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재료를 편의점에서 사는 시대가 도래했다.
GS25에서 김장키트를 내놨다. 간편하게 소용량의 김장을 담글 수 있게 한 3.2㎏ 용량의 상품이다. 충북 괴산 산지의 절임배추 2㎏과 국내산 재료로 만든 중부식 김칫속 1.2㎏으로 구성돼 가장 대중적인 김장 김치의 맛이 나도록 했다. 초보자들도 30분 내로 쉽게 김장을 완성할 수 있다.
이같은 GS25의 행보는 기존의 전략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미 GS25는 절임배추를 판매하고 있었다. 절임배추 매출이 2018년에 37%, 그리고 2019년에 62% 상승하는 걸 보고 편하게 김장을 담그려는 대중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걸 파악했다. 그래서 아예 "키트" 형태로 모든 걸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김장 재료도 편의점에서 모두 끝내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편리미엄이다. 편리함이 곧 가치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어렸을때 어머니가 김장하시던 걸 생각하면, 저걸 다 어떻게 소화하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복잡한 과정이 뒤따랐다. 김칫속을 만들줄 몰랐던 필자는 옆에서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김칫속을 비볐고, 김치가 완성되면 나르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근데 이 과정도 사실 쉽지는 않았다. 재료부터 시작해 모든 걸 준비하시던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간단히만 생각해봐도 복잡하다. 장을 봐야하고, 재료를 손질해야 하고, 배추를 절여야 한다. 김칫속을 만들고, 김장이 끝나면 정리가 뒤따른다. 김장키트는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정이 줄어들어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면 무엇이 늘어나는가? 휴식이나 다른 활동에 투자할 나만의 시간이 늘어난다. 현 시대의 트렌드를 사는 대중들은 이런 과정을 위해 편리미엄을 택한다.
가사 노동을 줄여주고, 혹은 특정 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기인 이유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상에는 아낌없이 소비한다. 편리미엄은 그런 가치를 타고 끊임없이 힘을 발휘하는 트렌드 코드로 작용하고 있다.
편리미엄은 앞으로도 계속 날개를 달 것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트렌드가 이어지며, "시간" 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많은 시간과 여력을 확보해주면 줄수록, 해당 제품과 서비스는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즉,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홍보할때 "그들의 시간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가" 를 고민해야 한다.
또다른 한가지는 근거리 소비 트렌드다. 코로나 이슈가 덥친 이후부터 좀 더 힘을 얻기 시작한 트렌드다. 감염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동선을 축소하며 소비를 하는 트렌드다.
그런데 사실, 이 근거리 소비 트렌드는 코로나 이슈 이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이미 배송에 대한 이슈가 떠올라 "집안" 에서 쇼핑을 즐겼고, 편의점을 비롯한 핵심 점포들이 품목을 점점 늘려가며 다양한 소비 패턴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근거리 소비 트렌드도 결국은 편리미엄과 어느정도는 접점이 있는 대상이다. 소비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고, 좀 더 빠르게 소비를 끝내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비를 빨리 마치고 무엇을 할 것인가? 다른 소비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입체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와중에 근거리 소비에 대한 관심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코로나라는 중대 이슈가 발생하면서 안전을 위한 마음까지 더해져 근거리 소비 트렌드는 더욱 중요한 키워드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김장 재료까지 편의점에서 다룰 정도니, 그만큼 다양한 제품을 근거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편의점들은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상품을 늘리려 고민하는 중이다. 근거리 소비 트렌드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점을 대변하는 편의점이 더 많은 상품을 다루면 다룰수록, 더 확실한 소비 성향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결국은 편리함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더 많이 발현하려는 대중들의 마음이 모여 김장 재료를 편의점에서 다루는 상황까지 달려왔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대중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라. 그리고 그 편리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어필하라.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가 가진 가치는 그런 방식으로 더 빛나게 될 것이다.
사진/GS리테일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