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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27. 2022

가을여행, 두 번째 이야기

삭당을 차렸어요~^^

아름다운 노을까지도 바라보고 감격에 겨운 마음으로 발걸음은 성주에 있는 숙소 골프텔로 향한다.

점심 식사에 급 실망한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러 다시 식당을 물색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향*씨가

"밖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갈래요. 아니면 컵 쌀국수 가져왔는데 그거 먹을까요?"

우린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배 고프면 단감도 있고...."

"아니, 마차도 가져왔어요. 난 아침에 식사 대용으로 타서 먹어요." 마차를 가져온 나는 모두에게 걸쭉하게 마차를 타서 대접할 생각이다.

하지만 우린 젊은 나이가 아니어서 컵 쌀국수 만으로도 충분했다. 향*씨는 커다란 대형 보냉 백에 우리에게 먹일 갖가지 식량을 가득 담아 왔다. 단감도 망에 담긴 것이 반자루나 되었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향*씨가 준비해온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피로를 풀면서, 먼길을 달려온 긴장된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내일을 꿈꾸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니 향*씨는 벌써 우리에게 먹일 샐러드를 준비하고 있다. 각종 야채와 과일, 견과류는 물론이고 큼지막한 샐러드 볼, 앞접시, 젓가락까지 챙겨 온 놀라운 준비성에 우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빵에 발라 먹을 두부마요네즈와 향기 좋은 바질 스프레드를 직접 만들어 갖고 왔으며, 우리의 막둥이 정*씨 남편은 여행객을 위해 빵을 구워 보냈는데 통밀을 빻아 직접 구운 정성스러운  빵은 호두가 콕콕 박혀 있어 씹는 맛도 참 좋다.

이 아침, 샐러드에 빵으로 배가 부른데 마시는 요구르트까지 먹으라 하니 우린 배를 자꾸만 늘려야만 했다.

좋아하는 샐러드를 먹으며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빵을 두 조각이나 배불리 먹는 나를 보고 경*언니 말씀

"지난번 8월에 볼 때는 영 기운 없어 보여 걱정했는데 잘 먹고 건강해 보이니 안심이 된다."라고 하신다.

"아, 그랬어요? 늦게까지 일하고 바로 새벽차 타고 와서 그랬나 봐요. 많이 좋아지기도 했어요. 감사해요."

뭐든 잘 먹고 씩씩하니 다들 좋아해 주고 나 자신도 신이 난다. 글벗들을 만나면 항상 마음도 편하고 좋다. 경*언니 말씀처럼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 우리가 오래가는 것 같다. 벌써 27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중간에 굴곡 많은 나로 인해 동인 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연락을 취하고 모인 후 지금까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사과가 빠져서 아쉽다는 그녀.

향*씨는 아침에 가장 늦게 가방에 담으려고 사과를 냉장고에 넣어 두고는 안 챙겨 왔다고 한다. 사과를 넣어야 완벽한데 아쉽다고 하니 정*씨가

"나, 사과 먹고 싶어. 빨리 가서 가져와요. ㅎㅎㅎ~" 갑자기 사과가 더 먹고 싶어 졌다며 어린아이 투정 부리는 것처럼 몸을 꼬듯 흔들며 말을 해서 모두 박장대소!

정*씨가 챙겨 온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을 꺼내 놓아 빵을 찍어 먹으니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전 빵 먹는 기분이 난다. 요리 솜씨 좋은 향*씨의 두부 마요네즈, 바질 스프레드는 레시피대로 꼭 만들어 봐야겠다. 빵맛을 갖가지로  맛을 볼 수 있어서  마치 식당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어느 제왕도 부럽지 않은 아침 식사를 하고 따끈한 카모마일 차를 한잔 마시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


편백나무로 둘러 쌓인 숙소 마당은 왠지 더욱 싱그럽고 공기가 맛있게 느껴지는데 서둘러 떠나기가 싫어 자꾸만 나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다음 일정인 국가정원 관람과 오성제와 한옥마을의 아원 고택으로 가기 위해 향*씨의 차에 모두 탄다.


국가정원과 오성 한옥 마을 이야기는 다음에 합니다~^^

편백나무 열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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