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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Feb 13. 2023

잊지 않으셨쥬?

요즘 일상

며칠 전 부산의 지인이 전화를 했다.

"언니, 별일 없으시죠?"

"응, 별일 없어. 오랜만이야~"

"언니 잘 올라오던 글이 안 올라와서예. 무슨 일 있으신가 했어요"

"글? 글은 내 머릿속에 있어. ㅎㅎㅎ~"

"ㅎㅎ, 그래 예~"

"고마워. 걱정해 줘서. 사실 매일 아침마다 한의원에서 치료받고 돌아와 점심 먹고 출근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건지...그렇네."

"좀, 나아졌어예?"

"눈길에 미끄러졌던 것보다 몇 년 전에 오른쪽 발등뼈 골절로 수술받고 몇 달 고생했을 때 나빠진 왼쪽 무릎, 발이 문제라는데 발은 좋아지는 것 같아서 장기적으로 받을까 해."

"맞아예, 언니, 침 치료 꾸준히 받으면 좋아지니까 잘 받으세여."

글을 올린 지 2주가 지나니 브런치에서 얼른 글을 올리라는 독려의 알림이 왔다. 그리고는 잘 아는  동생의 전화로 내가 얼마나 오래 글쓰기를 하지 않았는지 실감을 했다.

새해가 되고 나니 글의 방향성이라든지 내용면이라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언제나 글쓰기는 자신이 없고 천지도 모르고 쓸 때와 마음이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소소한 행복이라 자부하며 살아 있음을 고백하듯 다큐로 고 있는 나 자신이 옳은 것인가, 예전의 겁 없이 쓰던 용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실력도 향상이 되지 않음에서 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동생과 전화 통화에서처럼 지난 12월 제일 춥고 얼어붙었던 날, 출근길에 살짝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더니 오른쪽 엉치가 시큰거렸고 불편했다. 출근하는 길이라서 바로 치료를 받지는 못하고 이튿날은 너무 추워서 병원엘 가지 못했다. 결국 이삼일 그냥 보내고 휴무일에 맘 편히 병원에 들렀다. 심정은 아는 병원이 없어서 늦어지기도 했다. 오래 살던 부산에서는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고민 없이 한의원이든 정형외과든 지인이 하는 병원으로 바로 갈 수 있어서 편했는데 이곳에 정착하고부터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해 불편했다.

치과, 한의원, 안과가 제일 시급했지만 해를 넘기기 전에 건강검진을 해야 해서 내과는 고민을 멈추고 출근길에서 본 작은 의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으나 위염, 식도염, 골 감소증, 척추 협착이 발견되었다. 키를 재면서 안 그래도 작은 키가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골다공증 검사를 하고 나니 의사 선생님께서

"허리를 심하게 다친 적 있으세요? 뼈가 붙었어요."

"네, 그래서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단골로 다녔어요. 오래 치료받다가 수영도 하고요."

"수영은 잘하셨어요."

입춘이 지나고 참새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그리고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한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골반이 내려앉아 긴장이 되어 발이 아픈 것이라고 한다. 관절염에 좋은 약도 매일 먹으면서 무릎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내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왼쪽 발의 통증이다. 어느새 왼발이 변형이 되어 무지외반증이 되어 있는 것을 여름에 발견했는데 여러 가지 약을 쓰면서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면서 고질병이 되어 버렸다. 하는 일 자체가 많이 걷는 일이라서 내 발은 쉴 틈이 없고 통증이 깊어 이 신발이 편할까. 저 운동화가 편할까 사서 신다가 발이 아프면 남들 주고, 기능성 신발로 바꿔 가며 통증을 이겨내려 애쓰고 살았다.

한의원 침 치료를 두어 달 받으면서 발의 통증은 많이 가라앉고 있다. 처음엔 왼쪽 발바닥이 많이 부었다고 하셨는데 이젠 부종도 많이 가라앉았단다. 그런 날은 통증이 훨씬 미미하여 것 같다.

위염에 좋은 한방약도 주시고 비염이 재발되어 근무 중에 콧물, 재채기로 고생했다고 하니 비염약으로 바꿔 주셔서 비염도 많이 호전되어 근무 중에 곤란한 일은 없어졌다.

퀼트로 만든 파우치, 원석 미스크줄. 매월 퀼트 모임에 참석 이 달의 행운권 당첨되어 선물 받음.

사다 놓은 책, 선물 받은 책들을 간간이 읽기도 한다. 교우들과 성경을 일 년 일독하기로 해서 매일 일정 분량 성경 통독후에 단톡 방에 올리고 때로는 바느질로 소품을 만들어 본다. 마스크줄을 만들어 간호선생님들에게 선물을 했더니 엄청 좋아했다.

