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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Oct 19. 2020

잠 못 드는 밤

                                                                                                                                    

새벽잠을 깨우던 풀벌레들의 합창이 사라졌다.


청아하고 맑은 음색이 벌써 그립다.


귀뚜라미 한 마리 훤히 밝아오는 새벽녘까지


창밑에서 그리 울어 대더니...


차라리 풀벌레 합창이 났지.


잠 안 오는 밤.


도시의 가로등은 불면의 밤을 더욱 심란하게 하고


온갖 자잘한 소음으로 신경은 더욱 곤두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


멀리서 개 짖는 소리. 야식 배달하는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방안에서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부터,


컴퓨터의 아웅 하는 기계음, 음악도 부질없다.


음악은 기계음으로 인해 제대로의 음색이 들리지 않는다.


컴퓨터를 끈다. 조금 조용해진다.


옆집의 수돗물 트는 소리까지도


귀는 커다란 성기가 되어 온갖 소음을 다 끌어모으는


실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더욱 뒤척이는 밤.


오래전에 읽은 박완서 님의 한 작품이 생각난다.


아파트에서 생활에서의 소음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낮에 가만히 있어보면 벽속에서조차 소음이 난다고 했다.


수도관, 전기관, 하수관, 심지어 수세식 화장실까지 통로로


전부 연결이 되어 있으니


꼭대기 한 집만 사용해도 그 라인은 전부 소리가 난다는.



의사는 신경성 스트레스라나.


심인성 말이에요. 빙긋 웃으면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난 괴로운 밤을 지내는데...


새벽녘에 겨우 잠들었다가 1시간, 2시간마다 깨어서는


아침이 밝아 오니


하루 종일 두 눈이 뻑뻑해서 안약 챙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틈만 나면 두 눈을 감는다.


밤이 되면 잠자는 문제로 점점 두려워진다.


잠은 오지 않고 머릿속에 "엄지발가락의 자유를 다시


꿈꾸며"의 어제 쓰던 다음 장을 정리한다.


문장을 끌어 오며 정리하느라 잠은 저 멀리 달아나고 다시 컴


앞으로 와 글을 쓴다.


어떤 날보다도 피곤한 월요일의 밤은 깊어가는데, 몸은


천근, 두 어깨가 가라앉는다.


희미한 머릿속에서 어떤 문장은 줄을 이어 곧장 몇 줄로


채워지고


어떤 문장은 지워졌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진정 내가


표현하고 싶은 글귀는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찾는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밤을 새울 수는 없다.


약을 빌려서라도 자야 한다.


"고생하지 말고 먹고 자요."


다시 며칠 분을 처방 내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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