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업무와 야근의 일상화, 직급을 무기로 부하직원에게 군림하는 상사와 후배의 실적을 가로채는 선배까지 신입사원 ‘다카시’가 입사한 회사는 명실상부 ‘헬 직장’이다. 하지만 다카시는 몇 번의 고배를 마신 후 간신히 들어온 회사를 그만둘 용기는 없다.
월화수목금금금이 반복되던 어느 퇴근길,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 지하철 선로에서 떨어질 뻔한 다카시의 팔을 낚아챈 건 기억도 나지 않는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였다. 이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야마모토와 다카시는 급격히 친해지고, 우울하기만 했던 다카시의 인생도 점점 즐겁게 변해간다.
하지만 이런 생활도 잠시. 다카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야마모토가 3년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큰 혼란에 빠져든다. 귀신? 아니면 사람? 과연 야마모토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다카시를 찾아온 것일까?
2017년 개봉한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사회 초년생과 직장인에게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조금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높은 취업난으로 꿈이나 적성 따위를 쫓을 여유가 없는 청년층의 현실과 먹고 살기 위해 현실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애환이 현실감 있게 묘사되어 공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령인지 사람인지 헷갈리게 하는 야마모토는 스릴러 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극의 재미를 높여주고, 과장된 드라마 속에 내포된 "실패하면 어때? 넌 아직 살아있는데"라는 메시지는 지친 마음을 보듬으며 위로를 전달한다.
영화의 원작은 제21회 전격문고 소설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일본 작가 키타가와 에미의 동명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이다.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간략하다.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과 좀 더 단순해진 에피소드를 읽고 나면, 한없이 가벼워 보였던 영화가 사실은 꽤 공들인 거였다는 사실과 소설을 보기 전에는 너무 과장되어 보이는 야마모토의 치약 광고 모델 같은 비현실적인 웃음도 사실은 지문 그대로 완벽하게 재현한 연기였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소설과 다르게 설정했다. 안하무인 꼰대 부장의 비중은 높아졌고, 다카시의 실적을 빼앗은 회사 선배 ‘이가라시’의 성별은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다. 다카시와 야마모토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의 에피소드도 대폭 추가되었고, 결말도 영화와 소설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이런 영화의 변화는 어떤 색의 넥타이를 맺느냐의 차이 정도를 보일 뿐, 영화와 소설의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소설과 영화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 힘들 것 같다. 소설과 영화 어느 것을 보더라도 결국 남는 메시지는 같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영화의 과장됨과 유치함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군더더기 없는 소설이, 좀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가 더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물론 소설과 영화를 모두 보더라도 크게 후회는 없지 않을까 한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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