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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Apr 28. 2023

피의 능선, 두타연 폭포

금강산 가는 길을 걸어서...

어젯밤에 내린 비로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여행 준비하는 과정 단톡방에 울리는 향숙씨의 당부는 비가 와 기온이 려간다. 따듯한 옷 챙겨라. 스카프도 하나씩 준비하라 등등 먹거리도 챙기면서 우리에게 세심한 주의사항을 올려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준비하는 손길은 쉽고 기분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어제 오후 양구 중앙사장에 들려 사온 방풍나물, 울릉도 취나물로 샌드위치 만들어 먹고 남은 것을 아침에도 먹는다. 여전히 산나물에 취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우리들이지만 비가 촉촉하게 내린 뒤에 쌀쌀하기까지 한 날씨에  향숙씨가 준비해 온 따듯한 죽을 데워 먹으며 속을 든든히 하는 아침이다.

난 그저 소풍 나가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아이로 되돌아간 느낌으로 동심에 젖는다. 운전도 정아 씨와 향숙씨가 번갈아 하고 편안하게 뒷자리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즐기며 호강하는 편한 백성이다.

두타연이 어디에 있고 뭔지도 모르면서 인적사항이 필요하다고 하여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를 미리 보내서 양구안보관광지에서 보낸 서약서 양식에 맞춰 서약도 해야 하지만 이미 정아씨가 다했다.

비장함을 고조시키는 군인 지프. 양구 상징 동물 산양.

그곳에 도착해 눈앞의 검문소의 군인들을 보니 살짝 긴장감이 들기도 한다. 우리를 앞서 인도하여 가지만 지프의 군인들은 북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해진 장소에서 지킨다고 한다.

전쟁 후 통일이 되지 않고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이 안타까운 현실을 말해 뭐 하랴. 그동안 이산가족 만남부터 남북이 머리를 맞대가며 각종 현안을 타진하고 노력(?)했지만, 더 이상 이산가족의 만남도, 고 정주영 회장의 소 1001마리를 끌고 방북하여 물꼬를 튼 금강산 관광도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고 억지 주장에 중단이 되었다. 끊임없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로 위협하는 현시점에서 최 북단 비무장지대까지 여행할 기회가 주어져 마음은 감지덕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할 뿐이다.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까지 예약한 시간에 도착해서 방문 명찰을 받아 목에 걸고, 자동차 트렁크의 짐을 검사받는다. 그리고 군인들의 지프를 따라가라는 지시를 받고 우린 움직인다. 비까지 내려 축축한 공기 속에서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산속의 풍경은 인적 없이 산새들만 가끔 날아들고 남쪽보다 늦게 핀 진달래를 보며 향숙씨와 경숙언니는 처연하게 보인다고 한다. 분위기에 젖어 그럴까?

위로 위로 가는 길은 조용하고 나무와 꽃들은 변함없이 피고 지고 새순이 날것이다.
글벗들과 해설사. 위령탑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강원도 양구의 깊은 골짜기를 만나 아담한 폭포를 이루고, 그 아래 만들어진 연못을 말한다. 두타연 계곡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곳이기도 하며 천년 전 인근에 두타사(頭陀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여 두타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절의 흔적만이 주변에 있어 연구 중이라고 한다. 폭포 주변에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늘어져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50여 년간 사람들의 손길에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보존된 상태이고 흔히 볼 수 없는 동물, 어류 등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며. 두타연계곡은 금강산 가는 길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다음참조)

전쟁이 끝난 후 버려진 잔해물로 만든 조각 작품이 전시된 공원.

위령탑 앞에서 묵념을 드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장렬히 전사했다는 얘기와 그들을 기리는 애절한 시(詩)는 우리 민족의 커다란 아픔, 찢어지는 가슴과 눈물만이 맺힐 수밖에 없고 숙연해진다.

 고개를 뒤로 젖혀 산꼭대기의 능선을 쫒는다.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고 피로 물든 능선, 맞은편 단장의 능선의 설명을 들으며 가슴이 아려온다. 전쟁 후 버려진 무기의 잔해로 만든 조각 작품을 전시한 공원을 걸으며 두타연으로 접어든다.

야자매트 길 위에 산양이 수북이 쌓아 놓은 배설물을 많이 만나 놀라웠지만 오히려 반가운 마음은 혹시라도 귀한 산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밤새 비를 맞고 늦잠이라도 자는지 산양은 끝내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도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만 산다는 무당개구리 한 마리가 우릴 반기기라도 하듯 출몰하여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바위 속 웅덩이엔 도롱뇽 알이 가득하다. 역시 무공해 청정지역임을 입증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두타사의 전설을 읽으며 해설사 뒤를 따라 빠르게 걷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젯밤 내린 비로 위험해서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는 건너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금강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에 손을 담가 보라고 해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손을 적시며 만 가지 생각이 든다. 경숙언니는 물맛이 어떤가 먹어 봤다고 나중에 고백해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사실 언니는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잎도 먹어보고 판단하기도 한다.

원래 예정되어 있는 코스로 가는 길을 가지 못했지만 아쉬워하면서 해설사는 우릴 소지섭의 길로 안내를 한다. 영화배우 소지섭 씨가 비무장 지대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나서 몸으로 걷지 말고 마음으로 걸어 보세요라는 '소지섭의 길' 포토 에세이집 책을 펴냈고, 양구에서는 그의 오른손을 사람들이 악수를 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국토 정중앙 천문대 앞 광장에도 소지섭의 손이 설치되어 있어서 무슨 일인가 의아했는데 해설사의 말을 듣고 나니 젊은 배우의 의미 있는 행동이 퍽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주물로 떠서 만들어진 손이지만 양구의 또 다른 기념물인 것만은 확실하다. 모두 소지섭의 손인양 한 번씩 손을 잡고 사진도 찍어 본다.

두타연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길가의 바위를 헤쳐가며 걷는듯하다.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곳이어서인지 바위틈에 피어난 진달래도 더욱 애잔해 보였고, 해설사의 손끝으로 가리키는 한반도 폭포는 정말 한반도 지형이어서 놀랍다. 그다지 높지 않은 폭포에서 떨어지는데도 물소리는 마치 천둥 치는 소리 같다.

장군봉, 무당개구리
한반도 폭포, 두타연 진달래.
두타연, 소지섭의 손.

잠시 둘러본다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전쟁의 상흔은 도처에 있는 듯이 보인다. 길은 있으나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가깝고도 먼 길임을 책으로, 뉴스로만 보고 듣고 했던 길을 관광이라는 이름하에 걸어 보면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로 인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짐은 어쩔 수가 없다.

우리의 현실을 더욱 직시하게 되었고  마음 가짐 또한 어떠해야 하는지도 새삼 느껴진다.

6,25 발발 후 7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힘으로는 남북의 통일이 요원함에 마음은 천근이다.

한반도 폭포

사진; 글벗들, 해설사, 안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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