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Just 두 it!
7월 23일은 페루의 공휴일이었다. 페루 이키토스, 아마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나와 동기들은 어떻게 하면 알찬 공휴일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원래는 추석즈음 하려고 했던 만두 빚기를 좀 당겨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 친구가 만두 빚기에 엄청난 열의가 있어서 하자고는 했지만 사실 나는 이게 될까? 싶었다. 한국만큼 재료를 완벽히 준비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우리 4명은 모두 요리 초보자들이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 본 적 없는 만두를 빚는다는 것. 나는 만두에서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졌다.
오후쯤 다 같이 모여 인터넷 레시피를 참고해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두부는 없다. 우리는 만두에 두부를 넣고 싶었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었다. 대신 고기를 듬뿍 넣기로 했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어 두부가 없는 아쉬움을 달랬다.
양파와 파를 다지고, 숙주와 당면을 삶고, 고기와 양념을 골고루 섞었다. 만두소를 만들고 보니 어라? 제법 때깔이 고왔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을 톡- 떨어뜨려주니 냄새 또한 기가 막혔다. 역시 모든 양념의 치트키는 챔기름이다! 기억하자.
다 같이 둘러앉아 나는솔로를 보며 만두를 빚으니 진짜 꼭 명절 같았다. 낯선 곳에서 외로울 수 있는 휴일에 이렇게 모여 뭐라도 하고 있으니 괜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참 신기한 게, 만두 모양이 다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외모도, 성격도 다른 것처럼 우리가 손으로 조물조물 만든 만두도 모양이 다 다르다는 점이 신기했다. 처음엔 터지고 찢어지고 난리었는데 만들다 보니 속에 익어 제법 모양이 그럴싸해지기도 했다. 어느새 우리는 만두공장의 직원들이 되어 능숙하게 만두를 빚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만두들을 다양하게 요리해 먹었다. 찜기에 찌기도 하고, 기름에 튀기기도 하고, 에어프라이어에 굽기도 하고, 만둣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어떤 게 제일 맛있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튀긴 만두다! 원래 기름에는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과연 만두 맛을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의심하며 시작한 일이었지만, 꽤 맛있어서 놀랐다! 나는 뭐든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작년부터 이게 좋지 않다는 걸 느껴 변화하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다. 고민할 시간에 일단 뭐라도 시작하고 몸으로 느껴보자! 이게 올해 나의 다짐이다. 여기서 같이 지내는 동료들은 나와 반대의 성향인데, 그래서 많이 느끼고, 또 배운다!
이번 만두 빚기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나였으면 시작도 안 했을 일이다. 오늘도 역시 실행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저지르니 뭐라도 되더라! 끝으로 오늘 만두를 빚으며 지은 2행시로 글을 마무리한다.
만: 만두 / 두: 두부 없이 가능? (ㅇㅇ가능하더라)
만: 만두 Just / 두: Do It! (뭐든 일단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