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골프 경제신문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 한국땅을 밟는다는 소식을 알려오며 피커소에 관한 글을 한 편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피카소에 관한 글은 전에 쓴 일도 있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몇 년 전 '고향으로의 방문'을 보고 난 후 또 언제쯤 피카소 그림을 볼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가까운 시일의 일정이어서인지 괜스레 혼자 들뜨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니? 생소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의 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나치 공군이 벌인 잔인무도한 학살이 배경인데 피카소가 한국의 전쟁에 관해 작품을 남겼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부끄럽게도 나의 무지는 오로지 그가 큐비즘의 개척자인 것만 알고 많은 여인과의 결혼 생활, 초상화, 도자기 작품 등 교과서와 전시회를 통해서만 알고 있던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학살' 작품이 국내에 온다고 하니 각 신문에서 많은 이야기를 다룬 것을 알게 되었다.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거장이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은 그림인 데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의 작품이라서 그런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화폭에 등장한 미국 군인이 들어간 그림이라 반공법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전시에서 배제된 것은 아닌가? 나치에서 해방되고 피카소가 공산당 당원이 되어 그린 그림이라서? 다른 것들은 차치하고 이데올로기 등을 무시하고 오직 그림으로만 대하고 싶은 심정뿐이다.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한국에서의 학살'은 인천 상륙작전을 거친 미군이 북한으로 진격하여 황해도 신천에서(1950년 10월 17일부터 12월 7일까지) 삼만 오천 삼백 팔십삼 명(35383)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 사실이다. 나 자신을 비롯한 전쟁의 당사자들인 부모세대를 비롯해 한국민들 몇 명이나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이 작품이 1951년 파리 살롱 드 메에서 처음 공개되었을 때의 반응을 미술사학자 정영목의 논문의 부분을 인용해 보면
"제2의 ‘게르니카’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우선 미학적으로 ‘게르니카’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평가였고, 프랑스 공산당은 공산당대로 학살의 주체가 선명하지 않다는 데에 불만을 품었고, 미국을 위시한 자유진영은 한국전쟁에 관한 공산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선전의 일부로 이용)로서 피카소가 미국을 이 전쟁의 원흉으로 몰고 간다고 비난했다.”
아마도 미군들이 저지른 만행이기 때문에 미군정의 간섭을 받고 우호국인 미국의 심사를 거스르기 싫어서 그동안 들어오지 못하고 이 그림이 이제야 한국에 들어와 전시를 하게 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그림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피카소 - 게르니카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스페인 선거를 뒤집고 군사반란을 일으킨 프랑코 정권을 지원하여 나치 공군이 무차별 폭격으로 저지른 대학살이었다. 피카소의 화실을 찾아온 나치 대원이 그 그림을 가리키며
“당신이 그렸소?”라고 묻자 피카소가 대답하기를
“그것은 당신들이 그렸소!”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국립 피카소 미술관에 따르면 피카소는 1953년에 "전쟁의 모습을 표현할 때 나는 오로지 '잔혹성'만을 생각한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 군인들의 군모와 군복 같은 것들은 생각해본 적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고 한다.
피카소는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로 표현했다. 한국전쟁의 처참함을 그린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 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한 것 같다.
전시기획자 비채 아트 뮤지엄은 "다음 달 5월 1일 1부터 8월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연다고 밝히면서 '한국에서의 학살' 이 국내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는데 "Into the Myth"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 피카소 미술관 소장 작품 110여 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에 속한다.
피카소의 청년 시절인 1900년대 초부터 황혼기인 1960년대까지 전 생애 작품을 연대기별로 소개하는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리 테레즈의 초상', '피에로 옷을 입은 폴'을 비롯한 유화와 판화, 다양한 도자기 등이 전시된다.
또한 '한국에서의 학살'은 반공법 등에 묶여 그동안 국내에서 전시되지 못했다고 하면서 비채 아트 뮤지엄은 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국내에 최초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장의 그림이 한국에 오니 그림과 도자기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다시 설렌다.
이제 가까운 곳에 있으니 전시회가 시작되면 일찌감치 가서 관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피카소의 그림 속으로 여행을 하는듯하다.
*피카소 - 마리 테레즈의 초상
*각종 신문에 나온 내용과 한가람 미술관에서 배포한 자료를 바탕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