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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Aug 24. 2021

하루 맑았고요, 오늘도 비

손녀 하율이가

"할머니가 마중 나오면 좋겠어요"

하원 하는 버스에서 내릴 때

할머니가 있으면 했는데, 할머니가 안 보였지.

"헐머니는?"

"할머니 모임 가셨어. 지금 오고 계셔."


어디쯤 오냐고 전화가 왔었지.

하원 시간에 맞춰 버스를 기다렸죠.

마침 첫 번째로 내린 하율이

"할머니~~~"

두 팔 벌려 달려든다.

한 번도 제 엄마에게 이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네요~^^

모처럼 날이 맑은 휴일

손을 잡고 바닷가로 갔어요.

구멍 속에 손가락 쏙쏙 집어넣어

"뭐가 있을까?"

"에이, 아무것도 없네."

쪼그만 게가 기어 다니고

하얀 조가비, 앙증맞은 손으로 꼬물꼬물 집아 든다.

"곧 물이 찬다. 나가야겠네~"

"나가기 싫은데..."

바닷가를 걸으며 꽃과 열매.

이름이 궁금해

"이건 뭐예요? 저건?"

"천인국, 석류, 동백 열매, 모과~"

"먹을 수 있어요?"

"으음,  우리 말고, 새들이 먹을 수 있어."

빨간 낙상홍 열매 앞에서

"사진 찍으세요~^^"하며 바라본다.

"찰칵!"

손녀만 보면 사진을 찍어대는 할머니에게

따가운 햇볕에 눈을 찡그리며 서 있네요.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아

데리고 다니고 싶은데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왔어요.

손녀 올 시간엔 해가 나와 바다에 갔으면 해요.

내일은 비가 그쳤으면요~

이별의 순간은 빨리도 오네요~

이렇게 맑은 날이 한 이틀뿐이었어요~^^

모과, 아왜나무열매, 계요등, 대추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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