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창조한 로알드 달의 동화 중 많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에게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얻게 한 대표작이다.
신비의 초콜릿 공장에 다섯 명의 어린이가 초대받아 기상천외한 모험을 겪는다는 내용의 이 동화는 2005년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조니 뎁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한다. 어린 시절부터 로알드 달의 팬이었다는 팀 버튼 감독은 로알드 달의 기발한 상상력과 일맥상통하는 독창성으로 동화 속 세계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펼쳐진 초콜릿 공장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다.
거친 물살을 이루며 흘러가는 초콜릿 폭포와 거대한 초콜릿 산. 초콜릿 강가에는 꽈배기 사탕이 열리고 민트 설탕 풀이 자라난다. 덤불 속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마시멜로 체리크림과 공장 곳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움파룸파족까지 원작을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한 규모의 스크린 속 초콜릿 공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영화는 원작만큼 매끄럽지 않다. 스크린에 옮겨진 이야기는 초콜릿 공장 사장인 웡카가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을 추가한 것을 제외하면 원작과 같지만, 웡카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기엔 너무 정신없이 돌아간다.
예의 없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이 강물에 빠져 파이프로 빨려 올라가고, 새파랗게 변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장면 등에서는 로알드 달이 담으려 한 권선징악의 교훈보다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함이 먼저 느껴진다. 글을 보며 상상하는 것보다 시각화된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보다는 어른을 위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당신이 꿈꿔온 마법 같은 환상의 세계를 눈앞에 펼쳐주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까지 보길 원한다면 원작을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원작을 보고 나면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영화의 면면들을 헤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통플러스 www.tong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