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도 디자인이 귀여운 여름 바지를 만들자고 해서 함께 만들었다. 친구의 작업실에서 재단을 해오고 나면 집에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재봉해서 완성할 수 있었다. 디자인이 입었을 때 아주 편안한 베기 스타일이어서 바지 왼쪽 아래에는 귀여운 곰돌이 아플리케 작업까지 해서 완성을 했던 터였다.컬러만 다르게 두 벌 만들었으니 지금부터 초가을까지 번갈아 외출 시에 입으면 될 것 같다.
재봉틀을 갖고 있으니 손으로만 100% 하는 퀼트 작업이 아닌 옷을 만들 수 있어서 시간만 내면 비교적 하고 싶은 대로 손쉽게 만들 수 있어서 좋긴한데 노력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퀼트와 패션, 프랑스 자수 등에 능한 친구는 전문가이고 아마추어인 나는 조금 어설프긴 하다. 패션 공부를 할 때 무척 열심히 따라 하고 옷 만들기에 관한 패션 책도 엄청 많이 사서 모았다. 책장에는 예전에 문학서적이 많았다면 이제는 패션 책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만들 때마다 '아이고 왜 시작은 해서 이 고생이냐?' 하지만 완성을 하고 나면 특별한 나만의 옷을 가질 수 있다는 만족감으로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사실 값싼 옷도 많지만 원하는 디자인과 퀄리티를 따지면 나에게 맞는 옷은 비싸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들보다 작은 키에 기성복이 잘 맞지 않아서 학교 다닐 때에 엄마는 항상 옷을 동네 의상실에서 맞춰 주셨다. 요즘이야 패션산업이 워낙 발달해서 나가면 입맛에 맞는 옷이 있고 구매한 곳에서 옷소매와 바지 기장 정도는 수선도 해주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백화점 유명 브랜드에 한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백화점에서 옷을 안 사본 지도 하도 오래돼서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음먹고 사다 놓은 원단(정리함에 많다. 예쁘면 사다 놓았기 때문에)을 펼쳐 놓고 옷을 지을 때는 주로 책꽂이에 사다 꽂아 놓은 수많은 책들을 한 권 한 권 꺼내 본다. 책을 펴놓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고 원단 하고 맞을지도 가늠해보며 머릿속으로 작업 과정을 미리 그려본다.
마침내 만들기 쉬우면서도 예쁜 옷을 골라낸다. 예쁜 옷이란 내 몸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옷이다. 그러나 모델이 입어서 예쁜 것과 막상 본인이 입었을 때와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무난한 것을 고르기도 한다.
*손녀 네 돌 기념 원피스
나의 옷 만들기는 주로 소매가 달리지 않은 원피스를 같은 디자인으로 옷감만 달리해서 여러 개를 만들어 여름에 즐겨 입지만 겨울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원피스를 주로 만들어 입는다. 손녀딸의 생일 기념 원피스와 모자, 잠옷, 조끼 등을 만들어 멋쟁이 손녀를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이젠 예전처럼 많이 만들지는 못한다.그러나 이번 계기로 손녀 여섯 살 생일 기념으로 좋아하는 공주풍 원피스를 만들 생각을 해본다.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 보니 한 삼 년 옷을 만들지 않고 파우치 같은 소품만 만들어 선물할 정도였는데 친구가 만든 옷을 보니 너무 예뻐서 만들기로 했다. 컬러만 다르게 해서 두 개를 만들기로 했다. 욕심도 많지? 하지만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서 브런치를 못하기도 하고, 또 만들다가 막힐 때가 있기도 해서 망설이다 시작을 한다. 재킷 만들기의 제일 어려운 일은 소매와 카라 달기인 것이다.
*손녀의 첫여름 원피스와 두 살 생일 기념으로 만든 원피스.
