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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Dec 23. 2022

생일날 딸과 함께

막내딸과 데이트~♡

생일이 뭐 특별하다고 생각해 휴무를 내지도 않았는데 근무표를 받아보니 생일날 휴무로 되어 있어 혼자 빙긋이 웃는다. 모두가 시간을 쪼개서 바쁘게 살겠지만 ㅇㅅ즘 난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하루종일 잠만 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 생일이라고 하루를 통째로 비우고 막내딸이 온다.

전에 둘째 딸과 통화를 하면서 막내가 온다 하니

"유정이가 엄마한테 가서 챙겨 주니 마음이 놓여요. 멀리 있어 가보지도 못하는데 고맙네."

무슨 말이냐. 괜찮다고 하면서 잠깐 옛 생각이 스친다.

친정 모 생신에 제대로 찾아뵙지 못했던 것을.

층층 시하 어려운 시집살이 하면서 때에 따라 찾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아버지 생신 날은 제사가 있었고, 명절엔 맏며느리 노릇한다고 감히 부산에서 서울에 갈 생각을 못하던 시절이었으니...

며칠 전에 만났을 때 밑반찬을  싸주면서 얼굴 봤으니 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하루를 빼놓았다 하면서 우리 동네 근처의 맛집을 찾아 예약을 해놓고 데리러 왔다. 시간에 맞춰 간 레스토랑은 깔끔하니 장작이 타는 난로가 있어 훈훈한 실내가 따듯한 느낌이 들고 음식맛도 좋다.

딸은 엄마와 함께 모처럼 먹고 싶던 파스타와 러드를 먹으니 좋다며 함빡 웃는다. 사실 막내는 제 남편 다이어트 때문에 칼로리 계산한 식단에 맞춰 먹다 보니 예전에 자주 먹던 파스타, 빵 등은 그림의 떡이 된 모양이다. 식전 빵을 뜯으며 빵도 그동안 못 먹었다고 말하는 딸.

도 혼자 지내서 그런지 족들과 즐겨 만들어 먹던 파스타를 이제 누군가를 만나야만 먹는 음식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당연히 마시게 되는 커피를 무르고 카페인이 없다는 캐모마일차로 마신다.

지난주 받은 건강검진에 위염, 식도염이 있다며 커피를 줄이라는 처방에 아쉽게 커피는 미사리에 가서 한 잔 마시기로 한다.

하남에 경정공원을 산책하고 근처에 '이옥진시인의 마을'이 있다며 그 마을을 돌아보자며 딸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기대에 찬 모습이다. 엄마에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서 일정을 잡은 모양이어서 미소가 번진다. 소화도 시킬 겸  걸으면 좋을 거라고 한다. 

차가 하남시에 들어서

"너희 큰외삼촌 여기 변도시에 사는데.... "

"엄마, 삼촌한테 전화해 보세요."

전화를 하니 금세 받는다. 이러저러해서 하남에 왔다 하니

외손녀 하원 시키고 사위가 퇴근할 때까지 돌보아줘야 한단다.

니, 그냥 여기 온 김에 부 전화 한 거야. 언젠가 전화하니 안 받더라. 바쁠 텐데 손녀 육아 잘하라며 끊었는데 금방 막내와 마시라며 유명 카페 커피와 빵 쿠폰을 보내온다.

조정경기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주변을 둘러보다 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초행길에 핸드폰의 지도를 보며 시인의 마을을 찾는다. 하지만 드문드문 식당, 부동산 중개소만 많이 보이고 우리가 상상하는 초가집 또는 기와집들이 도란도란 얘기하듯 어울려 있을 듯한 시인의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둘렛둘렛 기웃거리며 걷는 시골길에  낯선 풍경이 들어온다. 사진은 안 찍었지만 유명한 지하철 환풍기 위로 날리는 치마의 마릴린 몬로의 커다란 인형도 있다.

두리번거리는 우리에게 <이옥진시인의 마 제빵소> 현수막이 보였고 외관이 특이한 하얀 건물을 만난 것이다.

<시인의 마을>은 마을이 아니었다.

 주차장도 널찍하고 자동차가 많이 주차된 것으로 보아 인기 있는 곳인가 보다. 우린 몰라서 경정공원에 주차하면서 주차요금까지 물었는데...

조각 케이크와 커피 두 잔에 2만 4천 원을 결재하고 나니 주차요금 4천 원이 아깝다. 딸에게 내색하지 않는다. 뼛속까지 주부인걸 어쩌랴.

위염이 걱정되어 그 좋아하는 커피도 다 마시지 못하고 남긴다. 딸은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라테로 알아듣고 라테가 나왔으니 칼로리 오버되어  마셨다.

그래도 실내가 예뻐서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오후. 5층은 루프탑이지만 추워서 화장실이 있는 3층으로 갔는데 창가는 빈자리가 없다.

