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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틀조선일보 Nov 16. 2018

[원작 vs.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

고대 로마의 건축 설계자 루시우스는 지금의 공중목욕탕에 해당하는 ‘테르마이’를 설계해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에 빠진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간 테르마이의 탕 속에 빠진 루시우스는 그대로 현대 일본의 공중목욕탕으로 타임슬립하고, 하나같이 얼굴이 평평한 인간들만 있는 그곳에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가 평안족이라 명명한 일본인의 목욕 문화가 가히 일류 최고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평안족의 목욕탕에서 힌트를 얻어 로마의 새로운 테르마이를 설계하는 루시우스. 과연 그의 테르마이는 로마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아베 히로시 주연의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는 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 설계자가 현대 일본의 공중목욕탕으로 타임슬립 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려낸다. 세상의 중심이라 여겨 온 도도한 로마인이 공중목욕탕의 플라스틱 바가지와 샤워기, 병 우유 등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며,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여 놓는다.


영화는 일본에서 2012년 상반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국내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목욕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빵빵 터지는 예고편으로 한껏 높여놓은 기대치를 미처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시우스의 타임슬립이 반복될수록 용두사미로 변해가는 영화는 결국 외국인과 섞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 없는 아베 히로시의 외모 외에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사진=영화 '테르마이 로마이' 스틸컷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의 원작은 야마자키 마리의 동명 만화 ‘테르마이 로마이’다. 2008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어 800만 부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으며, ‘일본 서점 직원 선정 만화 대상 2010’과 ‘제14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을 받기도 했다. 2012년 일본 후지TV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송됐다.

로마 시대의 역사적 고증을 거쳐 작업한 만화에 대한 평가는 영화보다 나은 편이지만, 각 에피소드를 같은 패턴으로 반복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지루한 느낌이 남는 것은 여전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을 ‘모든 목욕탕은 일본으로 통한다’로 바꿔놓은 듯한 일본 목욕 문화에 대한 극찬도 일본인이 아니라면 호불호를 강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영화 '테르마이 로마이' 스틸컷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엮어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펼쳐놓은 작품의 기발함에는 엄지를 추켜올릴만하지만, 너무 높아진 기대치로 오히려 실망감이 큰 ‘테르마이 로마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유쾌하게 볼 수 있지만, 큰 재미나 소재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그냥 패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작품의 묘미를 맛보고 싶다면, 영화 예고편을 보거나 원작 만화 시리즈 한두 권쯤만 봐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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