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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Mar 23. 2023

3월 22일 일기

봄이 왔다고 꽃들은 아우성을 치며

동네를 밝히고 있었지.

겨우내 움츠리며 지냈던 몸

봄과 함께 나아지나 했더니

무릎이 부어 말썽이네.

모처럼 약속이 없는 휴무일

정형외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늘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망설이다

병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몰라.

막내는 걱정이 되어 병원은 다녀왔냐며

톡을 보내온다. 병원비에 보태 쓰라며 돈까지.

전철역 근처 제법 큰 병원으로 간다

2층에서 문진후

3층으로 가서 기본으로 X-Ray.

자세를 바꿔가며 예닐곱 장.

다시 2층의 진료실에서 의사와 대면

무릎에 물이 차 있을 수도

감염으로 염증이 생겼을 수도.

4층 비수술실에서 초음파.

"물을 빼야 하는데 건들지 마세요.

건들면 큰일 나요."

(누가 건든다고, 왜 이리 겁을 주나?)

"좀, 아픕니다."

물을 빼기 위해 무릎 한 옆에 바늘을 찌른다.

(이 정도 통증이야 아픈 무릎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물은 안 뺍니다."며

다시 바늘을 뺀다.

"왜요?"

"그냥 안 뺍니다."

(물을 뺄 정도로 물이 안 찬 게지. 오늘은 붓기가 좀 덜한데...)

별 설명도 없이 귀가하면 된다더니

간호사 왈

"3번 혈액검사 안 하셨네요. 초음파는 4번인데."

"올라오니 여기부터 들어가라고 해서..."

옆 채혈실에서 채혈을 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막내가 걱정을 할까 봐 통화를 하고 약국에서 약을 짓는다.

한참을 걸어오는데 모르는 번호 전화가 온다.

"안신영 님이시죠? 여기 방금 다녀 가신 병원인데요.

처방전이 변경되어 다시 약을 지어야 해요.

약이 한 가지 추가되고, 5일 치만 나갔는데 일주일치로요."

황당하다. 짜증 난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물도 안 뺄 거면서 무릎에 바늘을 찔렀다 빼서인지

허벅지도 뻐근한데(일시적 현상이지만..)!

역시 병원을 잘못 선택한 거야.

조금 멀어도 오래된 병원으로 갈걸.

발 아끼려고 가까운 곳으로 갔다가

병원은 큰데 썰렁하고 서투른 곳이었나.

그래도 일주일 약 먹어 보고

혈액 검사 결과는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자.

겨울에 눈길에 미끄러져 침을 맞으며 치료하게 되었는데 벌써 석 달째에 이르렀다.

꾸준히 받아서인지 시큼 거리던 엉덩이도 나아졌고, 아픈 발로 고생하다가 요즘은 통증도 많이 줄어들어 일할 때도 편해졌다. 무릎이 붓고 아픈 것도 관절염인 것 같아 한의원을 줄곧 다니고 있는데 막내는 정형외과에 가보기를 권했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아 돈만 많이 썼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쉬었던 침 치료를 받고 와 그동안 미뤘던 일을 꺼내 마무리 짓고 집을 나선다.

봄은 어느새 중턱으로 접어들었는지 오늘따라 포근하고 꽃들은 만개하여 온 동네가 난리가 났다.

목련나무의 새들은 꽃잎을 쪼아 먹는다고 열중해서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어도 날아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직박구리인가 보다. 보통 작은 새들은 예민해서 핸드폰만 꺼내도 금세 날아가버리는데

어찌나 맛있게 꽃잎을 쪼아 먹는지 한참을 바라본다.

출근할 때마다 봄의 전령인 매화, 산수유가 반겼지만 사진 한 두 장 남기고 그냥 날들을 보냈다.

그런데 자목련까지 만개하여 꽃동산이 되었고 노란 개나리가 활짝 웃음 지어 사람들을 맞이한다.

세상은 미세먼지로 자욱해 뿌옇고 회색빛 하늘인데도 꽃들은 어김없이 계절을 노래한다.

가끔 드는 생각은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건강이 나쁜 것은 아닌데 한 가지씩 나빠지는 것들이 생기니

언제까지 일을 하며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생명만 유지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일지 겁이 난다. 얼마 전부터 친구들과 만났다 헤어질 때도 어느새

"아프지 말고 살자. 건강하자."가 인사가 되었다.

100세 시대라고 하고, 이제는 12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도 한다.

제발 소원은 아프지 말고 적당한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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