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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Mar 01. 2023

저♡놀이공원에서 일해요~^^

근무지가 화장실입니다만...

안여사와 다른 여사님들의 근무지를 소개합니다.

메인 - 지하 1층 어드벤처 입구(대표실, 매출과, 안전과) 화장실.

감시반 - 방재실 앞, 남문지하(24 통로). 주차장(직원화장실). 고메브릿지 화장실.

국제거리 - 지하철역에서 놀이공원까지 상가거리(남직원 여직원과 요일별로 교대) 고메브릿지 화장실.

민속관 -3층에 있는 저잣거리와 민속관.(남직원과 근무)

웰빙 -웰빙센터 건물 지하 3층에서 지상 7층까지 화장실.

팻스트리트 - 1층, 반려견 샵이 있는 다용도 거리에 있는 화장실.

링크 - 아이스 가든에 있는 두 개의 화장실.(남직원과 근무)

회전목마/플라이벤처 - 1층 회전목마. 회전목마 놀이기구 쪽. 지하 1층 플라이벤처.

5호기/수유/키즈 -1층. 엘리베이터 5호기 옆. 주로 키즈놀이터. 수유실.

3층~4층 -3층과 4층의 화장실.

사자분수 - 놀이공원 2층 화장실. 사자분수가 있던 자리, 사자머리 부조가 벽에 있음.

언더랜드 - 지하 1층 놀이공원에 있는 화장실.

상황실 - 2층. 임직원실, 기계실옆. 식당가와 매직 아일랜드 넘어가는 길목에 있어 매우 복잡함.

남문 - 1층. 남문 방향에 있으며 매우 복잡함.

스위스/독일 - 매직 아일랜드에 있는 화장실(수유실과 직원 화장실)

프랑스/독일 -매직 아일랜드에 있는 화장실(아일랜드성 2층 화장실, 중국식당 화장실)

회전바구니 - 1층 회전바구니가 있는 놀이기구 앞에 있는 화장실.

*이외에도 남직원들이 하는 일도 많은데 24통로, 쓰레기 분리수거와 1층 정문외곽, 남문 외곽 등등.


안여사가 이곳에서 일한 지 1년이 막 지났습니다.

오늘도 안여사는 해맑은 얼굴로 근무지를 향합니다.

도착해서 맨 처음 하는 일은 메인 화장실의 아홉 개 좌변기를 확일하는 일이죠.

화장지는 충분히 남아 있나, 변기 중에 막힌 것은 없나. 넘친 것은 없나 하며 빈 곳의 문을

하나하나 열어서 확인합니다. (많은 곳은 좌변기만 13~18개까지 있습니다. 남 소변기 빼고요.)

현재 일하는 근무지는 여자화장실만 보고 있지만 지난 1년 중 9개월은 남자화장실까지 청소를 했지요.

4개월마다 근무지가 바뀝니다. 처음엔 관리자가 돌아가면서 근무지를 배정해 줬는데 불평이 오고 가다 보니 심지 뽑기를 해서 정합니다. 고정 배정을 받지 못하면 대체근무를 합니다. 휴무인 동료의 화장실로 출근하는 우리끼리 하는 말로 땜빵입니다. 불평은 다 같은 화장실 청소지만 물청소를 해야 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이 있으며, 변기 개수가 적은 곳이 있고 함께 점검해야 하는 곳이 많게는 4곳을 봐야 하는 근무지가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많이 들르는 키즈 존에는 어린이 화장실과 수유실까지 포함이죠.

<사자 분수>를 예를 들면 남녀 화장실을 관리하면서 식사 시간에 비운 상대의 3,4층 화장실을  한번 가서 점검하고 식사하러 가기 때문에 가장 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잠깐이라도 쉴만한 공간이 좌변기가 있는 화장실과 떨어져 있는 것도 큰 이점입니다.

