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들은
4년 전 봄에도, 나와 작년 가을에도
이미 구례를 다녀갔다.
그런데도 다시 이곳에 왔다.
나에게
봄의 구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산수유 마을에 들어서기도 전,
고속도로변부터 노란 꽃이 이어졌다.
어디를 봐도 노랑이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잊었다.
꽃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 풍경을 다시 찾은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중턱에 차를 세우고
꽃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사진을 찍고, 다시 걷고,
또 멈춰 서서 풍경에 빠졌다.
그런데
“여기가 아닌 것 같아.”
모두들 다시 차에 올랐다.
한 번 와본 길인데도
더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며
다시 찾아 나섰다.
돌고 돌아 도착한 반곡마을.
기억 속 벽화는 사라지고
빈 담벼락만 남아 있었지만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돌담길과 계곡,
그리고 노란 꽃이 이미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 길을 다시 찾은 마음이 있었다.
이석증의 어지러움에도
괘념치 않고 운전을 하는 향숙 씨,
그저
이 풍경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나는 그날 꽃보다 먼저
애정 깊은 사람을 보았다.
여행 내내 통 큰 배려의 마음에
나는 몸을 푹 담그고 헤어 나오지 못했다.
사진; 박정아, 안신영.