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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Sep 10. 2018

실전! 다이브마스터

스쿠버다이빙-39 | 할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 2013년 6월

피자로 끼니를 때우고, 평일에도 회사에서 퇴근하면 바로 수영장으로 가서 배우고 연습하는 빡센 나날이 계속되었다.


다이브마스터 수업으로 빠지는 체중을 피자로 보충하는 셈


이제 우리끼리 잘하네, 마네 얘기를 할 필요가 없고, 실전에서 통할 지를 확인할 때가 되었다. 때마침 회사 동호회를 만들고 나날이 몸집을 늘리던 중에, 동호회의 주축인 회장님과 김프로 강사님은 동호회 새내기들을 꼬셔서 모아서 제주도로 놀러 갈 계획을 잡았다. 새내기 다이버들의 교육을 같이 진행하기 때문에, 다이브마스터 과정을 밟고 있는 나에게는 교육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실습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다이빙 여행을 가면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챙겨주는 입장이 되었다. 뭔가 하나씩 할 때마다 이게 문제없는지, 불편하지는 않은지 고민을 해야 했고, 어쩌다가 새내기 다이버들이 물어볼 때면, 그게 다이빙과 관계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알맞은 답변을 찾아서 해 줘야 했다.


더욱 심리적 압박을 느꼈던 것은 나는 아직 견습생 수준이지만, 새내기 다이버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강사님을 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처럼 기대를 하고, 경험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강사님, 이 물고기는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길래 본 물고기의 사진은 횟집 메뉴판의 "잡어회"에 넣어 놔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특징 없이 생겼는데, 나는 또 그걸 굳이 도감이나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답을 내주려고 했다. 그게 그러고 싶어 했던 것인지,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이브마스터의 자격에 흠이라도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냥 모르는 건 모른다고 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게 또 사람 맘이 그렇지 않은 것을 어쩌리. '그리고 나 강사 아니라고... 강사는커녕 이제 다이브마스터 되려고 견습 중인데...'


실습 계획은 대부분 김프로 강사님이 교육생을 가르치면 나는 옆에서 학생들을 도와주고, 강사님이 시키는 일을 해 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시키는 일이란 학생들이 장비 챙기는 것을 도와주든가, 물속에서 학생들이 허우적대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 등이다.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또 있었는데, 장비 나르기, 공기탱크 나르기, 웨이트 나르기, 도시락 나르기, 간식 나르기, 널브러진 장비 정리하기, 물은 맨 마지막에 남은 것 마시기, 추워하는 학생에게 내 바람막이 입혀주기, 교육생 입수하다 빠진 오리발 10m 수심에서 건져서 올라오기, 다이빙 중에 둘이 손잡고 두둥실 떠오르는 교육생들 붙잡아 끌어내리기, 다이빙 마치고 물에서 나오기 전에 교육생들 오리발 벗겨주기 등등등이었다.


그러니까, 그동안 다녔던 다이빙 여행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끊임없이 해 주던, 어쩌면 해 주는지 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결국은 다 다이브마스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 주고 있던 일인 것이다.


그래도 무사히 교육 일정과 즐거운 다이빙을 마친 후 교육생들이 쓰는 로그북에 내 싸인도 해 주고, 저녁으로 제주도 흑돼지를 배불리 먹었더니 이미 다이브마스터 과정을 다 마친 것 같은 만족감이 느껴졌다.


투어 다이빙 일정이 마치면 모든 장비의 세척, 정리도 다이브마스터의 일 중에 하나


하지만, 다이브마스터 교육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다음 실습 일정이 또 잡혔다. 이번엔 동해다. 동해에서 다이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빙이 뭐야, 동해 바다를 와 본 적이 도대체 언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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