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옛날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점잖고, 우아하며, 순박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말 과거의 사람들이 우리보다 점잖고, 우아하며, 순박했을까?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 ‘어느 하녀의 일기’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니,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시커먼 속내를 감추고 거짓된 언행과 위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소설을 보면, 그 시절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녀라고 하면 우직하게 일하는 충성스러운 여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셀레스틴은 그런 전형적인 하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파리 출신답게 세련된 패션 감각을 지닌 셀레스틴은 매력적인 용모와 언행으로 뭍 남자들의 추파를 받고, 자신 역시 그것을 즐기곤 한다.
문제는 그녀가 한 집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도도한 성격과 주인마저 비웃는 자신감 탓에 수많은 집의 하녀로 전전한 셀레스틴은 결국 파리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시골 마을로 가게 되고, 부유하지만 인색하기 그지없는 랑레르 부부의 집 하녀로 일하면서 파란만장한 일들이 펼쳐지게 된다.
셀레스틴의 일기 형식을 취한 소설에는 당시의 생생한 시대상은 물론 계급을 막론한 사람들의 위선과 욕망이 낱낱이 담겨있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지만, 은밀한 욕망과 위선 덩어리인 주인마님.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추근대는 주인 나리들과 주인 몰래 잇속을 챙기는 동료 하인 등 셀레스틴의 일기장에는 그녀의 비상한 관찰력으로 꿰뚫어 본 온갖 부류의 사람들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설은 2015년 인기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로 제작되었다.
인상적인 화면과 색감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는 19세기 프랑스와 하녀의 고된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주지만, 소설과 같은 신랄한 풍자나 해학은 찾아볼 수 없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이나 생각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는 레아 세이두 외에는 볼 게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소설과 영화는 결말도 조금 다르다. 소설은 랑레르 마님의 은 식기를 훔친 이가 조제프인지 끝까지 밝히지 않지만, 영화는 조제프와 셀레스틴이 함께 은 식기를 훔치는 것으로 표현한다. 셀레스틴이 이후 조제프와 행복하게 살았는지 영화는 끝내 보여주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이들의 에필로그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하녀의 일기’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단지 19세기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영화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 작품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꼭 소설을 보길 추천한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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