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2시를 조금 넘어선 새벽, 30년 넘게 방치된 폐가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좀도둑 삼인방은 이상한 것을 목격한다. 셔터 바로 앞의 종이 상자 속으로 하얀 것이 툭 하고 떨어진 것이다. 그 하얀 물체의 정체는 무려 30년 전에 쓰인 고민 상담 편지였고, 이들이 장난삼아 편지에 답장하면서 기묘한 하룻밤이 시작된다. 솔직하고 엉뚱한 세 도둑의 조언은 뜻밖의 결과를 불러오고, 밤새 각기 다른 고민 상담자와의 편지 왕래가 이어지며 나미야 잡화점을 둘러싼 비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국내 누적 판매 100만 부, 전 세계 누적 판매 1,2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가 ‘인생의 명작’으로 손꼽는 작품이다.
고민 상담자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쳐가는 소설은 사람 사는데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만큼 힘이 되는 것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삶에 지쳐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며,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살아갈 힘을 내게 한다.
소설은 서로 독립되어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서로 독립되어 보이는 이야기를 모아 결국 하나로 연결하는 구성도 명품이다. 추리소설 대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이런 구성은 읽는 재미를 확실히 늘려주며, 소설을 단숨에 독파하게 만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만든 실체가 나미야 씨의 첫사랑이었다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해치지는 않는다.
소설은 2017년 동명의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작되어 개봉했다. 소설의 긴 이야기를 130분의 짧은 시간에 맞춰 줄이기 위해 5개의 에피소드 중 3개의 사연에만 집중했지만, 많은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그렇듯이 소설보다 좋은 평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원작이 보여준 촘촘한 구성의 묘미가 사라지고, 안 그래도 동화 같은 원작이 훨씬 단순해져 지루함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만 본 사람들은 기적의 원동력을 알아내기 쉽지 않다. 영화에서 나미야 씨와 찻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초월한 잡화점 속 여인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메시지만은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작품이 전달하는 훈훈한 분위기와 감동도 여전하다.
훈훈함이 가득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단연 원작 소설이 우위에 있다. 영화가 궁금하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이 작품이 주는 감동과 재미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소설은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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