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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Oct 19. 2020

레미제라블을 보다

                                                                                                                                  

어렸을 때 읽은 장발장 스토리.


여동생의 아들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쳐 감옥 생활을 한 남자.


세상은 가혹하기만 해서 어린 마음에도 장발장이 가여워서 눈물을 찔끔거렸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2012년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영화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수십 년 동안 레미제라블은 계속 영화화되어 왔었다. 흑백영화 시절부터.


내가 본 맨 처음 뮤지컬 영화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는데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는 장면들이 꽤 많다.


실제 있었던 일을 각색해서 만들었다는 영화인데 주인공 역할을 했던 쥴리 앤드류스의 연기와 막힘없이 잘 부르는 노래에 반했었다. 그 후에도 쥴리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메리 포핀스'같은 여려 영화 속에서 계속 노래를 불렀고 꿈을 꾸게 하는 인물이었다. 가장 최근엔 그리스가 무대가 된 매릴 스트립이 나 온 '맘마미야'였는데 '아바'의 노래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때 메릴 스트립의 딸로 나왔던 여배우가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 역을 맡았다.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가 자베르 경감 역으로 나오고 장발장 역으로 '울버린'의 휴 잭맨.


몇 주 전에 주인공역인 휴 잭맨이 홍보차 내한했었고, 개봉 후에 많은 이들이 감동적이라는 평을 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열연한 앤 해서웨이를 좋아하는 까닭에 출연진만 보아도 쟁쟁한 배우들이라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새로운 영화가 들어와 개봉하고 나면 곡 보고 싶은 영화들이 가끔 있는데 어쩌다 보면 놓치는 경우가 많다. 사는 일이 바빠서인지, 문득 혼자라도 가야지 했다가 선뜻 나서지 못해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못 본 경우가 더 많았다.


주말엔 거의 문밖을 나가지 않는 편이라 일부러 일을 만들지 않으면 방콕이 되어 버릴 것 같아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영화를 보러 간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뮤지컬 영화라서 더 내 마음이 끌렸나 보다.


이 번 영화는 대사가 대부분 노래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의 뮤지컬 영화는 일반적인 대사는 대사대로 치고 감정 표현의 고조를 위해서 노래와 춤이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레미제라블은 거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불러졌다.


노예들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노역을 하며 부르는 웅장한 합창이 첫 장면부터 압도된다.


마음의 노래를 표현하는 배우들, 자베르 경감의 끈질긴 추격의 노래, 장발장의 고뇌하는 노래. 어린 코제트의 순수한 어린아이의 노래. 여관집  사기꾼 부부의 능수 능란한 연기와 노래.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첫눈에 반해 부르는 노래들, 코제트의 아름답고 청순한 예쁜 목소리. 에머 핀의 마리우스를 향한 절절한 짝사랑의 노래.


프랑스 변혁기의 젊은이들, 민중들의 혁명의 노래.


가석방이 되었지만 정말 위험한 인물이라는 문서의 신분증으로 인하여 일자리도 찾을 수 없는 장발장.


잠을 청한 마구간에서도 쫓겨나는 현실. 결국 성당의 신부님의 배려로 따뜻한 음식과 안온한 잠자리를 제공받지만 은식기 들을 훔쳐 달아났다 다시 잡혀온 장발장에게 선물이라며 은촛대를 더 얹어 주는 신부님.


그래서 장발장은 돌같이 굳었던 마음이, 세상에 대한 증오가 서서히 녹기 시작하며 주님을 만난다.


신분을 속이고 시장이 되어 공장을 운영하며 좋은 일을 하지만 자베르 경감과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쫓기고 쫓는 악순환이 되지만 코제트를 어엿한 아름다운 숙녀로 만들며,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한 젊은이를 살려 내고 떠나는 아버지로서의 숭고한 마음. 그 와 중에 자베르를 한 번 살려 주는 자비를 베풀면서 의무에 충실했던 자베르의 고뇌가 별마저 차가운 밤하늘 아래에서 독백의 노래가 울린다. 오직 가석방 중에 달아 난 한 죄수를 쫓기 위해 삶의 목적인 듯했던 쟈베르. 마리우스를 살려 내기 위해 겨눈 총구 앞에서도 당당히 가버린 장발장을 더 이상 좇을 수도 없다. 강물에 투신하는 쟈베르 경감.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것과 일반적인 사회에서 죄라고 단정 짓고 벌주는 차이는 무엇일까?


프랑스 사회의 혼란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힘없는 약자에게는 더욱 권력을 휘두르고 무자비하게 학대하는 사회상에 경악했다. 자비라는 것은 결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듯이 보였고, 오직 하나님만이 자비와 사랑을 베푸는 존재다. 하나님이 볼 때 누가 죄인이고 누가 정의로운 사람인가?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면 코제트가 떠나게 될까 봐 전전긍긍 고백하지 못하는 마음의 노래,


마리우스가 결혼식날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장발장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죽음 앞에 놓여 있는 장발장 앞에 코제트와 함께 나타나서 그래도 행복한 주음을 맞이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도 어렸을 때 아마 초등시절에 읽은 소설이라 대략 기억은 나지만 원작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두 시간 넘게 감동의 시간을 보낸 것에 후회 없는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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