보통 쉴 만한 곳이 없어서 탕비실이라는 곳 구석에 점보롤을 봉지째 세워 놓고 앉아 잠깐 발을 쉬어 줄 때가 많습니다. 그런 곳도 없으면 빈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아 잠시 쉬어 주고 나오라고 선배들이 일러 줍니다.

그것도 못하면 직원 통로로 나가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올 때도 있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탕비실도 없는 곳이 많습니다. 여기서 탕비실이라 하면 일반 회사의 탕비실과 개념이 다릅니다.

마포를 빨아야 하는 수조가 자리 잡고 수동식 마포 짤순이가 자리를 차지해서 하루 종일 써야 하는 점보롤 봉지 몇 개를 두고 나면 체격이 큰 여사님은 비집고 들어설 곳도 없는 공간이죠. 저는 몸집이 작아 다행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작년 여름 어느 대학교 미화원들이 복지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하는 것을 보고 미화원의 복지가 정말 취약함을 알게 되어 이해를 했습니다.

중앙 계단 아래.

2월부터 맡은 메인화장실은 어드벤처 입구에 있어서 수시로 나가서 광장을 둘러봐야 합니다.

화장실 점검이 끝나면 중앙 계단 밑의 창고로 가서 리스킹 대걸레로 바닥을 밀며 광장을 동서남북으로 한 바퀴 돕니다. 꼼꼼하게 구석진 곳마다 찾아 밀고 다닙니다.

먼지 덩이로 더러워진 리스킹 대걸레는 1층 도로변으로 올라가 탁탁 털어 먼지를 제거하고 돌아옵니다.

다시 근무지로 돌아가 그 사이 별일은 없었는지 손님이 없는 화장실을 열어 부족한 것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휴지 두께가 5mm 정도 남아 있으면 화장지를 교체합니다. 세면대의 물기도 제거합니다.

다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어드벤처 입구로 나와 광장과 단체통로를 매의 눈으로 스캔하며 지나갑니다.

조그만 이쑤시개, 사탕껍질이라도 대리석 바닥을 어지럽히는 것, 뭉실뭉실 먼지덩이를 찾아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쫘악 훑기 시작합니다.

4시 입장객들이 빽빽이 줄을 서기 시작하면 어느 땐 국제거리 통로까지 가득 메워

"오늘 무료입장이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입장객의 수에 따라 입장이 짧게 끝나기도 하고 어느 땐 길게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요즘 봄방학과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요일에 상관없이 수만 명 입장합니다.

그러면 9시 퇴장 시간에는 공원 안에서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나옵니다.(금, 토, 휴일, 특별 시즌은 10시 퇴장하기도 하고 한시적인 연장 근무도 합니다.)

이쪽저쪽 수시로 돌아다니며 흘린 팝콘, 과자 봉지와 각얼음이 쏟아진 커피까지 처리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저녁 식사하러 갈 시간이 됩니다.

 5시에 식사하러 간 여사님들을 대신하여 링크, 고메브릿지, 감시반, 24 통로 등을 차례로 돌며 점검을 하고 지하 2층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갑니다. 동선이 만만치 않아 하루에 족히 20000보는 걷습니다.

10월에서 1월까지는 <감시반>을 했는데 동서남북으로 다니다 보니 늘 25000보 정도를 찍었습니다. 산책을 하지 많아도 매일 걷는 양이 많게 된 것이지요.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올라와 7시 5분에 매출심사과, 안전과 사무실 쓰레기를 국제거리 짝꿍과 수거하고 청소를 합니다. 8시까지 보안과 함께 6층으로 올라갑니다.

웰빙 짝꿍과 만나 대표실, 회의실을 청소하고 내려와 안여사만 안전과 화장실 청소를 마칩니다.

계단옆 포토존

화장실 물청소는 일주일에 2회 하지만 남자 화장실 소변기는 매일 물청소를 해야 합니다.

바닥에까지 튄 소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제공된 세제류를 배합하여 힘을 다하여 닦습니다.

소변기의 뚜껑도 꺼내 비눗물에 담가 수세미로 문지르고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습니다.

