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에 숨어 있는 억겁의 비밀
언젠가부터 여행 프로그램에 ‘드론샷’이 필수로 나옵니다. 내 눈높이에 맞는 풍경이 익숙하고
정겹다면, 드론이 담아내는 풍경은 시골길조차 장엄하게 바꾸어놓죠.
드론샷은 메타인지가 무엇인지 손쉽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메타(meta-)는 ‘조금 위에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을 초월해서 바라본다,
그럼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한다는 의미인데요. 학습, 경영, 창의력 분야에서 이
메타인지 기르기는 언제나 화두입니다.
나에 대한 메타인지를 기르려면 ‘드론샷’을 떠올려보세요. 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싶을 때, 드론의 시선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을 해봅니다.
만약에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어깨가 축 처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을 드론으로
촬영한다고 해봅시다.
어스름한 도시 뒷골목의 불빛과 함께 소박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일
거고요. 그 속에 나도 섞여 걷고 있을 테지요. 이들 모두가 도시의 저녁을 살아 있게 하는
존재들이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존재들을 바라보면서 ‘나만 혼자’라는 고립감은 깨어질
거고요. 또 타인에게서 ‘너도 나처럼’이란 연민의 마음이 우러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도시가 마냥 잿빛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활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식이 새삼스럽게
생겨날지 모릅니다.
여러분도 코로나19 거리 두기 때문에 좀 힘드셨나요? 그때 우리는 혼자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이때 도시의 밤풍경을 드론으로 찍었다면 어땠을까요?
수많은 ‘나’들이 자기만의 방에서 불을 밝히며 어둠 속 도시를 빛나게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
하나하나의 불빛들은 ‘나도 너와 다르지 않아.’ ‘너도 외롭구나.’ ‘얼마나 미래가 불안하니.’ 하고
말을 건넬 테지요.
여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뿌연 하늘이 서서히 맑아지는 모습도 카메라는 포착할 수 있을
겁니다. 자연이 깨끗해지는 동안 너와 내가 가만한 시간을 가지며 기다렸구나, 하는 깨달음은
길고 지루했던 누군가에게는 잔인했던 그 시간도 의미 있게 다가올 거예요.
이렇게 시선의 위치를 바꾸면 나와 세상은 제법 다르게 조망됩니다. 드론과는 사뭇 다른 또
하나의 시선도 한번 살펴볼까요?
런던대학 게리 그린버그 교수가 현미경으로 모래를 250배 확대한 사진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모래는 누런 흙 알갱이라는 지레짐작이 모래알처럼 부서질 거예요.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모래알 하나하나는 바다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그 알갱이들은
죽은 바다생물 껍질, 물에 깎인 돌 조각품 등 형형색색의 바다 보물 같습니다. 이 작은 서로
다른 알갱이들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니.
휴가지에 수많은 인파 가운데서 해수욕을 하는 순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신비이자
실체입니다. 이 현미경의 시선은 삶의 비밀을 가르쳐주어요.
‘내가 보는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전부가 아니야.’
‘삶의 신비는 지금 여기에 있어.’
작은 나에 갇힌 시선을 해방시켜 사유해봅니다. 더 높은 위치에서, 또 더 깊은 시선으로. 이런
상상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싶을 때 하면 좋은 명상입니다. 지금 어떤 보물들이 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