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신영 Dec 01. 2020

호야와의 산책

                                                                                                                              

변함없이 부산에 가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호야랑 산책을 나간다.


호야랑 같이 지내는 날은 언제나 함께 산책을 나간다. 


혼자 서울에 있으니 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없었다. 

부산에서 같이 지낼 때에는 출근 전, 저녁에 퇴근 후 호야부터 산책시키는 일이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호야가 볼 일을 보며 다니면 내 눈은 호야를 좇지만 머릿속은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기도 하고 내일 할 일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또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풀꽃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지저귀는 새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자연은 참으로 질서 정연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봄에는 봄꽃과 봄의 새가, 여름엔 여름 꽃 여름새... 가을엔 울긋불긋 영롱한 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을 발견한다. 또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사는 동네마다 특징이 있어 어느 곳은 나이 드신 분들이 호야를 데리고 나가면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정색을 한다. 새로 이사한 동네엔 그런 사람들이 없다. 또 반려견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개 친구, 사람 친구 어울려 잠깐  얘기들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래서 토이푸들인 별이, 달이 자매도 만나고 포메라니안 천억 이도 만났으며, 믹스견 뚱이도 만났다. 뚱이는 호야 보다도 덩치가 큰데 나이가 어리다 보니 호야가 지나가기만 해도 근처에 있는 벤치 위로 뛰어 올라가 바들바들 떨었었는데 , 몇 개월 뒤엔 아주 당당히 놀자며 장난을 걸었다.


개들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타입이 있어서 어떤 애에게는 탐색을 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애에게는 아는 척도 안 하고 무관심하다. 곁에 와서 킁킁대며 살피는 아이가 있어도 고개를 외면하고 먼 산 바라보듯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면서도 하면서, 동물도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은 더욱 그렇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실험 결과  사람 눈에도 예쁜 개를 개들도 좋아한단다.


호야랑은 12년 동안 함께 살고 있다.


둘째 딸이 애지 중지하는 호야.

우리 가족 모두 호야를 정성으로 보살핀다.

그런데 제가 먼저 나랑 살았다고 몇 년 늦게 태어난 손녀를 무시한다.

손녀가 아기일 때 나에게 오면 호야는 먼저 달려와 내 무릎을 차지하고 으르렁댄다.

지금도 엄마는 내 차지라며 손녀나 큰 딸을 옆에 못 오게 해서 우린 또 웃는다.


개들은 서열을 정해 놓고 가족을 대한다나.

호야는 제 주인인 둘째와 나를 서열 1, 2로 정해 놓은 듯 행동한다. 

우리가 없어야 큰 딸과 손녀에게 애교도 부리고 곰살맞게 행동한단다. 


이렇듯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산책을 함께 하고 걷는 운동을 해주니 내겐 아주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변의 나무들도 관찰하며 동백나무의 꽃눈이 동그랗게 맺혀 있는 것을 바라보며 지난겨울 빨갛게 피웠다가 

올봄 뚝뚝 떨어지던 동백꽃송이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동백꽃은 다른 꽃처럼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게 아니라 처절하게도 꽃송이가 잘리듯 뚝뚝 떨어짐

을 알게 되었다. 떨어진 동백 꽃송이를 내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듯한 아픔이 전해져 온다. 


까마귀 두 마리가 우리 동네에서 상주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까치보다 개체수가 적다 보니 늘 까치에게 쫓긴다. 불쌍하다.

외국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라고 하는데, 일본만 해도 까마귀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검다는 이유로 우는 소리가 예쁘지 않은 것으로 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징조라고 여긴다.


우리 고전에 보면 까마귀가 효성이 지극한 것으로 나오는데.... 까마귀는 나이가 들면 앞을 못 보게 된다고 한다.

그럼 자식 까마귀가 먹이를 물어다 부모 까마귀 입에 먹여 준다고 해서 효성이 지극한 새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의 하루의 시작은 짧게나마 호야와의 산책으로 시작하고, 저녁에도 호야와의 산책으로 하루를 맺는다. 개나 고양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한 생명을 소중하게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주변에 불편을 주는 일없이 사람과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 둘째에게는 절대로 포즈를 잡지 않는다는 호야.

             내게는 '호야 사진 찍자! 하면 걸음을 멈춘다. 귀찮아하면서도.


                                                                                                                                                                       

              *호야 왕자님.



































작가의 이전글 호야는 우리 마음을 알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