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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Mar 14. 2021

눈 온 날의 호야

호야가 어렸을 때

                                                                                                                           

어?
오늘은 이상해요.
매일 다니던 길의 느낌이 아니에요.
오래전 겨울의 어느 날 다녀 본 그런 길이네요.
보도 블록의 딱딱한 느낌이 아니에요.
차가운 아스팔트의 냉랭한 느낌도 아니에요.
엄마! 엄마!
뛰어 와 보세요.
무언가가 희끗한 것이 눈앞에서 날려요.
차갑고 정겨운 것이 눈에 들어와 물이 되어요.
아 무엇인가 모르게 깡충깡충 뛰게 만들어요.
자꾸만 뛰고 또 뛰고 싶어요.
엄마!
뭔가 폭신한듯하면서도 우리같이 더운 동물들이 좋아하는 
시원한 느낌의 촉감이 아주 상쾌해요.
킁킁 냄새를 맡아보지만 냄새는 없어요.
어제 내가 쉬한 자리도 못 찾겠어요.
냄새가 숨었어요.
그런데 조금씩 냄새를 맡아보다가 혀를 살짝 대보니
아~ 차가워요.
어? 시원해요.
지난 여름 아영이 누나가 덥다고 사준 
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시원해요. 
그런데 맛은 없네요.
달콤하지도 않아요.
이것이 무엇인데 차갑고 시원하나요?
예?
눈이라고요?
아 그렇군요. 
눈이군요.
강아지들이 좋아서 폴짝폴짝 뛴다는 그 눈인가요?
나도 강아지처럼 뛰고 있나요?
엄마!
왠지 모르게 신이 나네요.
그런데 엄마는 
"호야. 감기 걸릴라. 그만 들어가자~"
하시고
"호야, 눈 먹으면 안 돼. 병 걸려~"
하시니 눈은 나쁜 건가요?
난 이렇게 신이 나서 뛰고 싶은데.....(2005. 2.)


                                         

                                                 

               *잘 생긴 왕자님 호야~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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