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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09. 2021

사랑의 시가 가슴에 닿아 꽃 한 송이  피어나다.

이창훈 시인의 너 없는 봄날 ,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

내 그리운 사랑을 품에 안고 다니듯이

시집을 품에 안고 다녔음을 고백합니다.

이창훈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내 가슴이 절절해왔음을 고백합니다.

어떻게 이토록 내 마음을 간절하게도 말해주는지요.

때로는 먹먹해서 눈물짓고, 때로는 가슴이 아파와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리뷰 신청 공지가 떴을 때 한 번도 리뷰를 써보지 않았으면서 덜컥 신청을 했습니다

예쁜 시집을 받고 가슴이 떨렸습니다.

시집 안에 시와 어울리는 수묵화 같은 꽃이 반겨주기도 하고, 꽃잎이 흩날리기도 하는 가슴에 품기 좋은 시집입니다.

몇 편의 시 만으로도 내 가슴이 울렁 걸렸는데, 얼마나 많은 시어들이 저를 울릴까 하고 떨렸습니다.

또 제대로 된 리뷰를 올릴 수 있을지 몰라 떨린 가슴이기도 했습니다.


시인은 남양주 심석고등학교에서 어린 벗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나눠주고 계시는 선생님입니다.

이창훈 시인의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는 총 5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제1부 너 없는 봄날 너에게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다.

제2부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

제3부 길은 뻗어 있고 해는 저문다

제4부 누군가를 한 생을 다 해 기다려 본 적이 있냐고

제5부 이 별에 우리는 사랑하려고 왔다


제1부 너 없는 봄날 너에게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다.


시 한 편의 제목만 보아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어쩜 내 맘과 똑같은지요.

한 연 한 연 읽어 내려가며 가슴은 울렁거렸어요.

어쩜 이리도 마음이 하해河海와 같을까요?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의 마음이 이러실까요?

아낌없이 대가代價없는 사랑으로 생을 마감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닮으셨나요?


가슴에 품고 다니면 작가님의 시어들이 내 가슴으로 안겨 차곡차곡 쌓였다가 한송이 꽃으로, 물안개 피어오르듯이 내 안에서 다시 피어올라 저 자신도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이 차올랐어요.

아주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마음이 되었었다는 것이지요.

가 그동안 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페이지를 펴서 읽어 보아도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 따듯한 분이시구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오는 시인의 정갈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조화(造花)


꽃이 되고 싶었다.

꽃으로 피고 싶었다


너만의 꽃이 되어

네 눈 속에

네 가슴 한복판

너만의 꽃으로 피어나고 싶었다


물을 주지 않아도

햇살 한 줄기 내려오지 않아도

뿌리내릴 뿌리 하나 없어도


밝고 화사한 얼굴을 들어

태어난 빛깔 그대로

그냥 말없이 너를 보고 싶었다


너 없는 봄날

너에게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다


*그대 가슴팍에 파묻고 영원한 꽃이 되고 싶었지요.


음악


먼 곳의 너를

더 이상 볼 수 없어


듣는다

눈 감고 너를 듣는다


* 그대와 함께 했던 음악이라면 더더욱 온몸으로 그대를 듣습니다.


사랑의 길


차라리 이별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것이 이 별에서

나의 사랑을 잃지 않는 길


잃지 않겠다는 건

잊지 않겠다는 것


어둠이 깊을수록

총총 빛나는


*이 별에서 사랑을 잃지도

잊지도 않겠어요.

어둠이 깊어야 별은 더 빛나니까요.


제2부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


고슴도치


누군가 박은 못처럼

밖에서 들어와 박힌 것이 아니다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어 난 것이다.


*가슴을 탁 치는 깨달음을 얻은 거예요.

매번 가시가 와서 내게 박힌다고 생각하며 살면서

앙탈을 부리듯 그 가시를 빼내려고만 했지요.

그러나 가시는 내 안에서 돋아난 것이 더 많았던 것이었어요.


봄날은 간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아

이렇게도 꽃을 피운다


몸이 아픈 게 아니다

마음이 아픈 게 아니다


피는 꽃에

한 사람 죽도록 그리운 것이다


사랑은 가도 사람은 남아

저렇게도 꽃이 저문다


꽃이 지는 날

금세 해는 지고

나도 돌아갈 것이다


*사람은 갔어도 마음에 남아 있는

추억으로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다 꽃 지는 날 돌아가겠지요.


