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미식여행 - 3/3
어제의 2 스타 덴뿌라, 오늘 저녁의 3 스타 스시를 먹으려다 보니, "일본의 아침은 역시 편의점 도시락이지."라는 자기 합리화에 나도 Sophy도 의기투합했다.
늘 먹던 라왕은 안 보이니 그저 사진이 그럴싸해 보이는 걸 집었는데, 그게 또 맛있네. 아무리 우리나라 편의점 음식이 따라잡는 중이라는 얘기가 들리지만, 아주 가끔 먹어보는 우리나라 편의점 음식과 일본의 편의점 음식은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
부슬부슬 비 내리는 하카타역의 주변.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카페를 전전, 이미 두어 번은 오르락내리락했던 도큐한즈를 또 다니기는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급기야 별달리 재밌는 일을 찾지 못하고 숙소에서 쉬다가 나왔다.
어제의 덴뿌라집보다는 주변이 더 한적하다. 역시나 비슷하게 잘 안 보이는 간판에 숨겨진 느낌의 외관.
서빙을 담당하는 여자분이 외투를 챙겨주셨다. 시간에 맞춰 오늘의 저녁 손님들이 대략 10개 정도인 자리를 금방 채워 나갔다.
아? 저 사람이 이 스시집의 주인? 엄청 젊잖아? 3 스타나 받은 집이라면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는데. 저녁을 준비하려 주인장과 보조 요리사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오. 저것이 재료를 보관한다는 루이뷔통 트렁크구나. 퍼포먼스 같기도 하지만, 이런 사치스런 곳에서는 그런 퍼포먼스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주인장 교텐상은 모든 움직임이 시원시원하다. 뿐만 아니라 준비를 하면서, 손님에게 음식을 내면서 끊임없이 얘기를 했다. 우리에게도 완벽하진 않지만 막힘없는 어투의 영어로 열심히 얘기를 쏟아냈다.
옆쪽에 보이는 손님과는 연신 스포츠카(알만한 최고급 스포츠카 브랜드가 다 나왔다.) 얘기를 열심히 하는데, 나중에 듣기론 유명한 작가란다. 가게 단골손님이라서 좋은 재료가 들어오면 먼저 연락해서 자리를 잡아 준다고 한다.
그렇게 2시간 남짓의 식사가 끝났다. 모두들 옷을 챙겨 입고 자리를 나섰는데, 우리는 교텐상과 얘기를 하느라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참에 여기 오기 전까지 계속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여기는 너무 유명한 곳이라 예약 잡기가 그렇게 어렵고, 게다가 외국인은 거의 예약을 안 받는다고 들었는데, 불과 한 달 전에 예약을 물어본 나는 어떻게 여기 올 수 있었는지를 물었다.
교텐상이 말하기를, 메일을 읽어 보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알 수 있단다. 영어로 쓰인 짧은 문장에서도 자기는 그걸 느낄 수 있고, 내 메일에서는 그걸 느꼈다고 한다. 허어... 나는 군더더기 없이 아주 간결하게 메일을 쓰는 편인데 거기서 그런 걸 느꼈다고?
교텐상은 최고급 저녁이라도 가격은 3만 엔이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나중에 찾아보니 서울의 고급 스시집이나 레스토랑의 저녁 가격은 그 이상 하는 곳이 꽤 많다. 흠, 그렇다면 우리는 꽤나 괜찮은 경험을 하고 온 게 되나?
아무튼, 운이 좋게도(?) 갈 수 있었던 일본 본토의 미슐랭 3 스타 스시야에서의 저녁식사는 인상적이었다. 내가 스시에 대해 지식이나 경험이 많지 않아 그 미묘한 차이를 알기는 무리였지만, 그 분위기와 주인장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미슐랭 평가자가 만일 서양인이었다면 그런 당당함과 시원시원한 대화 능력에 큰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모든 손님들이 떠난 후에도 40분 동안 우리와 (우리를 붙잡아 두고) 열심히 음식과 식당 운영에 대해 얘기를 해 주고, 나가는 길에까지 택시를 태워주며 Sophy에게 "좋은 남편을 만났군요."라는 농담(?)까지 던져주는, 젊고 패기 넘치는 미슐랭 3 스타 스시 장인을 만난 이 경험이 비싸고 근사한 요리를 맛봤다는 것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