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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틀조선일보 Sep 04. 2018

[원작 vs.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당신이 단 하루만 살 수 있고,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오늘 하루를 생각하게 하는 타임 루프 판타지다.



예쁜 외모와 잘나가는 친구들, 잘생긴 남자친구까지 가져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여고생 샘. 어느 날 샘은 차 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순간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놀랍게도 샘이 죽은 마지막 날이 다시 시작되었던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날을 다시 살게 된 샘은 죽음을 피하고자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어떤 노력에도 그녀는 예고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몇 번의 마지막 날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샘은 자신과 주변인들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마지막 하루를 사용하기로 한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영화 시작 부분에 모두 담겨있다. ‘나도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는 샘의 고백이 담긴 독백이 그것이다.

“당신에겐 내일이 있을지 모른다. 남은 날이 1,000일, 3,000일 혹은 10,000일. 충분히 누릴 수 있고, 낭비해도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오늘 하루뿐이다. 그래서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그 순간은 곧 영원이니까.”


사진=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 스틸컷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의 원작은 동명의 미국 판타지 소설 ‘7번째 내가 죽던 날’이다.

소설의 주인공 ‘사만사’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인기를 무기로 남을 짓밟는 일쯤은 서슴없이 해내는 아이들이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와 큐피트데이에 장미꽃을 몇 송이 받을지가 인생의 최대 걱정인 이들의 모습은 '학교 최고의 인기 그룹'이라기 보다 비행 청소년과 가까워 보인다.

2000년대 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귀여니 소설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소설은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사만사가 죽은 후인 후반부는 분위기를 180도 전환하며 소설의 진가를 발휘했다.

사만사가 같은 날을 반복하게 되는 후반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이 죽는 마지막 날을 반복하며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다양한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과 친구들의 행동을 돌아보게 된 사만사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며, 이 모든 것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거듭한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사진=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 스틸컷


소설과 영화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개 방식이나 느낌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막장 하이틴 로맨스 같은 샘의 하루를 훌륭하게 축약한 영화는 소설 전반부의 지루함을 확실하게 거둬냈다. 또한,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였던 소설 속 인물들을 평범한 청소년의 모습으로 바꿈으로써, 인물에 대한 공감대를 한층 높게 만든다. 한마디로 영화는 소설보다 훨씬 보기 편해졌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의 백미인 반복되는 7일의 내용까지 어정쩡하게 축약해버린 탓에 주제와 감동까지 반쪽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특히, 이야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줄리엣과 관련된 부분을 단순한 에피소드로 치부한 것은 정말 아쉽다. 줄리엣의 이야기를 충분히 풀지 못한 영화는 결말도 소설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표현 방법에서 있어서 소설과 영화 모두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소설과 영화의 장단점이 너무 달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귀여니 소설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좀 더 강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에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통플러스 에디터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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