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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un 28. 2023

친구가 만들어준 반찬

별난 여자 옆에 별난 친구?

지난 4월 어느 날 남양주에 있는 친구 집에 갔다.

2월 친구들과의 모임에 감기 몸살로 참석을 못하고 나니 많이 아쉬웠는데, 5월 휴무가 언제냐고 단톡방에 올리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2월에도 나의 휴무일에 맞춰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었는데...

달이 바뀌자 남양주 친구는 나의 휴무일부터 물어보고

"얘들아, 신영이가 ㅇㅇ날 괜찮대, 너희도 시간 내봐." 하며 공지를 띄운다.

서로 시간 맞는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성남 사는 친구가 같이 가겠다며 연락이 온다.

말린 표고버섯을 채써는 친구, 우엉채조림. 손으로 채를 다 썰어서 함.
가자미가 예쁘게 구워지지 않았지만 맛은 최고였다.

또 한상 가득이다.

친구는 언제나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있는 대로 다 꺼내 놓는다.  묵은지부터 감자조림에 이르기까지. 어묵조림도 있었는데 어묵은 어디 것이 반찬 하기에 가장 좋아.  자미는 기름가자미라고 있는데 그건 기둥서방에게만 준단다. 하하하하하... 우린 폭소를 멈추지 못했다.

둥서방 둘 나이도 아니고 처지도 못되니

"얼마나 맛이 있길래 그런 말이 있냐?"

"엉망으로 구워진 이 가자미도 맛만 좋구먼. 뭐.."


그녀는 통영, 속초 지에서 해산물을 구하고 코다리는 대관령에서 공수받아 쓰는 것으로 안다. 쌀이나 들기름, 참기름은 봉화에서, 바지락은 당진의 친구 오빠집에 부탁해서 산다. 가능한 자연산 그대로를 쓰고 싶어 하는 그녀를 존경스럽게 바라본다.

학교 다닐 때에도 마당발이었던 그녀. 교회에서도 남다른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침부터 콩조림과 우엉채 조림을 했는데, 글쎄 우엉 한 박스를 혼자 채를 썰었다는 것이다. 뭐든 자신의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다. 여전도회 회장을 맡아 바쁜 중에도 반찬이 필요한 행사에 밀폐 용기로 몇 통씩 반찬을 을 싸들고 가는 그녀이기에 어차피 반찬을 사 먹는 사람들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서 그녀에게 반찬을 주문하기도 한단다.

콩조림은 시부모님을 오래 모시고 살아서인지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너무 무르지 않게 만들어 딱딱한 반찬을 먹기 힘든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수다를 떨다가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봉지봉지 반찬을 싸기 시작한다.

" 종류가 많으면 좋겠는데.., 잠깐 금방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있다."  더니 표고버섯 말리던 박스를 들고 온다.

"다른 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되겠고 이건 금방 돼."

중하새우 20kg도 혼자 다 깠다더니 표고버섯 새우볶음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겠단다.

왼손잡이인 그녀는 표고버섯을 야무지게도 채를 잘 썬다.

"표고는 한 삼일쯤 앞뒤로 돌려 가며 말리면 미끄러지지 않고 잘 썰어져. "

가스불을 켜고 커다란 웍을 달군 뒤에 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 새우를 순서대로 넣고 볶기 시작하는데 도우려고 옆에서 조수 노릇하느라 사진 찍을 생각을 못해 아쉽다.

봉화애서 올라온 참 름과 들기름을 듬뿍 넣어 아주 고소하고 영양만점인 표고버섯 새우볶음이 만들어졌다.

우린 염치없이 그녀가 넣어주는 대로 즐겁게 받기만 했다.

받아온 반찬으로 맛나게 며칠 먹었다는...

서로 배려하고 베푸는 마음에 우리 사이는 오랜 세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우정으로 삶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서울서 계속 살아온 친구들은 정기적인 모임으로 더욱 돈독 해졌을 것이다. 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헤어졌다 만나기를 거듭하다가 이젠 정기적 모임에 가끔 얼굴을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과의 사이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깊어져 더욱 그립고 보고픈 마음이 된다.

마침 만들어 놓은 밑반찬도 있고 친구에게 받아온 반찬이 있어서 도시락을 싸들고 회사에 갔다. 평소에 구내시당에서 저녁밥을 제대로 못 먹던 나는 그 반찬으로 인해 현미콩밥과 함께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됐다.

그 모습을 보고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던 동료의 한마디

"별난 여자 옆에 별난 친구가 있네." 한다.

도시락 반찬

귀찮지 않냐. 무겁지 않냐 등의 말들을 하지만 매번 밥은 까실해서 반주걱도 먹기 힘들고, 햄이나, 소시지. 젓갈류, 장아찌류(선호하지 않는 주로 깻잎, 베트남 매운 고추) 등은 안 먹는 반찬이라서 어느 땐 먹을 반찬이 없어서 힘들다.

겨우 양배추 샐러드만 잔뜩 들고 와 밥 한 숟가락 뜨는 형편으로 1년 가까이 지냈다. 2월 보름에 찰밥을 한 덕분에 며칠은 찰밥을 싸들고 다니기도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도시락을 들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밑반찬을 만들면 혼자 먹기 때문에 냉장고에 오래 머물게 되어 맛도 떨어지는데 스스로 기특한 생각이라며 들고 다녔다. 때마침 친구 반찬까지 여러 종류를 맛보게 되면서 친구의 식재료 준비부터 얘기한 것에 내 귀에 꽂히는 별난 여자 운운 한마디에

"나 원래 별난 여자야. 그러니 별난 친구도 당연한 거지?" 하며 웃었다.

나의 전용 수저를 꺼내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언니, 숟가락 들고 다녀요?" 의아해했으니 오죽 비호감이었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려도 보지만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이곳엔 뮤지컬과 퍼레이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러시아 무용수들이 많은데 몇몇은 개인 수저를 들고 다닌다.


반찬 까탈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처럼 이것저것 잘 먹지를 못할 뿐이다. 면은 오직 냉면만 먹고 라면도 한 개 안 먹는 사람이다. 가족이 좋아하는 국수를 만들면 육수에 양념장부터 정성과 맛으로 빚어내어 내가 만들었어도 맛있으니 한 그릇 먹는다.

주변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특별하지도 않고 소시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면서 주위의 눈치는 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오로지 나만 보살필 수 있는 나의 몸.

아끼고 도움 주면서 아프지 않게 돌보고 싶다. 해로운 것을 먹고 싶지 않다 보니 도시락을 갖고 다닌다. 건강을 위해 며칠 동안 맛있게 식사를 했다. 이후로도 양배추, 양파, 청양고추 등을 넣어 만든 만든 피클도 나눠주면서 한참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패랭이꽃, 수염패랭이꽃
수염패랭이꽃, 산딸기꽃과 나비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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