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보험

누구나 크고 작은 불행을 안고 산다

by 디아

제가 이십대 때 비정규직 사원으로 잠깐 일할 때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제가 몸담았던 팀을

없애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당시에 노동법규라든가 근로자 권익 같은 것을 전혀

모르던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 팀에 저만 비정규직이었는데 다른 팀원들은 권고사직 처리를 해주고 위로금도 받았는데,

저는 사과 한마디도 받지 못하고 짐을 정리해야 했답니다. 이렇게 한낱 부품 같이 교체되고

버려지는 신세인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못난 것 같아 아주 우울했습니다.

8.jpg

지금이라면 노동부에 건의할 수 있는 법적인 조처를 알아보고, 보상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받아내고, ‘사회가 이렇구나. 이런 경험도 나중에는 다 쓰일 거야. 좋은 경험 미리 했다

생각하자.’ 하고 그동안 수고했고 잘 버텼다고 나를 많이 칭찬해주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시에 저는 완전히 반대로 행동했어요. 법적으로 굳이 해결하고 싶지 않다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알아보지도 않고 포기했고요. 그 대신에 아무 잘못이 없는 나를 공격하는

데 꽤나 부지런했답니다.

‘넌 늘 이 모양이야. 누가 봐도 무시당할 만해. 난 왜 운이 없을까.

왜 나한테는 이런 일만 생기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계속 나열되더군요.

이때야말로 마음의 척추가 아주 많이 삐뚤어진 시기였답니다.

실직이 이미 예고되었다면,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여야 했는데 말이죠.


7.jpg

물론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훨씬 좋았어요. 그러나 이미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면 받아들이고,

‘자 이제부터 내 마음이 다치지 않게 건강하게 반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떤 현실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지?’ 하고 물었다면 나에게 정말 이로웠을 텐데 말입니다.

살면서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죠? 한번 쭉 나열해보면 이렇습니다.

실업, 실연, 낙방, 질병, 파산, 사고 등이죠. 이런 일들은 제발 나에게는 벌어지지 말았으면

하는데, 여러분도 마찬가지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불행들을 겪으며 살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지구상에 누구라도 다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조금 위로가 되려나요? 혹시 ‘남들은 괜찮은데

나만 힘들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면, 그 남들 역시 각자 다른 시기에 다른 일로 크고 작은

불행을 겪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두세요.

2.jpg

우리는 만일을 대비해서 보험을 듭니다. 같은 이유로 불행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시기를

대비해서 마음의 보험도 들어야 해요. 다행히 마음 보험은 월 납입금은 없고, 보장도 오래오래

받을 수 있답니다.

마음 보험이란 내가 무탈할 때 미리미리 긍정적인 마음을 연습해두는 일입니다. 막상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기울기 마련이거든요.

우리 뇌는 위험 상황에서 개체가 잘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부정적 기억을 강화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러니까 과거에 안 좋았던 기억을 과장해서 뚜렷하게 기억해둠으로써 앞으로의

위험에 대비하도록 뇌는 진화해왔습니다.

내가 특별히 부정적이어서 무슨 일이건 문제점부터 찾아내고, 그 일에 안 좋은 면과 위험한

면을 자꾸 보는 게 아니고, 사람들 대부분은 그러한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아서 큰일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반이나 채워진 물을 응시하며

고마운 마음을 내야 합니다.

‘이 일은 나중에는 약이 될 거야.’

‘내 친구 중에 이런 경험을 제일 먼저 했네? 인생 선배가 되었어.’

‘원래 해 뜨기 전이 제일 어두운 법이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나에 대한, 현재에 대한 긍정적 마음 갖기. 지금 마음 보험, 같이 들지

않을래요?

6.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에도 척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