍..." 30m는 아직 멀었나? 더 이상 이퀄라이징 할 수 있는 공기가 남지도 않았다. 이러다간 다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생기는 순간 다이브 컴퓨터에서 수심 알람이 울렸고, 로프에도 역시 끝을 알리는 테니스 공이 나타났다.


'휴우... 다행이군... 하는 생각으로 몸을 돌려 다시 밝은 곳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도 내려올 때만큼이나 멀다. 숨은 점점 차오른다. 배를 바짝 조여 오는 컨트랙션도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닌데, 열심히 휘젓고 있는 허벅지도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뻑뻑하고 불에 타는 듯 뜨겁다.


그래도 하늘이 점점 밝아옴과 함께 물의 온도도 따뜻해지면서 내가 살던 세상이 가까워 옴을 느끼는데,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세이프티로 마중 나온 강사님을 만날 때이다.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나의 앞길을 밝혀주는 것처럼 고마움과 행복감이 함께 밀려온다.


수면을 가르고 올라오자 제일 먼저 귀에 들리는 소리가 물에서 공기로 바뀐다. 가볍게 회복호흡을 하고 나는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


막연히 가 본 적 없는 수심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배울 때부터 거의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었고, 주위의 장난기 섞인 "천재다이버"라는 얘기에 은근히 우쭐대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기껏 해 봐야 5m, 10m 더 내려간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나 생각하던 주제넘은 자신감은 남들이 들을까 몰래 숨겨둬야겠다. 그리고 나에겐 커다란 의문이 남았다. '30m만 가도 그렇게 폐가 쪼그라들어 이퀄라이징이 안 되는데, 그 보다 깊은 곳은 도대체 어떻게 가는 거지?'


거북아, 너도 깊이 내려가면 힘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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