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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06. 2023

숨 가빴던 2박 3일

휴식을 제대로

11월의 첫날.

지난 주말로 오전 일은 끝냈다.

들의 사정으로. 시간에 쫓기던 생활에 여유가 생겨

휴식 같은 오전에 세탁기도 돌려가며 집안일을 좀 하고 출근 준비를 하던 중에 울리는 톡을 보고  깜짝 놀란다.

가끔 생각나는 작가님이신데 요즘 통 글이 안 올라와 안 그래도 안부 여쭤야지 하던 중에 반가운 소식이 울린다. 먼 데서 오셨으니 또 금방 가시겠지라는 생각에 내일부터 이틀 휴무, 일정은 잡혀 있지만 하루를 빼기로 마음먹는다.

분당에서의 퀼트 연말 모임을 내년 전시회 작품도 손 볼 겸 호텔에서 묵으며 하기로 했던 것.

솜씨도, 작품 만들 시간도 없는 나는 작품을 하진 않지만 참석을 안 하면 안 되는 입장이어서 회원들의 얼굴도 보고 쉬려던 참이었다.

낮에 서울로 와 작가님 만나고 시간 보내다 저녁에 다시 내려갈 생각으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Sarhkang작가님은 늘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시는 분이란 걸 카톡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밤늦게 일을 마치는 나를 위해 휴식하라고 찜질방 얘기를 하시다니...

난 작가님이 캐나다에 찜질방이 없어서 한국에 나온 김에 찜질방에 가보고 싶으신 모양이라고 생각해서 떠오르는 한 군데에 전화를 해보았다. 코로나에는 찜질방 운영을 안 해서 문 닫은 곳이 많았기에 확인 전화를 하니 다행히 찜질방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분당의 퀼트 모임은 올봄부터 가끔 호캉스를 하며 모임을 한다. 퀼트라는 작업 특성상 룸이 있는 카페에서 만나 모임을 해도 시간적 제약을 받기 때문에 마음 편히 모임과 퀼트 작업은 호텔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긴 하다. 회장 격인 퀼트작가선생님은 호텔에서 묵으면서 작품을 하려고 온 회원들의 퀼트 수업을 진행도 해주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 달엔 아들의 결혼식도 있고 일본 작가들과 요코하마에서 퀼트회원전이 있어서 매우 바쁘면서도 퀼트의 사랑과 열정이 많아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는 것을 다.

퀼트 쌤이 냄비 받침 만든 애기를 하며 한 개씩 선물했다.

일 년 동안 협조해 줘서 고맙다며 나무 프레임에 손수 페인트 칠도 하며 만든 타일냄비 받침을 한 개씩 회원들에게 선물하면서 모임은 시작되었다.

모임 중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 인천의 현작가에게서 전화가 오는 줄도 몰랐는데 서울로 Sarahkang작가를 만나러 올 모양이다.

현작가(브런치스토리 필명은 스티븐 킹) 도 합류한다고 하니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  잠시 앉아 차라도 한잔 하려엉망인 집도 정리하고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강검진을 하고 석촌 호수를 걷고 퀼트 모임에 참여하며 여유를 부렸는데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저녁은 삼계탕파와 초밥파로 나뉘어 먼저 온 삼계탕을 먹는다.

이런 세상도 다 있다. 호텔에서 지내며 음식 시켜 먹고, 커피와 차, 디저트 까지도 배달되지 않는 것은 없어 보인다. 호캉스 할 때마다 시간이 부족했던 난 잠깐 얼굴만 보이고 밖에서 식사하고 돌아오곤 했는데, 이젠 앉은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본다.

식사 후에 작품을 꺼내 놓고 바느질을 하다가 분당이 집인 회원들은 가고 선생님과 나와 귀가하지 않아도 되는 회원과 셋이 밤을 밝힐 듯 수다 삼매경에 빠져든다.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난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찍 서울로 올라와 집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현작가가 들이닥쳤다. 고속도로 운전이 이젠 무서워 부군이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와서 우린 Sarhkang 작가를 만나러 간 사이에 근처를 산책하다가 12시 30분에 픽업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자격증 줌 강의가 있어서 휴무를 내셨는데 아내를 서울까지 태워다 주려고 시간을 내셨다. 현작가는 3시에 학부모와 상담이 있어서 현작가도 얼른 내려가야 한다.