속마음은 지적당하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모든 화장실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이용하는 고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볼 일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이 더욱 크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제가 사용해 볼 때 깨끗한 곳에서 볼 일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손으로 만지지 마."

"휴지로 닦고 앉아."

"엄마가 물 내려 줄게. 나와."

"그냥 나와. 빨리."

일부의 엄마들이 이런 말을 할 때

 "뭐지? 내 손으로 닦았는데."

안여사는 수시로 점검하며 바닥을 어지럽힌 이물질을 치우고,

좌변기에 오물이 묻어 있으면 발견 즉시 닦습니다.

안여사는 잠시 투명 인간이 됩니다. 아니 근무 중 내내 투명 인간이기도 하지요.

함께 일하는 동료와 마음을 맞춰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곳이든 그렇겠지만요.

이곳은 5시, 6시 식사 시간대에 서로 교대하여 화장실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자신이 맡은 담당 화장실처럼 휴지, 물비누, 화장실을 점검하며 청결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세면대에 물이 많이 고여 있는지 바닥이 질퍽한지를 관찰하고, 세면대는 이지 타올로 닦아서 뽀송하게

바닥은 마포로 닦아 물기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미끄러져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그렇지 않은 여사와 교대가 이뤄지면 골치가 좀 아픕니다.

손님과 말을 섞어도 안됩니다.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합니다.

언제든 공손한 태도로 응대합니다.

불손하거나 마음에 안 들어 혼자 불평하는 궁시렁 거림은 바로 인터넷에 올려집니다.

몸의 움직임도 조신해야 합니다.

움직이다 잘못하여 양치질하는 어린이와 살짝 부딪치면 바로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

미화원이 아이를 쳤다고 올라옵니다.(늦은 시간이라 귀가하다 잠이 든다고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시킵니다.)

그럼 이튿날 출근하여 사무실로 소집되어 교육을 받습니다.

<여사님들은 출근하여 환복 하시고 사무실로 2시 20분까지 오시기 바랍니다.> 단톡이 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고객과 다투지 마세요. 사람이 많을 땐 기다렸다가 청소하세요."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일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주의받고 다시 일터로 향합니다.

계단옆 포토존

안여사는 2시까지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 오후반입니다. 오전반은 6시 출근 2시 30분 퇴근입니다.

사무실 청소 담당이면 더 일찍 나와 청소를 하기도 하죠.

우리들의 일복(유니폼)으로 환복을 합니다.

잠시 동료들과 얘기도 나누고 차도 마십니다.

그날 출근한 여사님들과 골고루 나눠 먹을 간식거리도 가져와 먹을 때도 있어요.

코로나가 심할 때에는 각자 가방에 넣고 함께 먹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처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월급을 타고나면 돌아가며 간식을 싸들고 나타납니다.

달걀, 사과, 밀감, 과자, 비타민 음료수까지 다양합니다. 저도 매달 먹을 것을 날랐어요.

휴무인 분들 것은 냉장고에 넣어 둡니다. 나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2시 30분까지 근무지로 이동합니다.

제일 먼 곳은 어드벤처 2층에서 다리를 건너 야외인 매직 아일랜드에 있는 근무지입니다.

그래서 2명이 제일 먼저 일어나 나갈 때

"오늘 비행기 타? 좋겠네~"

"면세점 들려 선물도 사와~^^" 라며 한바탕 웃음을 띠고 고생할 동료를 응원합니다.

두 번째는 어드벤처에 있는 근무지 차례 8명이 나갑니다.

놀이 공원은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일을 합니다.

세 번째는 공원 바깥인 외곽을 맡은 6명 정도가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휴무인 6명을 제외하고 대체 근무자와 고정 근무자 16명이 모두 일터로 나가는 겁니다.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 것이죠.

처음 면접은 용역사무실인 지하 1층에서  전화 통화하던 소장님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환경 미화원 청소가 떠올라

"힘들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걱정하네요." 하니

"아뇨, 저희 어머님도 하세요. 길만 잘 알면 돼요."

"길?"

