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써준 여인들이 고맙다.

얼결에 한 집들이.

by 안신영

반가운 작가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가님~ 내일 00이랑 작가님 댁에 가도 돼요? 시간 되세요?"

"내일? 오세요. 오세요~^^"

머릿속은 재빠르게 '점심은 밖에서 먹고, 차는 집에서 마시면 되겠지? 아냐, 그래도 처음인데 집밥을 먹어야지. 반찬이든 밥이든 문제가 아냐. 금방 뚝딱인데.'

집에서 밥을 먹자고 말을 해놓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없다.

지난번 보름에 막내 집에 가서 나물 해주고 남은 것이 냉장고에 있으니 취나물과 곤드레 볶고, 된장국 끓이고 고등어와 떡갈비 굽고.... 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는데

재료만 있지 간장이 없네. 김치도 없어. 없는 것투성이다.

사실 주변에서 밥 굶고 살까 싶어 조미김 한 박스, 깍두기, 총각김치 등을 보내줘서 한동안 먹는다고 반찬을 만들지 않고 지냈기에 양념이 한 가지도 없는 것이다.

와~

안신영이 맞나? 갖가지 음식을 만들던 그 안신영이 어디로 갔나? 우하하하!

혼자 두세 달 지내다 보니 간단한 것만 쫒으며 살았다.

다시

"점심은 밖에서 먹읍시다. 간장도 없네요. 하하하..." 라며 톡을 보내고 미안해하며 다시 머리를 굴렸다.

외투를 걸치고 근처 마트에 가서 간장류를 스캔했다.

먼저 있던 석촌동의 마트보다 비싼 게 확실하다. 그냥 나오기 미안해 마늘 한 봉지를 사고 나오면서 빠르게 다시 계산한다. 아침 일찍 석촌동에 가서 장을 보고 배달을 시킨다. 장류와 과일까지 사면 무거우니 내 체력에 들고 오지 못하고 오전에 보아야 할 일이 있으니 물건부터 배달시킨다. 일 마치고 와서 빠르게 조리한다.


양해를 구하면 서로 이해 가능한 사람들이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손님 앉혀 놓고 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후다닥 만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들어오는 길에 바지락, 애호박, 버섯, 풋고추, 두부를 추가로 사들고 들어와 육수부터 내려고 올려놓고 나니 전화벨이 울린다.

"어느 빌라예요? "

"왔어요?" 하며 나가니 차가 안 보인다.

"아파트 담벼락에 주차했어요."

"거긴 안되는데."

아파트 쪽으로 달려가니 차가 보여 동승하고 우리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친구는 지하철 타고 온다고 했다 해서 전화하니 내려서 어디쯤이라고 한다.

작가님에게 집에 있으라 하고 작가님 친구 마중하러 달려 나갔다.

두 여인의 선물~♡

반가운 작가님은 브런치에서 활동하던 분이다. 막내 동생보다 조금 더 어린 분인데 코드가 잘 맞는다.

작년 봄에 인연이 되어 작가님 부부와 수원 화성도 함께 걷고 친구와 서삼릉에도 놀러 와 함께 릉을 거닐었다.

광개토대왕비가 있는 너른 마당에서 점심도 먹으며 연못과 그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을 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서로가 올린 글을 읽어서인지 오랜 친구 같았다. 어느 날 브런치를 쉬겠다며 더 애정이 가는 블로그에 집중하느라 아직 브런치에 돌아오지는 않지만 파워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여름엔 용산 가족공원에서 한번 더 만나 공원을 돌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가을엔 셋이서 영등포에 있는 도림천 생태공원 걷는다고(12km 이상) 무리해서 발에 병이 나기도 했다

뭐랄까 솔직한 것이 나랑 같다고나 할까? 글이나 삶이나 똑같은 향기를 풍긴다. 진솔하고 사람이 진국이다. 특히 알뜰하게 생활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서 마음에 든다.

작가님 친구까지 들어오고 나서 사정을 얘기하고 쌀을 안쳐 올려놓으며

"찬은 없지만 그냥 집에서 먹자. 아침에 시장 다 봐왔어."

"간장을 가져올까 생각도 했어요. ㅎㅎㅎ~"

그릇 없다 소리를 듣고 그릇 세트도 가져온 작가님.

국그릇은 놓쳐서 깨고 밥그릇 1개로 살았다며 선물로 온 밥그릇을 꺼내 씻는다.

우선 작가님 좋아하는 단감을 꺼내 놓으며 밥 될 동안 우선 한 조각씩 먹으며 얘기 나눈다. 나물 볶으며 된장국을 끓이고, 떡갈비를 구웠다. 고등어를 구으려니 그만하란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집밥을 먹게 돼서 좋단다.

"이사 온 날, 이삿짐 아저씨랑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긴 했는데, 반찬이 영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코로나 문제도 있고."

"저도 그게 제일 걱정이 되었어요. 작가님 힘드시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아니 전혀. 하나도 안 힘들어. 다 이해해 주니 좋기만 한걸."