막내딸을 만나면 젊어서인지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항상 매일매일 1%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어서 매일이 그날 같고 아무런 성취감이 없는 날은 그래서 시무룩한지도 모를 일이다. 이야기 중에 한 가지 많이 걷는 내게 솔깃한 얘기는 은행에서 걸어서 10만 보를 채우면 역정 이자에 이자를 2% 더 높여 준다는 것.

"세상에 그런 것도 있어? 어느 은행이야?"

"*민 은행요."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은 다만 얼마라도 정기예금을 들어 놓으라고 했다. 은행마다 수신 한도액을 정해 놓고 높은 이율을 준다고 모집했단다. 한시적으로 끝났는데 소식에 의하면 7%까지 준 은행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가을엔 예치시키려는 고객들로 은행이 북적거렸나 보다. 뒤늦게 그런 연유를 알게 되었다. 서민 중의 서민인 나와는 늘 거리가 있는 일이라서 흘려듣는 얘기다.

그런데 딸의 얘기로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아 은행 앱을 열어 순서대로 절차를 밟아가며 바로 가입했다. 1년도 아니고 6개월이 만기다. 기간이 짧아 단기로 목적 자금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걷기와 연동을 하지 않아 첫날은 걷기가 제로였지만 10만 보쯤은 3~4일이면 완료하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딸과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은 훌쩍 뛰어넘어 뜀뛰기처럼 달아나 중천에 있던 해님은 어느새 기울고 있다.

카페를 나와 마당을 걷는데 목수국 울타리를 바라보며 봄, 여름엔 꽃과 나무들로 풍성해질 풍경이 그려진다.

"엄마, 우리 봄에 다시 와요. 지금보다 훨씬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러자꾸나"

막내는 어렸을 때부터 얘기를 잘하는 딸인데  언제나 무궁무진 얘기가 끝이 없다. 그리스에서 지내던 일, 영하 50도 넘게 내려가는 러시아 오호츠크에서 빙판길에 뒤로 꽈당하고 넘어졌던 일등. 좋았던 시간도 있지만 딸이 고생했던 순간들이 많아 언제 들어도 마음 구석구석 아려 올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의 시간들을 발판 삼아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성장시키며 살고 있는 딸이 대견하기만 하다.

강물은 꽝꽝 얼어붙어 있고 한옆에서는 오리와 물닭들이  추위에도 물 위에서 노닐고 있으니

"엄마, 쟤네들은 물속에서 춥지 않나? 어떻게 저렇듯 헤엄치고 놀지?"

"아마도 추위를 안타는 유전인자로 태어났나 봐." 

잔디 위에서 먹이를 쪼아 먹느라 여념이 없는 비둘기들을 보더니

"엄마, 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없는데 엄마는 본 적 있어요?"

"나도 그렇네. 늘  비둘기만 보았네."

"집도 없이 어디서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킬까? 아, 궁금하다."

이렇게 막내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궁금한 것이 많고 이야기가 끝날 줄 모른다.

나도 궁금한 참에 검색을 해보니 의외로 아파트 베란다에 들어와 빈 화분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 이소 시키고, 먹이를 받아먹던 습관으로 다시 찾아와 베란다에서 먹이를 취하고 주인이 내쫓지 않는 한 다시 알을 낳아 부화시키고 한단다.

 <비둘기가 알을 낳는 개수는 1~2개이며, 조건이 맞으면 계속해서 번식하는 습성이 있다. 암수 같이 12~17일 동안 알을 품는다'>라고 백과사전에 나온다.

조건만 맞으면 남의 집 베란다든  에어컨 실외기 뒤에든 나뭇가지 물어다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 부화시킨다고 하니, 특히 다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다리 밑 공간에 유난히 비둘기가 모여있는 것을 보면 그곳이 적정한 비둘기 집이 되고 새끼 부화시키는데 안성맞춤인 장소인가 보다.

이렇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책을 고 검색을 하니 딸 말처럼 손톱만치라도 알게 되고 성장하는 시간인 것 같아서 좋다.

저녁엔 용원의 딸이 사위가 출장길에 사 온 화장품과 캡슐커피 한아름, 커피를 쉽게 내려 먹으라고 캡슐 머신을 보내와 감동이 잔잔히 물결쳤다. 드립 머신도 전에 해주고 왜 비싼 걸 보냈느냐고 하니

"맛이 다르니 때에 따라 드립이 당길 때 드립 드시고 캡슐이 드시고 싶을 땐 캡슐을 내려 드세요.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나 몰라." 한다.


생일이라고 선물이 오고 딸이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하니 부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부모님 생각이 날 때면 청주에 계신 막내 고모님께 전화를 하는데. 연로하신 고모님은 늘 내 걱정을 하신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당부하시는 고모님께 전화를 한다.

안부를 여쭙고 시간 내어 한번 찾아뵐 것을 말씀드리며 풍요로운 생일 하루를 마감한다.

또한 해마다 딸들이 그냥 넘기는 법 없이 생일 때마다  챙겨주는 정성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뿐이다.


커피를 대폭 줄여 한 잔을 내려 조금씩 오래오래 마신다.

*photo by ; 양유정.

                         안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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