제3부 길은 뻗어 있고 해는 저문다


독작獨酌


길은 멀리 뻗어 있고

해는 저문다


검은 입을 벌리고

등 뒤로 서서히 다가오는 밤


밤이 되면 비로소 문이 열리고

그리움의 힘으로

또다시 별은 힘없이 뜰 것이다


먼발치에서 그저

올려다 볼 수 밖에 없는

사람만이 영원한 사랑이라고


술을 따르는 내가

술을 마시는 내게 말한다

술을 따르는 내가

술에 취하는 나에게 말한다

다가설 수 없다는 건

차라리 쓸쓸함이다


그러니 건배


*영원한 사랑을 위해 무얼 해야 하나요.

슬픔으로 얼룩지는 마음을 달래고, 다가오는 어둠에 밀려 술 한잔으로 자작하는 시간,

술을 라 내게 하는 말, 쓸쓸해서 하는 말, 그저 건배라는 말 외엔...


눈부처


위대한 사랑도 한 줄의 서툰 고백에서 시작된다는

더디고 아름다운 말

이젠 믿지 않는다


얼은 강 건너 꽃이 피고

먼 길 에돌아

네가 다시 온다면


그 무엇도 말하지 않으리라

아무것도 고백하지 않으리라


말없이 피는 봄의 눈으로

네 눈을 바라보리라

네 눈 속으로 들어가리라


*아름다운 말, 눈부처

눈부처는 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 당신의 눈동자에 새겨진 '나'의 형상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대가 돌아온다면 온 것 만으로 세상을 얻은 듯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하리. 그대 눈을 바라보고

눈 속으로 들어가는 일 외엔.


소설小雪


사랑의 예감은 겨울에도 왜 이리도 간절한가


첫눈 온다는 날

첫눈 오듯이


여태껏 쓰여지지 않은

소설처럼 다시

네가 온다면


늘 기다립니다.

하마 이제나 저제나

간절한 기다림은 허망으로 끝이 나고

정말 소설처럼 그대가 나타난다면 꿈일까요?


 부메랑


던지면

아무리 멀리 던져도


내 손으로 되돌아오던  

부메랑처럼


떠나면

아무리 멀리 떠나도


내 가슴으로 되돌아오는

너였으면


*그래요. 그랬으면 했어요.

그러나 그대는 부메랑은 아닌가 봐요.


제4부 누군가를 한 생을 다 해 기다려 본 적이 있냐고


나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움이 전부일 거라고


지나가는 바람이 말했다


그리움의 힘으로 떨리는 잎들

소리 없는 입의 침묵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래 그리움이 전부일 테지만


누군가 떠난 자리

말없이 손 흔들다

해는 지고 어둠은 내려

차마 뒤돌아서지 못해

그 자리 붙박여 눈 밝혀


누군가를

한 생을 다해 기다려 본 적이 있냐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덜미에 말했다.


*그래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움이 전부예요.

그대 떠나간 자리에서 손 흔들다 뒤돌아서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는 바람에게 아직은 말 못 해요.

한 생을 다해 그대를 기다릴 자신이 점점 없어지네요.


눈사람


나무가 되고 싶었지만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계절이란

나의 사전에 없는 말


내 생은

온종일 겨울이었으나


내 사랑은

언제나 따스했다.


*마음속의 사계절은 언제나 따스한 봄날

그대가 내 곁에 있던 날.


제5부 이 별에 우리는 사랑하려고 왔다.


종례-교실 일지


얘들아

잘 나가기 위해 오지 않았다

잘 살기 위해 왔다


성공하려고 오지 않았다

성장하려고 왔다


마주 보고 서로의 눈을

말없이 들여다보아라


마주 서서 서로의 손을

지금 꽉 맞잡아 보아라


이 별에 우리는

사랑하려고 왔다.


*얼마나 진심인지 나타나는 스승의 마음인지요.

점점 잊히고 멀어져 가는 어린 벗들의 순수함, 성장해야 하는데 성공부터 부르짖는, 

사랑해야 하는데 시기 질투를 넘어 무너뜨리는 일부터 배우는 현실에

부드럽고 완곡하게 말씀 주시는 진정한 스승님.

이 별에 사랑하러 왔다는 말씀이 얼마나 좋은지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부터 단단해야 이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겠지요.


나무


나무는

나무를 베려던 사람을 나무라지 않는다


나무가

베인 핏물로 써 내려간 종이에


사람들은

희망이라 읽고 사랑이라고 쓴다


내일도 바람에

귀를 씻는 푸른 잎사귀


나무는

제 손을 갉아먹는 벌레를 나무라지 않는다


못 뽑힌 자리 멍든 손 들어

괜찮다 괜찮다....十字架 흔들며 뿌리내린다


나무 둥지 송송 뚫린 구멍으로

사람들은 높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예전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다가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무는 깎이고 숭숭 구멍이 뚫려도 누구 하나 원망하지 않아요. 너른 품이지요.

