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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Oct 14. 2018

스쿠버다이빙 강사 시험

스쿠버다이빙-42 | 기어코 이날이 오는구나 | 2013년 8월

스쿠버다이빙 강사 시험을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금요일 오전부터 같이 시험을 볼 동기들과 울진으로 향했다. 울진!이라니! 포항에서 지내던 때에 한 번쯤, 그리고 동해안을 따라 여행하던 때에 또 한 번쯤 가 본 곳인데, 가는 길이 해안을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어 외지인들이 가기엔 쉽지 않은 곳이다. 반면 그만큼 때 묻지 않은 소박한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서울과는 지리적으로도 느낌적으로도 먼 곳을 금요일에 차를 타고 가자니, 여행이나 일탈(?)의 기분으로 설레었다. 하지만 실상은 결국 "시험!"이라는 것으로, 마냥 들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늦여름의 뜨거우면서도 나른한 공기에 구름 없이 맑은 하늘, 아주 간간히 지나가는 트럭들, 밭에 물을 뿌리고 계신 동네 어르신. 이것이 우리가 시험을 치를 울진해양레포츠센터의 주변 풍경이었다.


시험장인 울진해양레포츠센터. 건물은 좋다.


원래 모여서 오리엔테이션을 들어야 했던 시간은 조금 지났지만, 이미 오는 길에 전체적인 일정이 두어 시간 연기될 거란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아마도 역시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 좀 더 시간적 여유를 두려는 것이었겠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울진해양레포츠센터는 넓고 깨끗했지만, 아직 몇몇 곳에는 정리가 덜 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시험장"이라는 부담스러운 곳이니만큼 조금이라도 마음을 편히 가지기 위해서 이 공간을 익숙하게 아니, 덜 낯설게 만들려고 구석구석 돌아다녀 봤다.


시험 일정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이라 센터에 딸린 숙소를 잡고 모두들 짐을 풀었다. 오리엔테이션까지 약간 남은 짬에 우리를 여기까지 끄집고 오신 노마 코스티렉터가 몇 가지 당부 말씀을 해 주셨다.


"여러분들이 좀 긴장을 한 것 같은데, 이 시험은 기본적으로 떨어뜨리기보다는 붙이기 위한 시험이에요. 물론 영 이상한 사람들이야 떨어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금 여러분들 수준이면 별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다 통과할 겁니다. 진짜예요. 괜히 안심시키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니 믿으세요."


하지만 이 얘기를 들은 우리 강사 동기들의 표정에는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긴장과 걱정이 여전히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내 표정도 그렇겠지?


그렇게 우리에게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시던 노마 코스디렉터는 이어서, 


"그리고 이 시험은 전적으로 여러분들이 치르는 시험이고, 제가 여기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어요. 이미 지금까지 저는 도와 드릴 수 있는 건 다 도와 드렸으니, 이제 시험은 알아서들 치르시면 됩니다. 더 이상 저를 찾지 마세요. 화이팅!" 


하시더니 본인은 다른 볼일이 있다고 휙~ 하고 사라지셨다. 얼레? 놀랍게도, 이 다 큰 어른 다섯 명이, 강사가 되겠다고 온 사람들이, 노마 코스디렉터 한 명 사라지자 갑자기 당혹해했다. 우린 이제 뭘 어찌해야 하지? 라며 초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그래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강의실을 찾아 나섰다. 조금 남은 시간에 각자 자기만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는 곧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얼마만에 맛보는 시험장의 긴장된 기분인가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시험 일정의 안내와 감독관 또는 스탭으로 우리를 평가하고 한편으로는 도움을 주실 분들의 소개, 그리고 여러 가지 행정 절차 등을 알려 주었다. 그렇게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끝나고는 바로 필기시험이 이어졌다.


필기시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스쿠버다이빙 이론 지식과 PADI 스쿠버다이빙 강사 규정에 관한 것이다. 스쿠버다이빙 이론 지식은 보통 시험처럼 아니, 약간은 구식 느낌의 답안지에 번호를 체크한다. 강사 규정의 시험은 오픈북이다. 문제가 쉽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교육을 진행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어디에 있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번호마다 동그랗게 칠해진 답안지를 들고 감독관에게 들고 가면 정답 구멍이 뚫린 종이판을 대고 빈 곳이 있으면 틀린 것으로 체크되는, 역시 구식이지만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채점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답을 지웠다 다시 썼다 다시 고친 그런 답안도 즉석에서 감독관의 확인 하에 정정될 수 있는 융통성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시험이 안 그렇겠는가. 마냥 쉽기만 한 시험은 없는 것. 4, 5 개 정도의 단원으로 나뉘는 이론 시험은 애매한 문제들도 없지 않은데, 우리에게 걱정거리를 던져주는 사실은 과락이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의 수도 그리 많지가 않아서, 까딱 실수라도 했다가는 과락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내 답안지를 체크하시는 감독관 손의 펜이 췩!췩! 하면서 내 답안지의 빈 곳에 빨간 V자를 그릴 때마다 눈이 커지고 심장이 뛴다. 한 단원 한 단원 겨우 과락을 면하면서 넘어갈 때마다 안심과 불안의 마음이 요동을 친다. 실제로는 별로 길지도 않았을 채점 시간이 끝나고 이론 시험을 통과하고 나니 큰 일을 마친 듯 휴웃- 하고 한숨이 나온다.


시험을 마친 사람들은 교실 뒷문으로 나와 강사 시험의 첫 관문에 대한 걱정 하나를 덜고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자기가 문제를 틀린 게 몰라서 틀린 게 아니라는 변명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듯하다가 아직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입을 막고 교실 멀리로 나갔다.


그래, 우리 강사 동기들도 모두들 무사히 첫 시험은 잘 치렀겠지? 음? 어디선가 풍기는 이 어둠의 기운은 무엇이지? 뭐? "쭌"이 과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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