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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1. 2022
어느 가을날. 단상(斷想)
푸른 하늘 드높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청명한 가을, 높은 산자락, 하얀 구름.
말없이 바라보는 풍경
그 속에 묻혀 시간이 흐른다.
그녀를 만나려면 일요일이어야 한다.
일요일만 휴무인 약사.
주중에 휴무가 많은 나는 약속을 미리 잡아야 한다.
그러던 중, 어느 일요일 만날 수 있어서 그녀가 좋아하는
북한산 자락 밑으로 나들이를 갔다.
등산은 안 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그녀.
지난여름 오빠를 황망히 잃고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일이 크게 없다.
밥 한 끼 함께 먹고 얘기 들어주는 일밖에 할 수 없는 나.
오빠가 참 재미있는 분이었는데...
해병대 출신이라서 긍지도 대단했고 만나면 유쾌하고 재밌는 분이셨다.
지난겨울 그녀의 집에서 김장 담글 때 와서는
드라마를 다 꿰고 계셔서 내가 궁금해하던 부분을 설명하는데 친구가
"오빤 모르는 드라마가 없네. 집에서 드라마만 봐?"
만나면 딸 자랑이 늘어지는 딸바보 오빠.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친구인 그녀보다 더 잘 알고, 생일까지 알아 놀라는 내게
"카톡에 다 뜨더라."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자주 보자고 하셨다.
부산에서 올라와 5년 만에 만난 반가운 해후였다.
못 본 사이에 위암 수술 후 건강도 많이 회복했다고
좋아하셨는데, 코로나, 오미크론으로 2차례 입원하시더니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하늘로 가셨다.
친구는 부모님이 안 계시니 오빠를 많이 의지하고 살았다.
형제간에 우애도 깊었으니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그녀를 안지 햇수로 11년이 되었다.
학교 친구 아닌 사회에서 만나 이렇게 오래간 사람은 몇 안된다. 서초구 직장 근처 약국의 약사와 손님으로 만나 긴 시간 친구로 허물없이. 부산에서 지내다 올라오면 꼭 만나 차라도 나누었다. 막내 집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도 삼송으로 이사 오게 되어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후로 가끔 만나 창릉천을 함께 걷기도 하고 차도 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서울로 오고는 만나기 힘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