옷을 만들 때마다 느끼는 것은 무엇이든 대충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먼저 재단 종이에 패턴을 정확하게 그려야 하고 종이 패턴을 옷감 위에 얹어 놓고 그대로 그려야 하는데 여기서 옷감은 종이와 달라 선 하나 그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리넨 원단은 부드럽지 않아서 전용 펜으로 그리는 것은 어렵지 않아 다행이다. 시폰이나 실크처럼 부드러운 천은 재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패턴 그리기도, 가위로 재단하기도 반듯하게 되지 않아 신경이 무척 쓰인다. 그래서 옷을 만들 때는 항상 면이나 거즈, 마, 리넨, 모직 등을 선호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 만든 리넨 바지는 자잘한 하운스 투스 체크무늬여서 눈이 상당히 피곤했다. 어릿어릿해서 줄을 맞춰 재봉을 하는데 패턴 선이 보이지 않아서 애를 먹기는 했다.
하지만 재킷은 밝은 천이 기도 하고 재단 선도 선명해서 바느질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았는데 웬일인지 소매를 시접 핀으로 먼저 맞췄을 때 몸판보다 2~3mm 차이가 났다. 이렇게 되면 난감한 것이 재단한 옷감을 앞판과 뒤판을 이어 붙일 때에도 딱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두장을 이어 놓고 나서 그 어깨선에 맞추어 먼저 시접을 맞춰 볼 때부터 어긋나면 골치가 아파 온다. 그래서 시접 핀을 빼고 시접실로 몸판과 소매를 맞춰 가재봉을 하니 제대로 맞았다.
무슨 일이든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기분이 좋듯이 옷을 만들 때는 특히나 그렇다. 처음부터 그렇다면 손쓰기가 쉽지만 중간에 그러면 바느질 한 부분을 전부 뜯어서 처음부터 다시 재봉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가재봉을 할 때 시접실로 바느질을 우선 해보거나 쉽게는 시접 핀으로 고정시켜 보는 것이다.
처음 양재를 배울 때 옷은 시접 핀보다 시접실로 우선 바느질하고 재봉틀로 박음질을 한 다음에 시접실을 뜯어내는 방법으로 하도록 배웠다. 귀찮아도 바늘에 시접실을 꿰어 가재봉 바느질을 하는 것이 정석이긴 하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다시 소매를 소매 구멍에 잘 맞춰서 재봉을 했다. 겨우 맞추고 나머지 카라를 맞춰 재봉하고 나니 거의 완성이 된 듯하다.
이번 재킷은 앞섶 쪽에 실크 조각이나 레이스 조각들을 붙이는 작업인 꼴라쥬를 먼저 하고 나서 만드는 작업이었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아기자기하면서 조금은 화려한 듯한 옷이 계절에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친구 말에 의하면 안신영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예전에 만들어서 즐겨 입는 원피스.
옷을 지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떤 디자인으로 할까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을 고르고 나서 종이에 패턴 그리기, 그림대로 패턴 오리기, 원단 안쪽을 바르게 편 뒤에 패턴 종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문진 등으로 고정을 시켜 놓은 뒤에 다시 패턴을 그린다. 그리고 원단을 재단하는데 시접 부분을 위치마다 조금씩 다르게 남기고 재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름솔을 했을 때 원단 올이 풀리지 않게 오버록을 해야 하는 부분은 2cm 남기고, 안쪽에 들어가는 카라라던가 소매 부분은 겹쳐서 오버록을 할 경우라서 1cm 남기고 재단을 한다. 밑단은 접는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넓기 때문에 3cm 정도로 시접을 제일 많이 둔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리고 재단을 하고 박음질을 해야만 옷이 매끄럽게 잘 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친구는 패턴 그릴 때 오차가 생길까 봐 말도 한마디 하지 않는다.
어릴 적 미술시간에 도형을 만든다고 그림을 그리고 오려서 접고 풀을 붙일 때 1mm라도 틀리게 그려졌거나 오릴 때 살짝 비켜나서 비뚤게 오렸다면 도형은 바로 세워지지 않는 것처럼 옷도 바르게 지어지지 않고 비틀어지거나 쭈글쭈글 엉뚱한 곳에서 주름이 잡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의 삶, 인생도 계획 한대로 마음먹은 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완벽하게 해 나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노력하면서 계획한 대로 바르게 밀고 나갈 때 비로소 만족할만한 인생이 완성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