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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Nov 25. 2018

프리다이빙의 꽃 마우스필

프리다이빙-15 | 이것은 또 신세계! | 2015년 11월 

누군가는 중급 레벨에서 배우는 프리폴을 프리다이빙의 꽃이라고도 하는데, 마우스필이야말로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어떤 벽을 넘는다는 관점에서는 최후의 궁극기가 아닌가 싶다.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관심을 들이기부터 마우스필(Mouth fill)이란 말은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급 프리다이버가 제일 마지막까지 되는지 마는지 확신이 안 서면서 아침마다 저녁마다 강사와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얘기하는 게 바로 마우스필이기 때문이다. 초급 레벨에서 프렌젤이 있다면 고급 레벨에선 마우스필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나 역시 초급 과정에서부터 이 말을 들었었는데, 아침밥을 먹는 시간이나, 저녁에 다 같이 모여 하루를 정리하며 맥주를 마실 때도 꼭 누군가는 마우스필 얘기를 꺼냈던 것이다. 그렇게 자주 듣다 보니 궁금증에 누군가에게 물어봐도 고급 레벨에서 배우게 될 거라고, 충분히 설명이 될만한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마치 어릴 적 "니도 크면 다- 알게 될끼다." 라던 사촌 형들과의 추억이 30년을 거슬러 다시 나타난 기분.


하긴, 정식 교육 과정의 내용이라면 그때가 되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게 정상이겠지 싶어, 그냥 무지 어려운 건가 보다 하는 지레짐작만 할 뿐이었다.


이제 고급 레벨을 들으니 그렇게 궁금하던 마우스필을 배울 수, 아니 마우스필의 정체를 알 수 있으렷다. 바다에 나가기 전에 강사와 마우스필이 뭔지 배울 때면 으레 하는 것으로 풍선을 이용한 연습이 있다. 풍선을 입에 물고 부풀린 다음, 코를 잡고 있다가 놓았을 때 풍선의 공기가 그대로 코로 빠져나가면 그것이 마우스필에 필요한 길이 잘 잡혔다는 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봐 왔던 것이 모두들 파란 풍선을(파란 풍선을 어지간히 대량으로 사 둔 듯) 입에 문 체로 코를 잡았다 놓았다 하는 모습들이었다. 그것 역시도 궁금했는데 이제 그 비밀을 알 수 있겠지.


설명을 듣고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풍선을 불고 코를 잡았다가 놓았다. 풍선이 누르는 대로 바람이 콧 속을 긁으면서 콧구멍으로 슈욱 하고 빠져나갔다. "어?! ... 잘하시네요." 어라? 이거였어? 별로 어려울 게 없는데? 그렇게 실습 전에 해 본 연습은 간단히 끝났고, 이제 바다에서 마우스필을 써먹어 볼 차례가 되었다.


일단은 물밖에서 연습하던 것이 물에 들어가서 머리를 아래로 둔 체로 하강하면서도 잘 될지 간단히 연습해 보는 것부터다. 하강줄은 30m 정도로 내려 두고, 대략 15m 부근에서 마우스필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30m 수심이면 프렌젤 이퀄라이징으로도 갈 수 있는 수심이지만, 이퀄라이징을 위한 공기가 모자라는 느낌이 나기 시작할 시점이다.


다이브 컴퓨터에서 15m 도착 알람 소리를 듣고 입에 공기를 머금고 연습했던 마우스필을 시도했다. 오옷?! 프렌젤 이퀄라이징을 할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들고 편하잖아? 30m 수심은 그런 생각만 잠시 하는 동안에 도착해 버리는 수심이 되어 버렸다.


물밖으로 올라와 가뿐히 회복호흡을 하고 나니 강사님이 물어봤다. "어때요?" 짤막한 질문이다. 나의 대답도 짤막했다. "엄청 좋은데요?" 그 이후로 속도를 내 보라거나 부이 설치 요령 등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마우스필에 대한 얘기는 더이상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던 거지.


훈련을 마치고 다이브 숍에 와서 강사님이 다른 분들께 얘기하기를, 마우스필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처음 본단다. (우쭐. 우후훗... 혹시 영업 멘트인가?) 그렇게 많이 봐 왔던 사람들의 어려움이 괜한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프렌젤 이퀄라이징도 사람들이 지레 어려울 거라고 겁을 먹는 건 아닐까 생각이 잠시 들었다.


마우스필이란 신비의 기술을 장착하고 나니 30m의 벽을 넘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다음 훈련부터는 조금씩 계속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40m부터는 또다시 폐압착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건 또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하는 걸까?


다이브 숍피셜(?) 최고천재...-_-;;;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다이브 숍 블로그 캡처로 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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