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Aug 26. 2018

다이브마스터로 가는 길

스쿠버다이빙-38 | 마음은 이미 중턱이지만... | 2013년 6월

다이브마스터가 되기 위한 과정은 바로 이전 레벨인 레스큐 다이버랑은 차이가 많았다. 기간부터도 이론과 실습을 포함해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배우는 내용 역시도 다양했는데, 그 이전까지의 내용들이 본인의 실력을 위한 내용들이었다면, 다이브마스터가 되기 위해 배우는 내용들은 다른 다이버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내가 다른 다이버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서부터,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의 배려와 잠재적인 불안 요소를 감지하고 해결하는 등, 말하자면 안전하고 즐거운 스쿠버다이빙 활동을 만들기 위한 총책임자 같은 역할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즐기고 노는 데만 좋으면 만사 OK인 다이버에서, 레스큐 다이버 때는 어려움에 처한 다이버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을 키우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다른 다이버들을 위한 리더 또는 조력자로서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당신은 이제 프로다이버입니다. 그에 맞는 실력을 키우세요!"라고 표정으로 말하는 노마 코스디렉터님


가장 두드러지게 향상하여야 하는 능력은 스쿠버다이빙 "스킬"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오픈워터 다이버 과정에서 강사님들의 시범을 보고 배우던 그것들이다.


뭐!? 근데 그 스킬들이 24개라고?! 당장에 생각나는 거라고 해 봐야 한 대여섯 개 정도 될 것 같은데... 그 스킬들의 목록을 보니, 뭐 24개가 맞긴 하지만. 아니, 뭐 이런 당연한 걸 스킬이라고 해 놓은 거지? 이런 걸 누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르쳐야 되고 또 그걸 다이브마스터가 되려면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된다니. 훗! 하는 콧방귀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지금에야 생각해 보니, 그렇게 내가 콧방귀나 뀌고 있을 때 노마 강사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자만에 떨며 머리 속으로 대충 '이렇게 이렇게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으로 소위 "1차 스킬 테스트"라고 하는,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연습이 시작됐다.


하지만, 막상 "테스트"라고 대화도 안 되는 물속에서 마치 텍사스 하이웨이의 경찰관처럼 눈빛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저 마스크 너머에서 강사님이 날 평가한다고 지켜보고 있으니, 그동안 잘 했던 것들도 다 까먹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테스트를 했는지, 근거 없는 자신감의 실체를 까발린 건지, 당장 다이브마스터 수업 관두고 오픈워터부터 다시 배우고 오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를 연습이 끝났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직도 내가 한 실수들이 머리에 떠오르는데, 챌린저 해연의 심해로 잠수해 들어가 버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런 창피함과 자괴감이 드는 시간이었지만, 아마도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이후로 강사님이 보내준 참고용 동영상도 열심히 보고 교재도 틈틈이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가장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던 400m 수영과 15분 입영도 어찌어찌 마쳤다. 다행히 통과를 하고 나니 꼴딱꼴딱 목구멍을 넘어간 수영장 물맛이 과히 나쁘지도 않았다. 또 배는 어찌나 고픈지, 교육 동기들과 함께 고기 파티를 거나하게 할 구실이 되어 줬다.


그렇게 이론과 기술, 스테미너 테스트 등을 마치고 나니, 실습 일정들이 잡혔다. 실습이란, 강사의 교육을 지켜보면서 보조 강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응급 구조 교육인 EFR (Emergency First Response), 오픈워터 수영장 교육과 오픈워터 바다 교육 등이다.


이제 지금까지 연습하고 배웠던 기술과 요령들을 실제 교육생들 앞에서도 문제없이 잘 해 나가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브마스터의 특별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