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명절, 유통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건 선물 판매 트렌드다.
아무래도 많이 나가는 선물을 분석하면, 그 시점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추석 선물의 키워드는 어떤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을까?
일단 통계를 보자. 롯데마트의 통계에 따르면 실적을 견인한 상품군은 건강기능식품이다. 전년 대비 116% 신장했다. 홍삼과 면역 관련 세트의 매출은 302.7% 성장했고, 버섯과 인삼, 더덕 세트 등 건강을 챙기는데 필요한 식품들도 각각 119.9%, 44.7% 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건강세트가 지난해 대비 285% 성장했다. 또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추세를 반영하듯 홈술과 홈카페도 전면에 등장했다. 와인 세트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96.1% 증가했고, 커피세트는 역시 126% 늘었다.
신세계의 통계도 마찬가지다. 간편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약 20% 가량 늘었으며 특히 2030의 수요가 늘어 해당 연령대에서 15.2% 신장률을 기록했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키워드는 역시 건강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사실 건강이라는 소비 키워드는 "나" 에게 집중하는 트렌드와 연관이 깊다. "나" 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건강은 무척 중요한 이슈다. 내가 건강해야 타인을 챙길 수 있고, 또 내가 건강해야 소비의 즐거움 또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 를 중심으로 한 사고방식은 건강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이젠 이 사고방식이 나를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향하는 것 같다. 타인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겠지만, 감염병의 상황에선 선물을 건낼 정도로 관계가 있는 타인의 건강을 확보하는게 나까지 건강해지는 길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는 증가할 것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타인과 함께 건강해야 한다는 인식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고 한동안 건강이라는 키워드는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리드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홈코노미도 주목해야 한다. 이마트의 통계에서 발견되는 홈술과 홈카페로 읽을 수 있는 트렌드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집에서 무언가를 하게 된다. 이런 추세를 타고 다양한 상품들이 소비되고 있으며, 이런 트렌드를 홈코노미라고 부른다.
중요한 건 홈코노미가 종합적 소비의 써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홈술하면 뭐가 필요한가? 술만으로는 안 될 것이다. 어울리는 잔이 없다면 잔을 사야하고, 안주가 없다면 안주를 사거나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다른 주제의 소비와 연결되어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홈카페도 생각해보자.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신다면, 커피 관련 기계나 용품이 필요하다. 잔을 비롯한 식기가 필요할 것이며,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더 좋으니 빵이나 케익 같은 먹거리도 필요해질 것이다. 이렇듯, 홈코노미는 단순히 1가지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관련된 활동과 연관된 다른 것들도 함께 소비하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그래서 우리는 홈코노미를 종합적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집에서 무언가를 소비한다는 내용으로 접근하지 말고, 집에서 무엇가를 할때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으로 다가가야 한다. 소비의 써클을 이룰만한 제품이나 콘텐츠를 먼저 제시하는 것도 좋고, 큐레이션 형태로 추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획을 통해 세트 형식으로 접근한다면, 소비를 자극하는 것 또한 가능하리라 본다.
올 추석 선물이 말하는 소비 트렌드는 건강과 홈코노미다. 두 가지 키워드를 주목해 대중들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과정에 반영할 수 있길 기대한다.
사진/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롯데쇼핑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