작업실에 들어앉아 있는 식탁 위엔 정리되지 않은 물건이 많다. 그래도 그것 치우고 거기서 밥을 먹자고 하니

"여기서 먹어요. 신문지 없어요?"

하하하! 왜 이리 유쾌하고 재밌는지 모르겠다. 마치 소풍 나온 아이들 같다.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부직포로 된 새 행주를 펼치고 반찬 접시를 차린다. 김 그릇도 꺼내고 된장국도 한 그릇씩 떠 놓으니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40여 분 만에 다 된듯하다.

배가 고파 맛있다며 식사부터 하다가

"아 사진을 못 찍었네요." 한다.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는데... 앗, 창피하게 밥상도 없는 상차림을?

브런치 작가 노니님의 작품

설거지는 친구가 한다고 시작하니

"작가님, 00 이가 우리 모일 때는 원래 설거지 안 하는 얜데 여기선 하네요. ㅎㅎ~"

"안 해도 돼. 나중에 내가 하면 되는데 ~"

"우리 간 다음에 혼자 하면 쓸쓸해서 안돼요. 커피 내려 주세요."

사과와 단감을 꺼내 주고 난 커피를 내린다. 사과를 깎으며 작가님은

"아침에 바빠서 사과를 못 먹고 왔어. 나 사과 먹어야 변비가 안 생겨."

"나 어릴 때 변비 있다고 아버지가 내 전용 사과 한 박스씩 사주곤 하셨는데."

"작가님이나 00이나 어렸을 때 너무 귀하게 커서 남자 볼 줄을 몰라서 지금 힘든 거예요. 남자 잘못 만나서."

"맞아. 맞아. 남자 볼 줄 몰랐지. 인정 "


다과를 하면서 휘희 둘러본 작가님은

"냉장고랑 전자레인지 위치를 바꿔 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나, 힘쓰는 거 못해."

"우리 있을 때 해요. 해줄게요."

난 이사 올 때부터 있던 그 자리에 두고 사용만 한다. 전자레인지와 올려놓을 수납장을 사서 싱크대 옆에 놓고 그냥 쓰고 있었는데, 현관문을 열었을 때 거실이 다 보여 가려줘야 한다고 한다.

냉장고와 신발장을 전자레인지 있던 자리로 옮기고 전자레인지를 구석으로 보낸다. 거울을 옆에 가져와 세우니 훨씬 규모 있게 공간 구성이 되었다.

힘을 써서 옮겨놓은 것.

위치를 바꾸고 나니 훨씬 낫다며 만족해하는 두 사람을 보니 대견하다. 여형제 없이 자란 나는 한꺼번에 동생 둘을 얻은 듯이 즐겁다.

송파 둘레길을 걸으러 나간다. 원래 잘 걷는 두 사람이다. 작가님은 주말마다 3만 보 정도씩 걷는다. 난 매일 만보 이상을 걷는다면 둘은 주말에 공원으로 산으로 다니면서 많이 걷는 것이다.

송파 둘레길은 21㎞ 순환형 수변산책로인데 성내천길, 장지천길, 탄천길, 한강길로 걷고 싶은 길을 선택해서 걸어 볼 수 있는 길이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오고 나니 좋은 둘레길이 있어서 걷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좋다. 마음만 먹으면 둘레길로 나가 노을을 바라보며 물에서 놀고 있는 물새들을 구경하며 눈의 피로를 풀고 어지러운 마음까지 평화로움으로 가득 채워 돌아오는 시간이 된다.

다만 걷는 길이 탄력이 있는 우레탄이나 야자수로 만든 멍석 길이 아니라서 많이 걷다 보면 쉽게 피곤해진다. 아마도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우레탄으로 하지 않은 것 같다. 둑길 중간쯤에 걷는 길이 있고 아래는 마른 풀이 가득한 부지인데 강으로 가보려면 부석거리는 숲을 헤쳐 나가야 한다. 작가님은 새들 사진을 찍고 싶어서 발자국이 나 있는 길을 따라 강가로 나간다. 가마우지와 오리들이 평화로이 놀고 있다.

몇몇은 날기도 하고 몇몇은 모여서 무슨 얘기들을 나누는지 다정스러운 모습이 마치 인간세상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욕심은 없어 보인다. 쌓아 두지 않고 배고프면 물고기 잡고, 배부르면 걷고, 명상하며 보내는 그들이 무한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 셋은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며 바람이 세게 불어오는 것을 보며 발길을 돌린다.

작가님은 집이 인천이라 먼길을 가야 하니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아쉬운 작별을 하지만 곧 다시 만나기로 한다. 귀한 걸음을 해준 두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일이다.

돌아가서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며

"이것저것 챙겨 주셔서 친정 엄마에게 다녀온 것 같아요."

난 어느새 두 사람의 친정 엄마가 되었다.

많이 웃고 오랜만에 혼밥 아닌 여럿이 밥을 먹으니 고기반찬 없이도 꿀맛이었다.

작가님 친구가 저와 더 친해 보인다나요~^^


https://blog.naver.com/hyeon9948/222652140304


*photo by young.

*하단 사진;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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