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刺繡)를 하는 시간

by 안신영

마음이 고요해지기 위해 자수刺繡를 놓아요.

수繡를 놓고 싶은 그림을 그립니다.

꽃을 그리고 나비도 그립니다.

어느 땐 귀여운 강아지도 그리지요.

끊임없이 상상을 하며

원하는, 하고 싶은, 그림을 그려요.

갖가지 고운 색실로 그림의 선 따라

한 땀 한 땀 바늘을 움직여 그림을 채웁니다.

서툰 솜씨로 선 밖으로 땀을 두면

뜯어 내고 다시 하지요.

몇 번씩 뜯어 내기를 반복하기도 해요.

우리의 삶은 연습이 없어서 그러지 못해요.

예쁜 그림을 그리듯 어떻게 살까 삶을 그려보고

건축가가 벽돌 한 장 한 장 올려 집을 짓듯

그림 위에 맞는 자수를 고운 색실로 완성해요.

내 삶의 평화로운 돛단배 순풍에 미끄러지는

항해라 생각은 못해도 행복의 파랑새를 꿈 꾸지요.

비가 오고 바람 부는 태풍에 삐걱대는 돛단배

망망대해 길을 잃고 헤매도 지표는 잃지 않아.

수(繡)를 놓다 바늘에 찔려 빨간 핏방울이 얼룩져도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는 삶은 아닌 데다

맞닥뜨려 싸우는 싸움닭도 못 되는 바보 얼치기였어도.

자수刺繡를 하는 시간은, 마음이 고요해져요.

'고요해야 수를 놓지요'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요하기 위해 바늘에 고운 실을 꿰어요.

잡념이 비껴가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돌아보면 원망과 비통함이 있을 법도 한데

다 내 탓이야! 무슨 소용일까, 생각 들어요.

잘못 그려진 자수의 그림처럼 지우고

다시 세운 설계로 되돌아가는 삶은 어려워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살았음을

보석 같은 아이들이 제 몫을 하며 삶을 이어가니

그래도 잘 버텨왔구나 스스로 토닥여요.


너! 잘 살아왔어 라며.



*photo by young

*손녀를 키우면서 심플한 옷에 변화를 주기 위해 귀여운 동물 모양 원포인트 자수를 놓았어요.

*남과 다른 옷을 입기 위해 무지 옷을 사다가 카라나 소매에 수를 놓아 입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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