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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틀조선일보 Oct 02. 2018

[원작 vs.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안정적인 직장에 반듯한 외모 등 베로니카는 사람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삶의 조건을 갖췄지만,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 남들과 같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권태롭게 살아갈 날들이 생각만 해도 지겨웠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삶을 이어가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베로니카는 세상에 안녕을 고하기 위해 네 병의 수면제를 들이킨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베로니카는 정신병원 ‘빌레트’에서 2주 만에 눈을 뜨고, 생각지도 못했던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자살을 위해 먹은 과량의 수면제가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원했던 죽음에는 실패했지만, 원하지 않았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 베로니카. 과연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했다’는 소설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으로, 죽음 앞에서야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는 사람들의 아이러니를 꼬집는다.

자살을 원했던 베로니카는 정작 죽음이 다가오자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감싸주는 것은 빌레트의 환자들이다. 소위 ‘미친 사람’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세상의 규범이나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즐기는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통해 베로니카는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 규범, 가치가 아닌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빌레트의 환자들 역시 베로니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베로니카를 통해 삶이 한정된 것임을 상기시킨 이들은 한순간이라도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스스로를 가둬두었던 틀을 벗어나 세상으로 다시 나서는 이들의 모습은 삶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하며,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삶에 태도를 알려준다.


사진=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스틸컷


소설은 2009년 미국에서 동명의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했다’로 제작됐다. 영화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겼다는 데 의의가 있을 뿐, 그 내용이나 감동은 소설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너무 많이 생략되어 버린 빌레트의 환자들의 이야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소설에서 그들은 사실 정상인과 다름없지만, 사회의 속박과 규범을 피해 빌레트에 숨어버린 이들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들을 단순히 빌레트에 있어 마땅한 모습으로 그려져, 그들이 던져주는 생각거리나 감동 등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사진=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스틸컷


또한, 베로니카와 에드워드의 사랑에만 집중한 탓인지 영화는 원작이 전하는 ‘죽음’과 ‘삶’의 고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가령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베로니카가 피아노 앞에서 수음하는 장면은 베로니카가 자신을 옭아매던 것들을 떨쳐버리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맛보게 됨을 뜻하지만, 영화에서는 베로니카의 감정이나 내면의 변화 등을 잘 설명하지 못해, 꼭 있어야 했는가라는 의문만을 남기는 장면이 되고 말았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했다’는 삶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작품이 주는 참 의미와 깨달음을 확인하고 싶다면, 영화보다는 소설을 보길 추천한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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