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신영 Aug 16. 2022

친구와 북촌에서

아웅다웅하면서도 찾는 것은 친구

지난 6어느 월요일 친구의  카페 휴무와 와 휴무일이 같았다.

오랜만에 밥 한 끼 먹자고 한다. 코로나로 친구는 한동안 교회에 나오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친구는 고향 친구.

4학년 마치고 서울로 전학한 나와  그 친구랑 만나게 된 것은 2001년 봄, 37년 만에 만나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어렸을 때 소꿉친구여서 만나자마자 무장해제가 된 우리였지만 자주 만날수록 서로 다른 성향으로 가끔씩은 툭툭 내던지는 말로 인해 상처 아닌 상처를 입기도 했다.

창의문 옆, 친구 카페.

여장부 타입의 친구와  이십 수년간 시집살이하며 남편의 간섭 아래 수동적 순종형으로 살아온 나랑은 세상을 대하는 성향이 천지 차이였다. 나와 자신의  잣대와 너무나 달라서 매번 나의 행동에  타박이 심했다.

서울에서 얼마 못 견디고 부산으로 내려간 나를 많이도 힐책했다. 사람 많은데 있어야 일도 많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랬다는 말도 모르냐며 내 삶의 방식을 많이도 나무랐다. 그랬다, 친구는.

그래도 가끔 서울에 와 만날 때마다 반가운 것은 고향(이젠 세종시로 변해서 어릴 적 고향은 없어졌다. )에서 어릴 적 유년을 함께 보내서였나 보다. 시간이 되면 불렀고 고향에 갈 일이 있으면 함께 가자며 동행하고 여기저기 나를 데리고 다니며 맛있는 것 사 먹였다.

북촌 골목길

어제도 예배를 마치고 우리 둘만 먼저 점심을 먹었다. 친구는 12시 카페 오픈을 해야 하고, 난 출근을 해야 해서 다른 교우들이 예배당에 남아 교제하는 동안 교회 옆 한식뷔페에서 먼저 식사할 수밖에 없다. 작은 교회라서 목사님 이하 가족 같은 전교인의 양해 아래. 밥을 먹으면서 여름 선물이라며 크리스털로 만든 마스크 걸이를  주니

"지난번에 해준 것도 잘하고 있어." 하면서도 바꾸더니

"야, 부티 난다. 예쁘다." 하면서 좋아한다.

"지난번에 가회동 언니도 오랜만에 본다고 선물했는데 좋아하시더라."

낮달

친구는 월요일마다 하루 쉰다.

루 쉬는 날, 할 일도 많고 더 바쁘다면서도 휴무일이 같으면 북촌으로 불러내는 친구다. 그런데 밥을 먹다가

"내일 장어집에 가는데 가회동 언니가 너도 오래. 선자(고향 친구)도 부르고, 내가 노는 날로 약속 잡았어." 한다.

"내일은 근무해. 이번엔 빠질게 내 몫까지 많이 먹어."

이렇듯 무슨 건수가 있으면 날 부른다.

6월의 그날도 몇 시까지 어디로 오라며 북촌에 있는 식당 지도를 톡으로 보내왔다.

네 명이 모여 먹는데 부족함 없는 식사와 막걸리 한잔.

그들은 막걸리파. 임금님 잔이라는 키 높은 하얀 술잔에 고급진 막걸리를 따라주며 모두의 안녕을 빈다. 왜 임금님 술잔이라고 하지? 임금님은 잔을 들어 술을 받지 않아서라고 한다.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노을이 엷게 물드는 거리를 거닐다

유명 카페인지 안내하는 대로 따라 들어선 한옥의 베이커리 카페. 너른 마당이 손님을 품을 듯이 반기고 대청마루엔 방석에 앉은 손님들이 빼곡하다.

노을이 물드는 거리.

왠지 북촌에 들어서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나지막한 한옥이 많아서일까? 걸음도 느릿해져 몸과 마음이 괜스레 풀어지는 느낌이 좋다.

바깥 마당의 나무의자에 앉아 구름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하늘 아래 이야기 꽃은 피어나고, 우리의 웃음이 북촌 하늘에 드리워진다.

무사히 지낸 나날.

좋은 사람들과의 롱다롱 정겨움에 감사한다.

이러구러 세월은 흘러가고

깊어가는 밤의 불빛이 스며들 시간, 다음을 기약했다.

*photo by young.



작가의 이전글 글벗들과 그냥, 마냥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