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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준영 Nov 20. 2020

전통의 강호, 과자 "짱구" 가 트렌드를 반영하는 법

"짱구" 는 전통의 강호다.



필자의 아버님도 가끔씩 찾으시던 과자다. 필자 역시 "와삭" 하는 맛이 그리워지면 짱구를 사오곤 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1973년에 처음 출시됐다고 한다. 세대를 넘나드는 존재감, 그리고 전통을 자랑하는 과자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그런 짱구가 변화를 선택했다. 트렌드를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말이다.



삼양식품은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와 협업해 치킨맛 미니짱구 2종을 선보였다. 미니짱구는 오리지널 짱구의 크기와 중량을 줄인 제품이다. 여기에 멕시카나 프라이드 파우더와 양념 소스를 더 해 실제 치킨 맛과 풍미를 구현했다. 삼양식품은 패키지를 가늘고 길게 만들어 한 손으로 쥐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오리지널 짱구가 연상되는 디자인에 치킨을 배달하는 짱구 캐릭터를 넣어 재미 요소를 더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다양한 맛과 소용량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제품"이라며 "앞으로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의 강호가 트렌드를 읽고 변신을 시도했다. 그만큼 지금은 "멈춰있는 존재감" 으로는 승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짱구가 반영한 트렌드 포인트는 무엇일까?


첫번째는 펀슈머 공략이다. 그냥 짱구가 아니라 후라이드 치킨맛, 그리고 양념치킨맛이라는 흥미를 더했다. 짱구를 알던 사람, 그리고 모르던 사람까지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펀슈머, 말 그대로 재미있어야 소비하는 요즘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소비자들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서 재미란 웃긴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재미없는 거 빼고는 다 재미있을 수 있다. 이를 테면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신기하거나, 혹은 생경한 낯설음까지 모두 재미에 포함된다. 색다른 짱구는 신기함, 또는 생경함에 가까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펀슈머 공략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의 뉴미디어 환경 때문이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흥미를 느끼면 쉽게 SNS에 인증을 하곤 한다. 타인에게 본인이 느끼는 재미를 공유하려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인증이지만, 브랜드와 상품에게는 바이럴이다. 그것도, 매우 자연스런 바이럴이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기업은 바이럴 효과를 위해 각종 광고와 콘텐츠를 기획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퍼져나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펀슈머 공략은 색다른 바이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뉴미디어 최적화를 위해 펀슈머는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가심비' 다. 지금의 소비 성향은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가심비와 심리적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나심비, 두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하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보통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선 나심비를 생각해 플렉스를 벌이고, 그 외에 다른 곳은 가심비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과자를 몇만원짜리 사며 플렉스 하는 경우가 많은가?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즉, 과자는 플렉스하는 성향보다는 가심비를 따질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니 제품으로 가심비를 챙기는 건 소비자들에게 또다른 소비를 위한 여력을 제공하는 매우 유쾌한 상황일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이 플렉스 하고 싶은 분야를 위해 주머니의 여력, 그리고 심리적 여유를 함께 확보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미니 제품은 현재 두 가지 성향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소비 트렌드를 잘 읽은 선택일 수 있다.


결국 짱구의 변화는 뉴미디어 환경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읽은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짱구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트렌드는 읽어야 산다. 모든 걸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기업에게 소비자와 대화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트렌드를 반영하는 노력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짱구도 변했다. 당신은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사진/삼양식품

글/노준영,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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