현작가의 손엔 또 쇼핑백이 들려 있다. 만날 때마다 선물을 들고 오는 작가다. 쇼핑백 속에서 선물을 하나씩 꺼내며 설명을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드님이 출간한 책 두권 중에 한 권을 고르라 한다. Sarhkang님에게도 한 권 준다며 보여 주는데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어서 하율이가 좋아할 책을 골랐다.

시골에서 온 감과 친구가 나에게 전하라는 파우치, 남편과 축제에 가서 만든 작은 거울, 탁상용 알람시계와 문화상품권까지 골고루 풀어놓는다. 미리 준비해 둔 작두콩깍지차 한잔도 다 마시지 못하고 서둘러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가려고 하는데 마침 현작가 부군께서 밖에 있다가 우릴 잠실역 앞으로 태워다 주시고 주차를 위해 다시 우리 집 앞으로 가셨다.

https://blog.naver.com/hyeon9948/223254982570  [현작가의 활동 무대인 블로그에 우리 얘기가 벌써 올려졌다.]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는 Sarhkang작가님의 메시지를 읽으며 우리도 현작가 부군 덕에 일찍 도착해 반가운 만남을 조금이라도 빨리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 어머니께서 임종하셔서 오셨다가 만났었는데 아드님 결혼식과 어머님 기일도 있고 해서 나오셨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기억하고 만나려는 마음이 고맙기 그지없다.

톡으로 얘기했듯이 바로 석촌 호수로 발걸음을 옮기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Sarahkang 작가님 손목에 하고 있는 진주액세서리는 내가 만들어 선물함.

옛날에 잠실에 살았었다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어머니와 살았다는 말을 들으며 브런치의 인연이 보통은 아닌가 보다 생각을 하게 된다.

호숫길을 걸으며 참 많이 변했다며 풍경이 좋아서 다들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어서 좋다. 함께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쌓는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브런치와 집안 얘기 조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시간이 되어 현작가를 떠나보내고 Sarhkang작가와 둘이서 다시 호수로 내려온다. 지하철역에서 헤어 지기 전 출국 전에 가능한 한번 더 보자며 헤어지는데 기어코 생과자를 사서 손에 들려준다. 퀼트 회원들과 차 마시며 먹으라고. 호캉스 하다가 왔다는 얘기를 현작가에게 들었는지

"어떻게 올 수 있어요? 모임 하다가? 다른 날 약속해도 되는데.."

"괜찮아요. 다들 이해해요. 오후에 가면 돼요. 작가님이 언제 가실지도 모르고 작가님부터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휴식해야 하는데..."

"전 이게 휴식이에요."

다시 분당으로 돌아가 회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탁자 위에 생과자를 올려놓으며

"차와 함께 드시라고 낮에 만난 작가님께서 사주셨습니다."

다들 놀라면서도 좋아했고 맛이 좋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저녁은 판메밀을 배달시켜 시원하게 먹었다.

늦은 시간까지 모두들 흡족한 가운데 작업하던 일감들을 챙겨서 다들 돌아가면서 다음 달 모임도 카페보다 호텔이 좋겠다고 한 마디씩 한다. 그제야  퀼트선생님인 친구와 나 둘만 남았다.

몸은 바빴는데 한 일이 없어 뭔가 허전하다. 어제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통 주부라면 밥을 짓고 반찬 만드는 일. 등등 많은데... 그러나 식사와 차, 디저트까지도 배달로 일사천리 해결이 되어 쓰레기 분리만 하면 되는 호텔 생활. 쓰레기가 산더미라 걱정이 된다. 주부인 우리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침대에 누워 TV 채널만 돌리는 내게 노인네 짓을 한다고 핀잔을 주는 친구에게

"이게 바로 티브이 멍 때리는 티멍이야." 응수하며 웃는다.

그런 나에게 샤워하고 나올 동안 마사지받으란다. 안 그래도 어제오늘 이틀 동안 남들은 바느질한다고 바쁜데 난 브런치스토리랑 놀고 마사지소파가 있어서 생전 처음 전신 마사지를 몇 차례 받았다. 온몸이 뭉친 곳이 많아 왼쪽 팔이 직선으로 펴지지 않고 통증이 있었는데 몇 번 받고 나니 왼팔이 일직선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이런 마사지소파 제품 광고도 많고 비싼가?

행운권 선물인 선생님이 만든 파우치와 냄비받침
분당의 은행나무

렇게 이틀이 숨 가쁘게 지나갔고 이 한 밤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지.

*사진; Sarahkang작가, 현작가, 안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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