길만 잘 알면 된다고 하는 뜻은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지하 주차장 한 옆에 사무실을 시작으로 직원 통로인 계단을 한 개층 올라가 돌아서 직원 통로를 지나 안전 요원 앞 출구를 지문을 등록해서 통과하고 계단을 올라가 놀이 공원을 지나 2층으로 가는 동료, 다시 직원 통로로 나가 한참을 구불구불 걸어가 동쪽의 2층으로 올라가는 거의 미로 수준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사용 못합니다. 길눈이 어두운 이는 한 달 동안도 어리버리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저는 이틀 만에 근무지와 구내식당 가는 길, 휴게실, 우리 사무실 가는 길을 익혀서 "저 언니는 30년 전에 여기서 근무했나 봐."라는 소릴 들었지만요.


첫 출근하여 식사 시간에 교대할 선임인 3~4층 맡은 여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는데 2층의 <사자분수>라는 화장실로 안내하더이다. 정보지에서 미화원 구인 광고를 보고 시간대가 맞고 놀이 공원이니 돌아다니면서 쓰레기 치우는 일인 줄 알고 지원을 했는데 화장실 청소부라는 것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만 둘 용기도 없었고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서툴다고 욕도 먹고, 힘들어서 다른 일을 찾아볼까 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점심 배식을 며칠 하다 보니 웬만한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나이도 있고 체력이 좋은 축에 들지 못하니 험한 일은 못할 것 같았죠.

주민센터에 신청했던 일자리도 밀려났고, 복지회관에서 연결해 주는 곳은 모두 학교 청소, 아파트, 빌딩, 요양병원 청소가 대부분이었고, 발과 무릎이 안 좋은 상태였으니 그런 곳은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제 나이를 생각하니 이런 일자리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젊은 사람들을 선호하겠구나. 늙어 쭈글 해진 우리 같은 나잇대를 환영하는 곳이 어디 있겠나. 스스로 다짐과 각오를 단단히 하며 엊그제 2월로 1년을 보내고 이제는 어느 곳에 가서 무슨 일을 시켜도 다 할 것 같은 자신이 생겼습니다.

1년을 기념하여 봄감기를 혹독하게 치르면서도 결근 한 번 하지 않고 견뎌낸 뚝심이 자라고 있었네요. 결근을 하면 내 자리가 비기 때문에 휴무인 여사에게 대신 부탁을 하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것도 싫었어요. 약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싫은 마음이 더 커서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어 가며 버틴 것이죠.

그 대신 11시에 귀가하면 씻고 글을 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브런치 구독자님들의 글을 읽어 보고 자는 것으로 그날그날을 마감했습니다.

25일 심야 대관행사에 궁금해서 야간 근무 자처.

모두들 근사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좋은 글도 쓰시고 하는 작가님들을 보면서 저도 한 번 제가 하는 일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가장 밑바닥이라는 곳에서 땀 흘리며 노동을 하면서 머릿속은 정말 시원해졌고 노동을 왜 신성하다고 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봄부터 한 여름, 가을까지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끼고서 청소를 하며 땀을 어찌나 흘렸는지 몇 년 흘릴 땀을 최단기간에 다 흘린 것 같더라고요. 이마로 흐른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가워 수건을 이마에 두르고 일을 해서 좀 우습기도 했습니다.

휴무일을 빼고 밤 10시까지 마무리하면서 사무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퇴근 준비를 합니다. 10시 30분에 사무실을 일제히 나와 모두 흩어집니다. 집이 가까워 11시에 도착한 밤 시간은 빠듯하여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은 짧지만 뿌듯한 하루가 지났다며 뜨거운 물에 고생한 발을 담가 피로를 풉니다.

발이 좋지 않아 꼭 필요한 일이어서 얼른 누워 자고 싶지만 거르지 않고 앉아서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차분히 읽는 시간이기도 해서 행복합니다.

이 일을 하고서 살도 많이 빠지고 주변 분들에게서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역시 육체노동이 최고인 듯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장전에~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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