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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r 17. 2019

플라야 델 카르멘

다이빙 여행 | 칸쿤-08

교육 다이빙도 끝나고. 고작 하루 있던 펀 다이빙도 끝나고. 아쉽고 아쉽고 아쉽구나.


리조트의 작은 앞마당에는 리조트의 주인 토니가 노부부와 같이 앉아 있다. 가볍게 인사를 했더니, 노부부가 같이 인사를 하는데, 자기 아버지란다. 오?! 그러면 이 분이 진짜(?) 토니 데로사. 바로 그 세노테 발견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그분인가? 그러면 옆에 분이 항상 사진에 같이 나오던 낸시 데로사인가? 본인이 바로 그 토니 데로사라며 악수를 청하시더니 말을 이어 가는데, 여자분이 아내이고, 리조트의 해변에 있는 바에 전 부인이 있다고 한다. 뭐뭣?? 내 얼굴에 잠깐 혼란스런 어색한 웃음이 흘렀겠지만, 정작 본인들이 너무 해맑게 웃고 있어서 만나서 영광이라는 간단한 인사만 하고 전부인을 만나러 해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멕시코 세노테 발견의 선구자 토니 데로사의 가족


이 "아무것도 없는" 리조트에서 할 수 있는 건 해변에 나와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밖에 없다. (다음 여행에선 훨씬 멋진 동네를 보게 되지만 이번 여행에선 이것이 한계...) 남는 게 시간, 한가로움이라도 즐겨 보자 싶어 샌들을 벗고 맨발로 모래에 발을 묻어 가며 해변을 걸었다. 여름이지만 시간이 많이 늦었는지 해가 기울어 어스름의 느낌이 난다. 아니, 그런데 뜨겁기는 왜 이리 줄지를 않는 거니?


재미난 것을 발견했는데, 거북이 알을 낳은 곳이라고 줄이 쳐져 있다. 언젠가 알을 깨고 새끼 거북이 바다를 향해 생존의 질주를 하려나? (혹시나 싶어 깜깜한 밤에 잠깐 나와 봤지만, 거북 어미도, 거북 새끼도 나타난 흔적은 없었다.)


거북이 알을 낳아 둔 곳이라는 푯말. 아~ 궁금해궁금해궁금해궁금해궁금해궁금해


더 이상 뜨거운 모래밭을 걷기도 힘들고 낭만(은 개뿔)적이지도 않아서 리조트 해변의 바로 돌아왔다. 토니 데로사의 전부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현지인 직원이 지키고 있다. 슬프게도 영어를 전혀 못한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TV로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는 것뿐. 그나마 내가 코로나 맥주를 좋아한다는 게 거의 유일한 위안. (일본이 축구에서 지고 있는 것도...


캐리비언 해변에서 과카몰레 안주에 코로나 맥주와 축구!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청승...)
리조트에서 내 준 저녁을 먹고 "아이고 배불러" 하고 있으니 나온 디저트. 이 사람들, 날 살찌워서 제물로 바치려나?
다리 하나가 없어 불쌍해 보이던 강아지. 근처에 가려고만 하면 요란하게 짖었다. 쳇.
그렇게 짖던 녀석이 얌전히 있기도 하더라. (수컷인가 보다.)


꿈만 같던 세노테의 여행이 끝났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루었다는 성취감도 있지만, 수박 겉핥기만 하고 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곳의 신비로움은 아직도 물밑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언제 다시 와서 이 아쉬움을 채우게 될까... (그런데 희한하게도 오래지 않아 다시 오게 된다. 다음 여행기로...)


칸쿤의 공항. '여길 또 언제 오려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또 오게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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