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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틀조선일보 Aug 06. 2018

[원작 vs.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누구나 한 번쯤은 타임머신을 타거나 블랙홀을 통과해 시간 여행을 하는 상상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낯선 곳에 그것도 알몸으로 떨어지게 되는 시간 여행이라면?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주인공 헨리의 시간 여행이 그렇다. 시간 일탈장애를 부르는 희귀 유전자 덕에 헨리는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되고, 시간 여행 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상태가 되어 곤경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시간여행은 그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었으니 바로 운명적인 사랑의 상대, 클레어와의 만남이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클레어는 여섯 살, 헨리는 서른여섯이었다. 집 근처 들판에서 놀고 있던 어린 클레어 앞에 갑자기 나타난 벌거벗은 헨리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재빨리 머리를 굴려 외계인인 척 말한다.


“반갑다, 지구인.”


헨리의 거짓말에 속지 않은 야무진 클레어는 헨리에게 신발을 벗어 던져 입술을 깨트리긴 했지만, 이날 이후 클레어의 마음속에는 헨리가 자리하게 되고 그들의 운명 같은 사랑은 시작된다.


클레어는 여섯 살부터 헨리를 알았지만, 헨리가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훨씬 이후의 일이다. 헨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시간을 사는 반면 클레어는 일반적인 시간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한쪽의 과거가 다른 쪽의 미래가 되는 다양한 사건들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각 사건은 헨리와 클레어의 시점에서 일기장을 넘기 듯 전개되는데, 둘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들어맞아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 때면 비밀 상자를 열은 듯한 쾌감을 준다. 수많은 아픔과 갈등이 있지만, 이들이 평생을 두고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클레어의 기다림과 헨리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영화 '[원작 vs.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스틸컷

소설은 2004년 출간된 이후 각종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오랜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이 특별한 러브스토리는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출간 1년 후 브래드 피트가 영화 제작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2009년 완성되었는데, 호평 일색인 소설에 비해 영화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영화를 먼저 본 이들의 평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먼저 본 이들에게는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원작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소설을 함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원작의 세밀한 감성까지는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오랜 시간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장문의 글에 부담을 느낀다면 영화도 나쁘진 않겠지만, 이 작품의 진짜 알맹이는 책을 봐야만 알 수 있다. 전세계 수백만을 매료시킨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을 제대로 보기 원한다면 원작 소설을 추천한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통플러스 www.tong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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