사람은 욕망의 동물이어서 주는 이에겐 한없이 내어 놓으라고, 우리의 자연이 황폐해지는 환경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이기적인 생각만 하지요. 저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고 제대로 지키지 못해요.

하지만 조심은 하고 살아요. 희망을 품어야 사랑이 오니까요.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하려고 합니다.


섬- 교실 일지


긴 여휴 끝나 마주하는

첫 문학시간


"샘~어디 좀 다녀오셨어요?"


연휴 내내 독서실에서

수능 문제집들과 씨름하다 온

아이들이 묻는다


"섬에 좀 다녀왔다, 혼자서~"


"우와"좋았겠다. 무슨 섬요?"


"샘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섬

그러나 어쩌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섬"


"그 섬이 어딘데요?"


"그럼에도"와 "일어섬"


삽시간에 정적이 흐르다

피식피식~ 터져 나오는 헛웃음들


실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과목이 문학이니까 함 봐준다는 듯

재잘재잘대는 어린 벗들에게


잔뜩 비 내리는 시험지 저공비행하는 성적으로

어디 숨을 곳 없나 아무리 찾아봐도

바닥 치는 마음 길은 보이지 않아

길바닥에 그저 눕히고만 싶을 때


꿈이 뭐야? 뭐 공부하고 싶어?라는 질문에

여태껏 꿈이 없어 뭘 공부해야 할지 몰라

고장 난 나침반의 헛도는 바늘처럼 갈팡질팡

어디를 바라보고 어느 길을 향해 서야 할지 도무지 모를 때

도무지 몰라 누군가

긴 손가락을 들어 그 길의 길을 가리켜 주었으면 좋겠다고

욕망할 때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

사랑하는 누군가가 매정히 등을 보이며 돌아설 때

그 돌아섬에 무너지는 마음

재처럼 주저앉아 속으로만 울게 될 대

안으로만 소용 돌치지는 그 울음에

잠겨 죽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그런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은 마음의 척추를 꼿꼿이 세워 가야 할

외로운


다시 "일어섬"


*이창훈 시인의 시는 가끔 미소를 짓게 하는 위트가 한 번씩 시에서 나옵니다.

동음이의同音異義를 적절하게 사용한 곳에서 절로 빙그레 미소가 번졌어요.

다리 2의 3연에서

"다리는

다리를 건너고 싶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물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는 시인의 매서운 눈을 느끼며 또 하나 웁니다.

어린 벗들과의 대화를 말장난 비슷하게 하면서 위의 시처럼 "그럼에도"와 "일어섬"

얼마나 멋진 가요. 어린 벗들은 선생님을 무척 좋아할 것 같습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본인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아주는 선생님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요즘, 위트 있고 속마음 알아주는

친구 같은 선생님을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절절한 마음으로 시를 읽어 가다가 어떤 시를 대하고는 혼자 실실 웃기도 하는데

베아트리체~단테가 사랑한 소녀가 아닌 '나무를 마음에 새긴 몸' - 베아. 트리. 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이슬라 네그라' 검은 섬이라는 말로 유명한 칠레의 어느 바닷가를 떠올리며

러시아 태생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를 차용해 행복한 유언으로

 '이슬라 네그라에 거기에 가서 나는 죽다'를 남기고 싶어 하는 시인은 참으로 재미있는 상상력을 펼치는 분이란 느낌입니다.


추천의 글에서 시인학교 교장이며 조서희 문학 평론가는

"이창훈 시인의 시편들은 울림이 있다. 소외된 이들에게 따듯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외로운 이들에게 눈물과 그리움의 말을 넌지시 건넨다"라고 평합니다.

또한 시인의 시는 그리운 대상에게 아낌없이 다가가 전해지는 마음의 절절함에 매료되기도 합니다. 팍팍하고 녹록지 않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대변하는 시인의 마음, 사랑의 시로 메마르지 않을 사랑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시인입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은 시어詩語로 우리를 편하게 끌어들여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랑의 시詩들이어서 좋습니다.


시인의 시 전편에 흐르는 따스함과 소외된 이들을 향한 열린 마음으로 위로를 주는 말들이 시를 읽는 내내 마음이 따사로웠습니다. 시인의 바람처럼 시 한 편 한 편이 마음속 깊이 다가와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시집을 품고 여러 날 설레는 마음으로 지낼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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