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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Nov 04. 2018

고급 프리다이버 과정

프리다이빙-13 | 될 때 하자 | 2015년 11월

중급 프리다이버 과정을 다녀온 지 한 4개월쯤 지났나. 몸이 기억하고 있는 동안, 아니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빨리 고급 과정을 해야지 않겠나 싶어, 같이 갈 사람도 없지만 혼자서 고급 프리다이버 과정을 배우러 보홀로 떠났다.


이건 휴양이라기보다는 약간 미션 같은 느낌? 해야 돼서 하는 것. 아니면 되니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좀 발걸음이 가벼울라나? 그래서 일정도 짧게, 항공편도 빠듯하게 잡아서 계획을 세웠다.


보홀 직항 비행기가 없던 때라, 지난번처럼 세부의 마사지숍에서 밤을 지낸 다음 새벽에 페리를 타고 보홀 섬을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마사지숍 예약과 페리 티켓 구매를 대행해 주던 분이 바쁘다는 이유로 일찍 처리를 못하는 바람에 페리 티켓의 비즈니스석 예약을 못했다. 페리의 비즈니스석은 우등고속버스의 좌석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밤을 편안히 지내지 못하고 타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쉬려면 비즈니스석이 꼭 필요하다. 피곤한 몸으로 일반석을 탄다는 것은 간밤의 피곤함을 그대로 안고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귀한 하루 일정을 좌우하는 페리 좌석을 제대로 못 잡다 보니, 시작부터 피로 누적이라는 고난이 닥쳤다.


일반석은 이런 곳에서 몸을 쪼그리고 쉬어야 된다. 그나마 옆자리가 없는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정도.


다이브 숍에서 예약해 준 택시를 타고 무난하게 다이브 숍에 도착했고, 방에 짐만 놔두고 나와 아침을 먹었다. 지난 코스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리다이버들의 아침 식사 시간은 조용하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하다. 대부분 혼자 온 사람들인데, 잠이 덜 깬 것인지, 혼자 조용히 수양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퀄라이징이든 뭐든 안되는 게 있는데 왜 그런지 고민 중인 것인지 서로 대화가 별로 없다. 그나마 강사 목표로 와 계시다는 시원한 성격의 분이 주인 마님이신 Kimmy 강사님이랑 떠들어대면서 뜨거운 하루의 시작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별로 쉬지도 못하고 짐도 대충 챙긴 다음 뭘 준비해야 할지 허둥대면서 서둘러 나갔다. 그렇게 서둘러 나갔는데도 모두들 벌써 나갈 준비가 다 돼 간다. 


쨍한 햇볕 아래 언제나와 같이 단체 사진을 찍는다. 뭐 사진 찍을 준비하는 척하고 있으면 Kimmy 강사님은 순식간에 사진을 찍고 빨리 나가라고 손을 흔든다.


앞바다에서의 고급 과정 프리다이빙 강습 첫 연습. 계속 프리다이빙에 신경을 써 오고 있어서인지 피곤한 중에도 예전보다 출발선이 앞서 있다. 워밍업을 위해서 머무는 수심도 깊어지고 시간도 훨씬 길어졌다. 하지만 "아이고 힘들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여전하다.


첫날 첫 훈련이라 중성부력에 맞는 웨이트를 측정하고, 수심 30m를 넘는 다이빙을 한 번 하고 올라오니 코에서 피냄새가 난다. 나는 왼쪽 코가 약해서 좀 피곤하거나 약간의 충격이 있으면 코피가 잘 나는 편이다.


프리다이빙에서 코나 목에서 피가 나는 것은 내상을 입었을지 모른다는 신호라 강사님이 걱정해 줬지만, 그냥 단순히 코피가 난 것임을 느낄 수 있었고, 이마를 차게 해 주는 것만으로 금세 코피는 멎었다.


그래도 피로한 상태를 보여준 거라 생각하고 아침의 훈련은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마치기로 했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끝난 훈련이라 보트 운전사 Romeo가 보트를 부르는 우리의 신호를  눈치채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몸이 좀 피곤해도 "차락~, 차락~"하는 작은 물소리만 있는 이 파란 바다 위에 떠 있는 건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다.


짧은 휴가로 왔기 때문에 피곤하다고 쉴 수는 없다. 오후도 바다 훈련이 이어졌다. 강사님께는 다른 욕심 없으니 딱 필요한 것만 하고 들어오자고 했다. 그래서 하는 훈련이 다리에 쥐가 났을 때를 대비한 팔만 써서 올라오기, 20m 수심에서 버디를 데리고 올라오는 Rescue, 마스크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마스크 벗고 수면으로 올라오기다.


정말 딱! 이 훈련만 하고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서 쉽시다! 그 짧게 했던 아침 훈련보다 더 빨리 끝난 것 같다. 그렇게 했더니 강사님도 좋아하시더라. ㅎㅎㅎ


피곤해서 빨리 할 것만 하고 끝낸 훈련의 로그북. 피곤해도 후딱 해 낸 것도 용하다.


그렇게 피곤한 훈련을 마치고 나니 이제 해도 떨어지고 공기도 선선한 것이 이제야 휴가 온 기분이 나는 것이 몸도 마음도 쉬는 것 같다.


세상에 이런 멋진 배드민턴 코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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