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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24. 2022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2022, 11, 22. 오후에.

오늘을 기록하고 싶다.

브런치 작가님 두 분을 만났다.


마침 휴무일이고 계획한 대로 브런치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

낮 12시경 잠실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남양주로 향했다.

도농리의 그녀, lee*작가님이 며칠 전 연락이 왔다. 기꺼이 반갑게 만나야지. 여행 떠나기 전날이라서 멀리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꼭 전달해야 하는 것이 있어서 가는 길이다.

원래는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그녀의 도서관 모임 후 식사를 해야 해서, 차 한잔 마시는 것으로...

지난여름 만난 후의 만남, 서로 브런치에서 글로 만나는 사이라서 그런지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고 눈만 바라만 보아도 이심전심이 된다. 서로 잘 지내고 있으니 된 것.

내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는 그녀.

전해줄 물건과 여행 시 필요할 것 같은 선물을 주고 잠시 얘기를 나눈 뒤 건강히 잘 다녀오라는 인사와 함께 '어서 가서 짐 싸요' 하며 헤어진다.


다시 잠실로 돌아와 석촌 호수로 들어서는데

"꽤액~"하는  굉음에 고개를 돌리니 커다란 흰새 두 마리가 비행에서 호수로 착지하는 순간이다. '아뿔싸 동영상 놓쳤네.'헉  백조인가? 그림 같은 저 자태가 왜 이리 예쁘지?'

물 위를 미끄러지는 모습이 꼭 백조의 호수 동화책에 나오는 모습이다.

궁금한 마음으로 호수 건너편까지 뛰듯이 걸어 그 곁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 검색을 한다.

혹시나 백조인가 했지만 그 두 녀석은 <거위>란다.

사람들이 보건 말건, 궁근해 든지 말든지 깃털을 고르느라 여념 없어 얼굴 보기가 힘들다.

한참을 기다려도 매무새 단장에만 열중하는 거위.

동호에 네 마리, 서호에 여덟 마리까지 세고 나니 안심이 된다. 저 들까지 세어도 봄에 보았던 숫자에 턱없이 모자라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서호로 가니 열 지어 뒤뚱뒤뚱 걷는 아이들을 보고 나니 음이 놓인다.

서호까지 돌고 들어오니 이미 13000보 넘어 탄천 둘레길은 잠시 접고 쉰다. 날은 어둑해져 와 이른 저녁을 먹을 생각에 주방으로 나가는데 ~ 하고 울리는 핸드폰.

박! 초대박 사건!

"어머어머, 이게 뭔 일? 캐나다에 계신 분인데?"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전화를 한다.

처음 듣는데도 친근하게 들려오는  낭랑한 목소리.

"작가님,  어디세요?"

"저, 서울 왔어요. 지금 교보문고예요. 작가님 만나고 싶어요."

서울에 오셨단다. 며칠 뒤에 가신다면서 오늘 만날 수 있냐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마침 휴무일, 평온한 저녁 시간에 같은 일이 벌어졌다.

브런치에서 댓글, 답글로 소통하며 언젠가 만날 수 있는 날을 꿈 꾸었을 뿐인데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다니...

전화를 끊고 얼른 마스크 줄을 만들고, 팔찌를 만들어 포장한다. 뭐 또 없을까? 둘러보니 어젯밤 마침 만들어 놓은  스카프가 보인다. 앗싸~  또 가방 서랍을 열어 여름에 만들어 가볍게 두세 번 들었던 에코백을 꺼낸다. 시간이 없어 아쉽다. 미리 연락이라도 했으면 뭔가 표가 될만한 멋진 것을 만들었을 텐데...


다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가면서 저녁 식사 대접을 할 생각에 '뭐가 좋을까. 아무래도 한식이지. 좀 걸어도  주변의 괜찮다면 호수 주변의 <양구 시래기>나 <꼬리곰탕집>으로, 아님 백화점 11층 식당가의 <을밀대>로 가서 냉면?' 생각을 이리저리 굴려보며 잠실역에 도착한다.

 출발했다는 톡을 보고 계산을 하니 10여분 여유가 있고, 전광판을 보니 4 정거장 전역이다. 몇 분 후면 도착한다.

'이제 내려요. 2번 출구로 나가면 돼요?'

'차 들어오는 거 보고 있으니 염려 말고 내려요. 전화할게요' 톡을 주고받는데 사람들이 출구로 나온다. 톡은 읽음 표시가 뜬다.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아 두리번거리는데

"작가니임~~^^"

지적이고 세련된 여인이 나를 먼저 발견하고  다가온다.

둘은 감격에 겨워 부둥켜안는다.


"뭐 좋아하세요?"

"많이 걷지 않는 곳으로요."

"네, 그럼 위로 올라갑시다."

촌각을 다투듯이 말도 걸음도 빨라짐을 느끼면서 냉면집으로 향한다. 마침 작가님도 냉면은 좋아한다고 해서 의견 일치.

"제가 찬 물, 찬 음식은 싫어하는데 얼음 동동 떠 있어도 냉면 은 이상하게 잘 먹어요. "

"저도요, 찬물 안 먹는데 면 좋아해요."

급히 나오느라 선물을 못 가져왔다면서 교보문고에서 시집을 두권 샀다며

"제가 S작가님은 만날 시간이 없어요. 나중에 전해 주세요."


세상에, 무슨 말씀을 하는가.  바쁜 중에 얼굴만 보아도 기적 같은 일인데, 만나자고 연락 준 것만도 고맙기 그지없는데... 어머님 일로 얼마나 상심이 큰데 이렇게 일일이 세심하게 신경을 쓰다니, 서로 댓글 답글로 소통할 때 한국 나오면 밥 사기로 했다고 식사비도 결국 작가님이 계산한다. 여기 오셨으니 내가 대접해야 한다고 하니 단칼에 "노 노 노!"

 내가 졌다. 나와 참으로 닮은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 엽렵하기 이를 데 없다.(그렇다고 제가 엽렵한 사람은 못됩니다)

낮에 남양주에 가서 lee* 작가님을 만나고 왔다고 했더니

"누구? 아, 섬진강 처녀?"

"맞아요.  내일 친구들하고 여행 간다고 해서 뭐 좀 전해주고 왔어요."

"피곤하시겠다."

"아뇨, 아뇨. 전혀. 그런데 작가님과 기적같이 오늘 연락이 돼서 신기해요. 일하고 있었으면 못 만나는데...."


작가님의 어머님 삼우제가 내일이고 그 바쁜 와중에 귀한 시간 내어 날 찾아 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도 별것 아닌 팔찌도 가녀린 손목에  딱 맞고, 마스크 줄이 예쁘다며 직접 만들었느냐. 스카프를 보며 멋지다 말해주고 가방도 직접 만들었어요? 하며 놀란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못다 한 얘기 아쉽지만 념사진 셀카로 찍고는 헤어졌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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