 잘 안 보던 드라마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요즘은 잘 챙겨 본다. 골치 아픈 것은 싫어서 밝은 내용으로, 그렇다고 개그 프로나 예능 프로는 채널을 돌린다. 요즘 퓨전 사극전성시대인 것 같다. <연모>를 필두로 <옷소매 붉은 끝동> <슈롭> 등.. 어제 퀼트 모임에서 사극 <보쌈>이 재밌다고 하는데 드라마 시청을 줄일 생각이면서도 금, 토 드라마들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보면서 혼자 깔깔깔 웃어젖혀가면서 본다. 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듯한 <법쩐>시원한 복수로 막을 내렸다. <일타 스캔들> 덕에 많이 웃는다. 조금 전에 넷플에 들어가 10회를 보면서 슬며시 도 웃었다. 늦게 도착해서 못 볼 때가 많아 재방 찾아 밤늦게 보고 없는 것은 넷플릭스에서 보기도 한다. 세간에 떠들썩한 <글로리>를 넷플릭스에 들어가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한자리에 앉아 보고 나니 새벽 3시가 넘기도 했다.

어느 땐 서너 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 준비하고 10시부터 시작인 한의원으로 가서 치료받고 점심 먹고 출근, 마치고 돌아오면 11시. 마침 휴무일이면 발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방구석 1열이 되어 딸내미가 예전에 재미있다고 추천해 줬던 드라마를 찾아 시리즈 16편을 1편부터 시작해서 보다가 새벽이 되면 잠을 안 잘 수 없으니 14까지만 보고 잔다.  와~ 열대여섯 시간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는 것인 글은 쓰지 않고 딴짓으로 밤을 새우다니... 글을 이렇게 장시간 쓰장편 소설도 나올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면서 아침에 눈을 한의원 가기 전까지 1편을 보고 치료받고 돌아와 점심을 준비, 식사를 하며 출근 전까지 마지막 회를 마저 본다. 그리고 시즌 2를 검색해 놓는다.ㅎㅎ~

그러면서도 머릿속엔 어떤 글을 쓸까?로 늘 고민을 한다.

이틀 휴무일 때 보고 온 손녀 하율이♡

또 어느 날엔  작년 설 후에 만나고 서로 시간이 안 맞아 차일필 미뤘던 친구가 새끼발가락을 침대 모서리에 부딪혀 금이 가서 꼼짝 못 한다며 보고 싶단다. 마침 토요일 아이들이 대구 본가에 갔으니 집에 오란다. 퇴근이 늦어 오밤중에 도착하니 다음 휴무에 보자, 교회도 가야 해서 일찍 나와야 한다며 핑계를 대 보지만 늦어도 좋으니 밤새 얘기 나누고 자기 집에서 교회로 출발하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결국 친구의 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퇴근 후에 옥수동으로 향했다. 가끔 압구정에서 만나 점심하고 커피 마시며 정을 나눴던 친구와 거의 일 년이나 못 만났으니 풀어내도 끝이 없는 친구의 얘기를 새벽녘까지 듣다 잠이 들었다. 아무리 늦게 자도 기상 시간은 같아 일어나 거실로 나왔는데 청주에 사는 고종사촌의 전화.

아무래도 이른 아침의 전화는 예사롭지 않은데 전립선암으로 3년여  투병생활을 하셨던 고모부의 타계 소식이다. 청주는 멀지도 않은데 한번 뵈러 가야지 하면서도 못 내려가고 안부 전화만 드렸었는데...

다행히 월요일 휴무라 아침 일찍 청주에 내려가 조문을 하고 돌아오는 내내 고속버스 안에서 잠만 잤다. 고모부가 생전에 덕을 많이 쌓으셔서 코로나도 풀리고  장례식장에 인원 제한도 없어 조문객도 많았다. 집안의 둘째이면서 맞이 역할을 하며 형제들을 잘 살도록 이끌었고, 2남 1녀의 자식들은 모두 각자 맡은 자리에서 단단하게 자리매김으로 여한 없이 돌아가셨지만 남은 자들은 아쉬울 뿐이다. 추위도 누그러져서 발인하는 날엔 고생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려가고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도 사치인 듯 잠만 잤다. 

차창으로 비치는 산 위의 잔설도 곧 봄햇살에 녹겠구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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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의 자상한 독려인 이 알림을 받고 작가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저의 글쓰기 게으름으로 인해 새 글을 올리지 못한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면서 저의 요즘 일상을 올려 봅니다.

존경하는 작가님들!

저를 잊지는 않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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