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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Nov 22. 2020

호야는 우리 마음을 알까?

                                                                                                                             


            *여름꽃인 치자꽃이 피었다. 매일 아침 호야랑 만난다.


매일 아침 호야의 안부를 눈으로 묻는다.


쌔액쌕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자고 있는 호야.


어느 땐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숨을 들이쉬며 내쉴 때 호야의 몸이 움직이는지...


가끔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이다.


반려견을 오랫동안 키우고 살아왔다.


그동안 거쳐간 개 종류도 상당하지만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언제나 애틋하다.


몰티즈, 단모 치와와, 요크셔테리어, 잉글리시 코커스패니얼, 믹스견 등 손으로 꼽으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 않을까?


호야는 요크셔테리어 토이 종이다.


스탠더드 요크셔보다 훨씬 작아서 산책 나갔을 때 사람들은 말을 건넨다.


"이렇게 작은 요크셔도 있어요?"


오전에 공원을 한차례 돌고 와서 아침을 먹고 잠을 잔다.


나이가 들더니 잠자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많고 함께 놀아 달라며 떼도 쓰곤 했는데...


오후에 다시 산책을 나간다. 올해 들어 걷기를 싫어한다. 눈에 띄게.


처음엔 산책길에서 실랑이를 많이 했다. 어서 걸어오라고.


고집이 센 호야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행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먼저 생각하고 마음을 써주고 행동해주는 배려심이 가장 필요한 것이


반려견을 키우는데 가장 큰 일은 아닐는지..


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할지 미리 생각하고 대해 주는 일.


가령, 걷고 싶지 않아 하면 안아서 걷고, 걷다가 내려 주고


잠시 걸으며 용변을 보고 나면 또다시 안고 걷는 일.


실내에서는 바닥이 미끄러워 아이들이 가장 곤란하다.


거실도 방바닥도 모두 아이들에게는 미끄러워 관절이 나빠졌음을 뒤늦게 알았다.


2년 전에 결혼한 딸내미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카펫을 안방, 거실, 주방 쪽 모두 깔아 놓고


호야가 되도록이면 빈 마루 바닥을 밟지 않도록 해 놓았다.


물을 먹어야겠는데 물그릇이 있는 데까지 걷기가 힘들다고 나를 바라본다.


그럼 안아다 물그릇 앞에 내려놓는다. 홀짝홀짝 몇 모금 먹고 나면 가만히 서 있는다.


호야는 요즘 이렇게 회전하며 걷는 일이 힘들어졌다. 어렸을 때, 한창나이 때 아무것도 아니던 일이 지금은 호야에게 어렵고 두려운 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산책을 나가 걸을 때에도 몸의 균형이 깨져서 자꾸만 나동 그러질 때가 많다.


마음은 급하고 다리는 쉬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우리도 나이가 들면 마음 따로 몸 따로 논다는 말을 가끔 하는데


우리 호야가 요즘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쉽게 넘어지고 주저앉아 마음을 아프게 한다.



                              * 산책길에 보여 주는 장미.



              *수국이 피었다며 보여 주기도 한다.



호야는 아기 때에만 집안의 매트에서 용변을 본 이후로는 집안에서 절대로 볼 일을 보지 않는 호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을 산책을 나가야만 볼일을 본다.


어렸을 때 비 오는 날에, 비가 와서 밖에 나갈 수 없다며 설명을 해주면 고개를 갸웃갸웃.


용변 매트를 깔아 주고는 설명을 해도 12시간 이상을 참아 내는 호야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비가 잦아들면 얼른 데리고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와 씻기는 일이 지금도 변함없다.


용변을 참으니 늘 자기 전에 늦은 밤, 하루도 빠트리는 일없이 밤의 산책을 나갔다 들어온다.


그래야 아침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잘 수 있느니 말이다.


호얀 나와 15년을 동거 동락한 사이. 내가 울고 웃을 때 함께 울고 웃던 아이.


그래서인지 잠깐 2년 정도 떨어져 지내서인지 지금은 내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2년 동안에 매월 2박 3일 동안 함께 지냈는데도 그것으로 부족했던 모양이다.


안쓰러워 더 마음 써주고 안아주고 하는 일이 호야를 응석받이로 변하게 했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이런 호야가 오히려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다행이다.


가장 제 마음을 알아주고 가려운데 긁어주는 사람이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매일매일 나무 숲길을 걸으며 이 여름 수련이 피었다고 연못가에서 설명도 해주고


수국이 피었네, 장미가 예쁘네 하며 말을 건넨다.


