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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20. 2022

가을, 2박 3일의 여정(旅程)

첫째 날-순천만 습지

지난번 글벗들과 봄 여행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만 가득한 채로 가을을 기다렸다.

가을 여행 날짜를 받아놓고 설렘으로 날을 보냈다.

10월  달 연장 근무를 하며 밤 12시에 귀가하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다. 곧 여행이 시작되므로.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선물 준비하는 것도 행복하다. 벌써 좋아하며 함박웃음을 띨 얼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목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멋스럽게 연출할 실크 머플러를 준비한다.

부산글벗인 작가 세분은 순천만으로,  난 서울에서 내려가는 것으로 계획을 맞추고 순천만에 있는 식당으로 모였다. 잔뜩 기대했던 순천 전라도 밥상 음식은 천편일률적으로 변해 있었고, 성의 없는 상차림에 급 실망해서 먹는 둥 마는 둥 수저를 놓고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사방으로 탁 트여 갈대 바다와 낮은 산과 마을의 풍경이 고개만 돌리면 다 바라다 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미리 만들어 놓아 관광지의 음식은 신선함도 맛도 없었다.

너무너무 반갑다고 식당에서 다 하지 못한 인사를 카페에서 다시 하면서 선물을 풀어 각자 분위기에 맞는 일명 뿌띠 스카프를 두르고 좋아하는 것으로 촘촘하게 행복의 그물을 짠다. 다음 달에 생일인 작가님께는

" 한 개 더 골라주세요."

항상 여행의 플랜을 짜고 우리를 태우고 다니면서도 기동력 있다는 것으로 온갖 먹을 것들을 차에 싣고 오는 시인인 그녀. 생일달이 같기도 하지만 늘 고마워서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다.

벌써 피곤치 말라며 비타민 B군의 알약을 꺼내 한 개씩 손에 쥐어 주며 입에 넣으란다. 그녀의 세심함이란...

갈대 바다 데크 길,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갈대에 쌓인 길을 걸어 습지를 보기 위해 용산 전망대로 올라갔다. 용머리 모양을 닮았다는 용산은 습지에서부터 높이 70m 정도라서 오르는데 크게 무리되지 않아 걷기에 좋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습지는 넓고 둥글고 완만하게 이어져

보기에 탄성을 자아낸다. 겨울이면 찾아온다는 겨울의 진객, 흑두루미가 비행을 마치고 갯벌로 려 않는 것이 먼발치에서 보인다. 핸드폰으로 도저히 찍을 수 없는 흑두루미들의 자태. 아쉽다. 순천에서는 논에 나락을 다 거두지 않고  남겨두어 흑두루미의 먹이로 주고 시에서는 보상을 해준다고 한다. 흑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인지 먹을 것이 풍부한 이곳에 개체수가 점점 불어나서 날아든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순천만 습지는 람사르 협약에 가입이 되어 보존에 신경도 쓰고 관리를 하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노을을 보기 위해 아름다운 노을 명소인 와온 해변으로 갈까 하다 가는 길에 노을이 질까 봐 갈대밭에서 해넘이를 보기로 한다.

바람에 날리는 사르락 사르락 소리와 흔들리는 은빛 물결에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으며 즐겁다.

어느덧 어린아이처럼 동심으로 물들어 젊은 연인들이 하는 포즈까지 따라 흉내 내며 사진을 찍어 본다.

썰물과 일몰을 함께 만나기가 힘들어 간조시간을 확인하고 들르기도 한다는데 우리에겐 행운의 여신이 함께 했는지 전망대에서 넓게 펼쳐진 에스라인의 갯벌을 볼 수 있었다. 습지해설사는 설명도 해주며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는데 온전한 순천만을 담기엔 역부족이다. 드론을 띄워 촬영을 하면 커다란 원형의 갈대 습지가 눈에 보이는 대로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에스라인이라는 수로도 더 멋지겠지만 우린 드론도 없거니와 드론으로 촬영을 하려면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무분별한 촬영으로 습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함이리라.

드넓은 갈대 습지가 각종 야생 동식물과 어종을 살리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 내려와 다시 윤슬처럼 반짝이는 갈대숲 길을 걷다 노을 지는 풍경을 기다리며 원두막 모양의 쉼터에 편히 앉아 본다. 곳곳에 평상이나 벤치를 놓아 아픈 다리 쉬어 가라는 배려도 보기에 좋다. 휘휘 둘러보면 온통 갈대만 보이지만 갈대숲 사이로 짱뚱어 새끼들이 바깥나들이 나와 기어 다니고 새끼 게랑 뻘 바닥에서 뛰어노는 것이 보인다. 수로엔 오리들이 야유회를 즐기고 간간이 백로와 왜가리가 넘나 든다. 데크 길엔 그림과 시인들의 작품 액자를 간간이 걸어 놓아, 읽고 음미하며 다시 한번 자연의 예찬에 마음을 보태는 시간을 즐길 수가  있어서 좋다.

손하트에 넘어가는 해님을 담아 보려고 쑥스러운 모습도 연출해 본다. 다들 한 번씩 하트를 만들어 보며 해님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해님은

"오늘은 이만." 하며 산너머로 숨어 버린다.

꽃게와 짱뚱어 조형물을 곳곳에 세워 놓아 순천만은 짱뚱어 고장이라는 것도 확실하게 인식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어서 사진은 뿌옇게 흐렸고 내 핸드폰의 배터리는 일찌감치 나를 버리고 잠잠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 몇 장만 찍고 나서 사진 찍을 생각은 못하고 오로지 모델 노릇을 가장 많이 한 여행이 다.

장 시간이 임박해 사진 삼매경에 빠져 모델 노릇 하다가 첫날의 숙소로 향한다.


*람사르 협약*

습지와 습지의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 환경 협약.

람사르협약의 공식 명칭은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1971년 2월 2일에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체결되었기 때문에 람사르 협약이라고 부른다. 일명 습지 협약이라고도 한다.(다음 참조)

*photo by:

노향숙, 박정아, 안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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