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비의 계절에 돌아온 죽은 아내와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년 전 아내 ‘미오’가 죽은 후 아들 ‘유지’와 함께 힘들게 살아온 다쿠미는 비 내리는 숲속에서 죽은 아내와 재회한다.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던 아내의 거짓말 같은 약속이 현실이 된 것이다. 다쿠미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미오에게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1년 만에 만난 가족은 다시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하지만 다쿠미와 유지의 마음속엔 그녀가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과연 이들의 행복은 비의 계절이 끝나도 이어질 수 있을까?
2003년 출간한 이치카와 다쿠지의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불황에 빠진 일본 출판계를 부활시킨 밀리언셀러다. 비의 계절에 찾아온 죽은 아내와의 6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소설은 2004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박스오피스 1위와 400만 관객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만들었다. 지금도 일본 로맨스 영화 평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는 2018년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다시 주목시켰다.
소설과 두 영화는 모두 비의 계절에 찾아온 죽은 아내와의 6주간의 기적 같은 재회를 그리고 있지만, 각 작품이 전하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두 주인공의 순수한 사랑을 가장 잘 담아낸 것은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다. 다른 어느 작품보다 순진함이 강화된 주인공 ‘타쿠미’는 로맨스의 전형다운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보여준다. 동화 같은 이야기에 수채화를 닮은 아름다운 배경과 OST가 더해진 영화는 비로 물든 초록 숲속같이 아름답다. 조금은 과하고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느낌만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영화는 최고의 로맨스를 선사한다.
‘다쿠미’가 화자가 되어 전개되는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영화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소설은 뇌 신경의 장애로 인해 겪게 되는 ‘다쿠미’의 어려움과 연애 기간 그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죽은 아내에 대한 심정 등을 낱낱이 보여주며, 높은 공감을 자아낸다. 덕분에 소설은 죽은 아내가 돌아왔다는 설정마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지만, 그만큼 로맨스와 판타지가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다른 두 작품과 달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국 영화의 로맨스 퀸으로 손꼽히는 손예진과 소지섭을 내세웠지만, 영화는 두 배우 외에는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영화는 원작에 없던 친구 캐릭터를 추가해 멜로와 코미디 파트를 나누었지만, 작위적인 코미디는 불협화음을 내며 영화를 오히려 산만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로맨스에 정통한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억지 코미디로 무리수를 보기보다는 로맨스를 강화하는 편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원작 소설과 두 영화는 같은 줄거리를 다루지만, 전혀 다른 매력과 모습을 선사한다. 누구보다 예쁜 사랑을 그린 순수 로맨스를 원한다면 일본 영화를, 판타지라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소설을 추천한다. 배우 손예진과 소지섭 팬이라면 물론 한국 영화도 나쁘지 않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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