호야가 잘 알아듣는 몇 마디가 있지만 새로운 말도 자주 해주며 산책길에 만나 반려견들과의


놀이도 예전 같지 않지만 자주 만나기를 고대한다. 워낙 친구들을 좋아하는 호야.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은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득한지 지나가던


사람이 길을 물어만 봐도 큰일이 난 것처럼 시끄럽게 짖는다.


                                                                                                                                                                     

            * 수련이 피었다며 연못가를 돌며 얘기도 해준다.



호야 곁으로 내려온 지 1년 가가이 되었다.


호야 먹이는 것부터 산책시키는 일이 내 일상이 되었다.


발랄하게 뛰고 몸을 흔들며 친구 좋다고 하던 움직임은 거의 줄었고 꼬리만 흔드는 호야.


안타까이 바라보며 호야 좋아하는 먹을 것 만드는 일이 즐거움으로 변했다.


호야는 닭을 좋아한다. 닭을 삶아 살을 발라내어 일부는 간식으로 담아 둔다.


일부는 고구마, 단호박,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등을 쪄서 잘게 다져 함께 섞어 만들어 넣어 둔다.


어렸을 때부터 먹던 습식 사료에 섞어 먹이면 변도 좋고 야채를 섭취해서 변도 좋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닭을 삶는다. 양파, 마늘, 황기, 다시마 등을 넣고 푹 고아주면 호야가 물리지 않고


하루에 두 번 간식, 아침저녁 일용하는 일주일치 간식과 밥으로 먹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호야는 내 곁에서 자고 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호야는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을 저도 좋아하는지 음악이 들리고 내가 무엇인가 집중해서 할 때면 매우 편안하게 잠을 잔다.  이런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오후에 손녀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긴장한다. 조금 신경이 예민해지는데 손녀보다 먼저 가족이 되었기 때문이어서인지, 경쟁 상대라서 그런지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운다. 손녀가 아기 때 나를 향해 기어 오면 내 무릎을 차지하려고 호야가 먼저 달려와 내 무릎에 앉았던 적이 많았으니까.


지금도 산책에서 돌아와 밥을 먹고 나면 20 여분 내 무릎에서 곤하게 잔다.


그런 뒤에  고개를 들고 좌우를 살피면 물을 먹고 싶다는 것.


물그릇 앞에 데려다주면 물을 달게 먹고 돌아온다.


어느 땐 안아서 옮기라고 그냥 하염없이 서 있을 때도 있다. 녀석.





            *무릎에서 꼼짝 않고 20여분 잔다. 내 다리는 저릿저릿 저려 오기도 하지.




                       *덥다고 힘들어하며 애처롭게 쳐다보길래 아이스팩을 수건에 싸서 베개를 해주니 좋아했다.




                        * 장난감을 가지고 한참 씩 놀기도 했는데 요즘은 힘에 부치는지 잘 안 한다.





              *목욕하고 나면 꼭 초유를 주기 때문에 초유 달라고 기다리는 호야.





                   *호야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되도록 안 하는데 손녀가 간식을 먹는데 저도 달라는 표정.

                  100% 감자칩은 괜찮을 것 같아 몇 개 줬다. 간에 좋지 않아서 소금기 있는 것은 절대 안 준다.



요즘엔 반려견들도 수명이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 몰티즈를 많이 키웠는데 13년을 살고 갔다.


우리 호야 지금 15년을 살고 있는데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이대로라도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초유, 해조류 가루, 빌베리 가루를 매일 먹이면서 노안은 막을 수 없지만 백내장,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 애를 쓴다. 변함없이 호야 좋아하는 닭을 삶기 위해 나는 오후에 마트에 다녀와야 할 것이다.


호야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까?


안아서 걸어도 좋으니 다른 큰 병 없이 이대로 살아 주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는 우리의 마음을.


우리 가족 모두 아침부터 호야, 호야를 부른다.


요즘 부득이하게 혼자 두고 한의원에도 다녀오고 학교에 가 손녀를 데려 오기도 한다.


그러면 돌아온 내게 한 참을 잔소리 하며 칭얼댄다.


왜 혼자 두고 갔다 왔냐고.


원래 손녀 픽업할 때 늘 데리고 간다. 그러면 태권도 도장 승합차 안에서 호야를 부르는 함성이 들린다.


'호여! 호야! 호야!"


승합차 안의 아이들은 호야 팬클럽을 만들었다나.


호얀 은근히 저를 부르는 환호 소리를 즐기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혼자서 손녀를 데리고 오면 한 참을 옹알옹알 거리며 원망을 하는 거겠지.


사람이나 동물이나 혼자 있어 외로움을 견디는 것은 힘든 일인가 보다.




        *오늘은 날씨가 덥다고 에어컨을 틀었어도 힘들어하는 호야.  호야 전용 아이스 방석에 엎드려 있음.                    (2015.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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