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한 꽃이 되고 싶다》를 읽고
내 그리운 사랑을 품에 안고 다니듯 이 시집을 품고 다녔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그 질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이창훈 시인의 시는 이별 이후를 말한다. 그러나 울음으로 머물지 않는다.
그 대신 묻는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 가시는 밖에서 오지 않는다 _< 고슴도치>
<고슴도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가시는
내 안의 뿌리에서 돋아난 것이다
우리는 상처를 대개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찾는다.
그러나 시인은 가시의 방향을 바꾼다. 밖이 아니라 안에서 자라난 것이라고 말한다.
이 한 줄에서 나는 멈췄다.
혹시 내가 붙들고 있던 아픔도, 실은 내 안에서 키운 것은 아니었을까.
이 시집은 위로를 건네지만, 동시에 우리를 정직하게 만든다.
사랑을 잃은 이유를 남에게서만 찾지 못하게 한다.
2. 말하지 않는 사랑 _ <눈부처>
<눈부처>에서 시인은 말한다.
말없이 피는 봄의 눈으로
네 눈을 바라보리라
이 시에서 사랑은 고백이 아니라 머묾이다.
‘눈부처’라는 말처럼, 사랑은 상대의 눈동자 안에 비친 나의 형상을 통해 완성된다.
사랑을 붙잡기 위해 애쓰기보다, 말없이 바라보는 자리로 물러나는 태도.
이 절제가 이창훈 시인의 사랑을 가볍지 않게 만든다.
3. 그럼에도, 일어섬
교실 일지 형식으로 쓰인 이 시는 시집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그럼에도”와 “일어섬”이라는 동음의 장난은 웃음을 유도하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메시지가 있다.
상처받고, 성적에 무너지고,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시인은 말한다.
또한 넘어져도, 길을 잃어도,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삶이라고.
여기서 사랑은 연인을 향한 감정이 아니다. 누군가를 다시 세우는 힘이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섬
4. 이 별에 우리는 사랑을 하려고 왔다.
이 대목에서 시집은 개인적 사랑을 넘어선다.
사랑은 연인 사이의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를 다시 세우는 힘이라는 것.
교사로 살아가는 시인의 정체성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성공이 아니라 성장,
경쟁이 아니라 마주 봄.”
이창훈 시인의 시는 화려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대신 가슴에 오래 머문다.
절망을 과장하지 않고, 사랑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팍팍한 하루 끝에서 이 시집은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선택하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 당신은 무엇을 붙잡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